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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에 직면한 우리 교육
도전에 직면한 우리 교육
  • 민경찬 연세대 교수
  • 승인 2017.11.20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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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정론] 민경찬 연세대 교수·과실연 명예대표

지난 1일 서울에서 열린 ‘글로벌 인재포럼 2017’에서 줄리아 길라드 전 호주 총리는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에서 높은 점수를 받는 국가일수록 기업가정신 점수가 훨씬 낮다”고 했다. 한국이 바로 그런 나라에 속한다. 한국은 PISA 순위에서는 늘 ‘톱5’안에 들지만, 기업가정신 지수는 OECD 34개 회원국 중 22위다.

그는 “한국은 ‘교육의 힘’으로 성공스토리를 만들었지만, 이제는 교육환경 자체의 ‘혁신과 변화가 없는’ 위기 국면에 진입했다”고 진단했다. AI가 유머까지 하는 시대에, 지식 전달 중심의 100년 전 교육방식이 그대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상상력, 감성, 소통, 협력, 비판적 사고 역량”을 키우며 일자리를 만들어가야 한다. 20년 안에 현재 직업의 70~80%가 사라지는 시대다.

4차 산업혁명으로 교육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2014년 출범한 미네르바대학은 18명 이내로 진행하는 100% 온라인 세미나식 수업, 전원 기숙사 생활, 재학 중 7개 나라에서 공부하며 세계를 경험하고 글로벌 마인드를 키운다. 이 대학은 캠퍼스가 없고, 세계 7개 도시에 기숙사만 가지고 있다. 현재 60개국의 학생이 참여하는 이 대학은 입학 경쟁률은 125대 1이며, 등록금은 일반대학의 절반수준이다. 기존 대학들은 긴장해야 한다.

지난 13일 스티븐 코슬린 미네르바대 학장은 서울에서의 한 인터뷰에서 “한국 대학들이 국제평가에서 순위 올리기를 지향한다면, 지금처럼 연구 성과 중심의 대학 운영을 하면 된다. 그러나 창의성과 시민의식을 갖추고 혁신적인 사고로 국가를 한 걸음 더 나아가게 할 인재 양성이 목표라면, 이런 식의 대학 운영이 바람직한 것인지 잘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현재 젊은 층의 일자리가 넘친다는 일본도 혁신 중이다. 지난 2일 국회의 한 포럼에서 유이치로 안자이 일본학술진흥회 이사장은 미래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 2014년부터 준비한 교육개혁 10개년 로드맵을 소개하였다. 고교·대학을 연계하며 ‘서술형’ 문제 도입으로 ‘교육 내용’을 개혁하고, 대학별로 논술, 면접, 자기소개서 등을 통한 ‘다면평가’를 시행토록 하는 일이다. 우리와는 다른 길이다.

현재 외부로부터 도전에 직면한 우리의 교육은 어디에 서 있는가? 미래를 향한 교육의 큰 방향, 전략에 대한 고민이 잘 안 보인다. 다행히 자성의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다. 지난 13일 서울대 교수들이 ‘서울대 교육위기’를 논하는 세미나를 가졌다. 현재 시대 흐름에 뒤떨어져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재 양성이 어렵다는 반성이었다.

우리 정부는 매 5년마다 고등교육 정책은 주로 ‘구조조정’, ‘재정지원사업 개편’에 초점을 둬 왔다. 그런데 실질적으로 무엇을 달라지게 했는지에 대한 평가는 호의적이지 않다. 대학은 정부나 언론사의 대학평가 자체에 머물면 안 된다. 논문 숫자. 피인용수 자체보다 ‘어떤 내용을 연구하는가’, ‘학생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가’를 중시해야 한다. 핵심은 교실에서 교수와 학생 사이에 어떤 변화를 만들어 가느냐다. 특히 학생이 ’어떠한 역량과 태도를 익혀 미래를 준비토록 할 것인가?‘를 고심해야 한다.

그러므로 교수가 먼저 나서야 한다. 주어지는 업적평가 항목에 얽매이기보다, 먼저 교실을 변화시켜야 한다는 강한 의지를 담은 목소리가 필요하다. 기존의 교육 방식을 바꾸는 일이 매우 힘들지만, 조금이라도 더 읽고, 질문하고, 토론하고, 쓰도록 수업계획서를 바꿔보자. 그 과정에 정직, 배려, 합리적 사고, 글로벌 시민의식, 그리고 ‘다름’을 소중하게 여기는 협업 능력을 키우도록 하자. 내 주변부터 조금씩 혁신하는 것이다. 이는 미래의 엄청난 변화의 시작이다.

 

 

 민경찬 연세대 교수·과실연 명예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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