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적인 연구를 저해하는 규제는?
창의적인 연구를 저해하는 규제는?
  • 윤상민
  • 승인 2017.11.20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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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과학기술사회실현을위한국민연합, 제115차 오픈포럼 개최
제115차 과실연 오픈포럼 토론현장. 사진제공=과실연
제115차 과실연 오픈포럼 토론현장. 사진제공=과실연

 

바른 과학기술사회 실현을 위한 국민연합(상임대표 노석균, 이하 과실연)은 KIST와 공동으로 지난 13일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자율과 책임에 기반한 미래 과학기술 정책수행시스템’을 주제로 제115회 오픈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발표는 과실연 정책연구위원을 맡고 있는 윤지웅 경희대 교수(행정학과)가 「창의적인 연구를 저해하는 규제는 무엇인가」로 시작했다. 윤지웅 교수는 “연구의 본질은 세상에 잘 알려지지 않거나 규명되지 않은 진리를 발견하고 그걸 사회와 인간생활에 도움 되도록 활용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이라며 “기초연구는 우수한 성과의 확률이 낮다는 성격을 가지기에 연구자들 사이에서 ‘기초연구=로또’라는 웃지 못 할 인식이 존재한다”고 연구의 본질에 대한 개념을 공유했다.

이어서 윤 교수는“연구의 본질에 대한 이해보다 국가지원이 체계적으로 제도화되면서 창의적인 연구가 저해되고 있다”며“2차 세계대전 이후부터 정부들은 R&D를 단계별로 모든 활동을 체계적으로 관리가능한 활동으로 보기 시작했다”고정의했다. 대표적인 사례로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기초연구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기 위해 R&D지원을 제도화했고, 그 결과 NSF, NASA외 다양한 국립연구소가 설립됐다. NSF의 경우 연구비 내에서 연도별 협약 없이 자유로운 연구를 하는 Grants 제도(연구장려금)를 운영한다. 연구자가 최소한의 행정부담(보고 및 연구비 집행만 입력)만 지고 연구에 몰입할 수 있는 제도다.

국내에서는 1997년‘과학기술혁신을 위한 특별법’훈령 제정을 시작으로 2001년 국가과학기술위원회가 설치되고 2003년 심층평가 실시, 2005년‘국가연구개발사업등의 성과평가법’ 2007년 예비타당성조사 제도 도입, 2009년 특정평가에 심층적 평가방식 도입, 2011년 예비타당성조사 제도 안착을 거쳐 2016년 통합재정사업평가제도에 R&D 사업이 포함된 상황이다.

연구개발 성과관리 시스템은 세계 각국의 연구자들에게도 인정받는 수준이다. 생각할 수 있는 모든 평가제도가 도입됐고, 과정 평가 등이 추가로 논의중인 상태다. 하지만 윤 교수는 “성과가 미흡하다는 비판에 이어 평가 만족도가 상당히 떨어지는 것이 문제”라며 “창의성이라는R&D 본질에 기반한 성과관리제도가 ‘신뢰’를바탕으로 개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창의성이 떨어지는 이유로 윤 교수는 △ 단기성과 중심 평가 △ 과도한 연구자 행정부담 △ 부처별 연구지원 행정 차이로 인한 부담 △ 평가전문성과 공정성을 꼽았다. 특히 세부분야의 지나치게 엄격한 평가위원 상피제도와 평가위원의 선정과정으로 인해 비전문가가 전문가의 제안내용을 평가하는 데 있어 연구자들의 신뢰가 매우 낮다고 덧붙였다. 전문성 부족은 궁극적으로 평가결과 수용성을 낮추는 요인이라는 지적이다.

개선방안으로 윤 교수는 △ 평가를 위한 평가를 지양할 것 △ R&D 사업 행정부담 완화 △ 성과관리 부담 완화 △ 질 중심의 정성평가 지향 △ 평가체계 법제정비를 제안했다. 특히 과정중심 평가과제의 경우 연차평가나 단계평가 등 중간평가는 연구과정의 지원 관점에서 축소 혹은 폐지하거나 필요시 컨설팅 방식으로 전환해 연구에 몰입할 수 있는 평가 환경을 조성해줘야 한다는 제언이다.

안현실 과실연 상임대표가 좌장으로 나선 토론장에서는 평가제도에 대한 공감대와 더불어새로운 제안이 쏟아졌다. 류영수 한국과학기술평가원 본부장은 “근본적으로 연구시작부터 성과달성을 목표에 두니 창의적 성과를 도출해 낼 수 없고 단기성과에 안주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논문으로만 남는 최종성과를 폐지하고 기술료로 확대하면 연구자들이 자기 기술이 어디 활용되는지 추적할 수 있고, 과제중심평가가 아닌 연구자중심 평가로 전환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소속기관별로 세부적인 제안도 있었다. 조기현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본부장 역시 “신뢰에 대한 문제를 극복하려면 과제 선정은 최대한 엄격하게 하되 연구 수행은 자율적으로 하도록 제도를 정비해야할 것”이라며 “최고의 연구과제는 최고전문가의 영역이니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은 평가위원 선정에 있어서 최고의 전문가를 확보하도록 지표를 수년간 데이터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정성철 전 STEPI 원장은 자유와 책임을 좀 더 거시적으로 볼 것을 주문했다. 그는 “미국 NSF를 예로 들면 책임구조가 ‘NSF-의회-정부당국’으로 매우 단순한 반면 우리 책임구조는 매우 복잡해 가장 하부에 있는 연구자가 책임을 져야 할 세세한 무게들이 많다”고 지적하며 과학커뮤니티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스스로자율성과 책임성을 보는 과학커뮤니티 차원에서의 통일된 시각이 있어야 정부와 대화하며 시스템을 바꿔나갈 수 있다”고 조언했다.

우려감을 표한 토론자도 있었다. 최석준 서울시립대 교수(경제학과)는 “최근 과학기술혁신본부 같은 부처도 생기고 과학계가 축제 분위기인 것 같은데 들여다보면 획기적으로 안 바뀔 것 같아 더 어려운 시기라고 생각한다”며 “평가가너무 많고 수용도 안하니까 선정평가라도 제대로 하도록 중간, 최종 평가는 과감하게 없애는것이 과기부가 할 일 아닐까”라고 제안했다.

국내 연구자들을 평가하는 제도가 세계적 수준에 도달했다는 찬사를 받는 한편으로는 연구자의 창의성을 옥죄는 촘촘한 그물이 되고 있는 지금, 제도를 위한 제도가 아닌 연구자들의 창의적 연구를 북돋을 수 있는 제도로 개선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윤상민 기자 cinemonde@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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