어릴 적 꿈을 되새기며 …
어릴 적 꿈을 되새기며 …
  • 정승원 경희대 학술연구교수
  • 승인 2017.11.20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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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후속세대의 시선] 정승원 경희대 학술연구교수·응용화학과

어릴 적 매번 어른들은 내게 장래희망이 무엇인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물었다. 그럴 때마다 나는 다양한 꿈을 이야기했는데, 불을 끄는 소방관이 되고 싶은 적도 있고, 멋진 야구선수가 꿈이기도 했다. 그러다 한 과학 잡지를 통해 보았던 ‘pomato’, ‘슈퍼돼지’ 등, 유전공학이 그리는 미래를 보고 과학자(사실 응용과학자에 가까운)라는 꿈을 꾸기 시작했다. 당시 어린 생각으로는 과학자는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멋진 일이고,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진 일이라 생각했다. 그렇게 한동안 나는 과학자를 꿈꾸며 공부했다. 하지만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거치며 나에게 중요한 것은 먼 미래의 꿈이 아니라 당장 있을 시험이었고, 어른들의 질문도 장래희망이나 꿈에서 시험 성적으로 바뀌어 갔으며, 나 자신도 꿈에 대한 생각이 희미해져 갔다.

수학과 과학에 흥미가 있던 나는 공대로 진학했고, 주어진 삶을 살다보니 대학원까지 진학하게 됐다. 대학원에 입학할 때도 안정적인 연구자로서의 삶을 꿈꿨을 뿐, 어렸을 때 꾸었던 과학자의 삶을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초등학생 꼬마가 내게 물었다. “어렸을 적 꿈이 무엇이었나요?” 희미해진 꿈이 기억나지 않아 바로 대답할 수 없었다. 잠시 후 꼬마에게 “내 꿈은 과학자였다”고 이야기하면서 잊고 있었던 어릴 적 꿈을 떠올리기 시작했다.

어릴 적 상상했던 ‘과학자’는 하루하루 교수님과의 미팅을 방어라고 생각하고 준비하는 사람이 아니었고, 어떻게 하면 논문 수를 늘릴까 고민하는 사람도 아니었다. 과학자는 어려운 사람들에게 필요한 기술을 개발하는 사람이었고, 그 목표를 위해 자신의 열정을 모두 쏟는 그런 사람이었다. 그 때부터 나는 내 마음속 생각을 바꾸기로 했다. 비록 생각을 바꾼다고 해서 내 삶의 환경이나 상황이 바뀌진 않겠지만, 내가 바라보는 방향과 시야는 바뀔 수 있으니까. 그 이후로 연구는 내게 재미있는 일이 됐고, 항상 이 연구가 어떻게 사회에 쓰일 수 있을까 하는 진지한 생각을 하게 됐다. 세상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것을 꿈꾸게 됐다.

박사 학위를 받고 ‘연구교수’라는 내 삶은 아직 안정적인 직장과는 거리가 있지만, 그래도 나름 내가 생각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고 마음만큼은 어렸을 때 꿈꾸었던 세상을 바꾸는 과학자를 바라보고 있다. 여전히 즐거운 마음으로 연구에 임하고 있고, 내가 하는 이 연구가 세상을 놀라게 하는 꿈을 꾼다. 이 과정에 특별히 한국연구재단의 리서치펠로우 과제는 훌륭한 버팀목이자 징검다리가 돼 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아직 내가 그럴 자격이 없다는 것을 알지만, 대학원에서 열심히 공부하고 연구하는 대학원생들에게 감히 얘기하자면, 너무 바로 앞의 미래만 생각하지 말고 좀더 큰 꿈을 꿨으면 좋겠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안정적인 직업을 중요시하는 현 시대에 어쩌면 허무맹랑한 이야기일지 모르지만, 교수나 연구원처럼 직업 자체가 꿈이 아니라 ‘세상을 바꾸는 꿈’을 가진 과학자가 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정승원 경희대 학술연구교수·응용화학과
 서울대에서 나노/바이오물질 사이의 상호작용에 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나노/마이크로 기술 기반의 분자진단 시스템을 연구개발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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