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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자 士氣 진작에 찬물…대학재정지원 축소하는 꼴
연구자 士氣 진작에 찬물…대학재정지원 축소하는 꼴
  • 손혁기 기자
  • 승인 2003.05.1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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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정부, 교수·연구원 비과세 폐지 방침

재정경제부는 교수와 연구원의 급여 20%를 연구활동비로 인정해 왔던 비과세 혜택을 2007년까지 점진적으로 폐지할 방침이다. 그 동안 실질적인 혜택을 받아온 교수·연구자들은 ‘조세형평’이라는 원칙에 일면 수긍하는 분위기지만, 한편에서는 연구자들에 대한 실질적인 배려가 없어진다는 점에서 사기저하도 우려된다. 
 
급여 5% 인하되는 결과

연구비에 대한 비과세 폭이 줄어들면, 교수들의 월급봉투는 상대적으로 얄팍해진다. 연봉 8천만원을 받는 정교수의 경우 20% 비과세 혜택이 없어지면 전체 수입은 5~6%가 줄어드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종합소득과세표준액이 4천만원 이하일 경우 18%의 세율이 적용되지만, 4천만원이 넘으면 27%의 세율이 적용된다. 비과세 혜택이 없어지면 누진세의 적용을 받는 교수들도 그만큼 많아지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교수 개개인의 체감도는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5년에 걸쳐 비과세 부분이 없어질 경우 최대 5백만원 내외의 급여감소가 예상된다.

한해에 몇 십만원의 소득이 줄어드는 것보다 더 큰 문제는 비과세 조치가 가졌던 ‘연구 진작’이라는 상징적 의미가 없어진다는 점이다.
지난 3월 과학기술부는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교수·연구원들에 대한 비과세 조치를 민간기업 연구원에게도 확대하겠다고 보고한 바 있다. 그러나 위기를 맞고 있는 이공계 연구자들을 위한 과학기술부의 ‘배려’는 이번 재정경제부의 발표로 물거품이 됐다. 이번 조치에 대해 정부출연기관에 근무하는 한 연구원은 “‘과학기술입국’에 대해 느끼는 배신감이 더 크다”고 말했다.  

 교수들에 대한 비과세 조치가 줄어들면서 이에 해당하는 만큼 등록금이 인상될 것이라는 우려도 이어진다. 줄어드는 교수들의 임금을 보존해 주는 과정에서 이것이 등록금 인상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황인성 대교협 선임연구원은 “비과세 폐지가 연쇄적으로 반영될 경우 실질적으로 대학에 대한 정부의 재정지원이 줄어드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고 지적했다. 형평과세 뿐만 아니라 대학교육 전반적인 차원에서 지원효과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교수의 연구비는 소득인가 비용인가
비과세 폐지를 계기로 교수들에게 지급되는 연구비의 성격에 대해서도 이견이 커지고 있다. 이번 비과세 비율 축소 과정에서 재경부와 조정에 나선 교육부는 연구활성화 측면 뿐만 아니라 교수들이 급여 가운데 일부를 연구에 필요한 자료수집이나 서적구입에 사용하므로 직접경비로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학들이 비과세혜택을 이용해 급여를 연구비로 지급한 측면이 있긴 하지만 실질적인 연구비도 포함돼 있는데 여기에 세금을 부과하면 안된다는 논리였다.
그러나 이번 조치는 이를 전혀 인정하지 않는 것이어서 학계의 반발도 예상된다.  

 

연구비 비과세 정책 변화 과정
1990년까지 정부는 교수들의 연구비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지 않았다. 특정근로 소득자에 대한 소득세 감면제도에 따라 ‘자가운전자 보조수당’, ‘언론인 취재 수당’ 등과 함께 대학교수의 연구 수당과 연구비는 과세 대상이 아니었다. 이러한 흐름에 변화가 온 것은 1990년대 들어 형평과세와 조세체계확립에 대한 사회적 여론이 높아지면서부터.  
1990년 당시 재무부는 이듬해부터 교수들의 연구수당과 연구비에 대해 소득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연구보조비로 월 10만원만을 인정하고 나머지에 대해서는 소득세를 징수하겠다는 것. 이에 따라 특1호봉에 해당하는 교수의 1년 세금이 3백만원에서 갑자기 1천3백만원으로 늘어나게 됐다. 납부해야 할 세금이 크게 늘어나게 된 것은 그 동안 상당수의 사립대들이 급여에서 연구비의 비율을 높여왔기 때문이었다. 연구비 명목으로 급여를 지급할 경우 세금이 부과되지 않는다는 점을 이용해 적은 금액으로 많은 임금인상 효과를 보아왔던 것이다.
그러나 이를 갑자기 폐지하겠다는 방침이 서자 대학가의 반발이 거세졌다.
대학사회에서는 “교수의 소득을 감소시켜 생계에 몰두하게 해 교수들의 비판활동을 억제하려는 의도”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일부 대학에서는 세제가 바뀔 경우 정부자문에 일절 협조하지 않겠다고 밝혔을 정도다.
이처럼 반발이 거세지자 결국 정부는 1991년과 1992년에는 보수 총액의 50%에 해당하는 연구비만 비과세하는 것으로 물러섰다. 그러나 이후 그 비율은 해마다 줄어들어 1996년에는 35%로, 1999년에는 현재 수준인 20%까지 줄어들었다. <도표 참조> 
당초 재정경제부는 이번 비과세 폐지방침에서도 2003년에 10%만 적용하고 2004년부터 완전 폐지한다는 계획이었으나, 교육부와 조정과정에서 1년에 5%씩 낮추는 것으로 결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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