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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5일 파업을?
5월 15일 파업을?
  • 손혁기 기자
  • 승인 2003.05.1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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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올초 비정규직 대학교수 노동조합 홈페이지에는 하나의 게시글이 올랐다. 제목은 “5월 15일을 대학강사 및 비정규 교수 ‘파업의 날’로”였다. 대학강의의 3분의 1이상을 담당하면서도 스승으로서 대우받지 못하는 시간강사들이 파업을 통해 처우개선을 요구하는 것으로 이후 대의원대회에서 논의하고 ‘결의’하자는 제안이었다.  

결과부터 말한다면 이 의견은 ‘제안’으로 끝났다. 시간강사들이 파업함으로써 자신들의 처우개선을 요구할 수도 있지만, 어려운 환경에서도 강단을 지키고, 강의를 계속함으로써 이러한 문제를 학생들에게 더 알릴 수 있고, 무엇보다 학생들에게 피해를 줘서는 안된다는 의견이 우세했기 때문.

비정규직 교수노조가 결의한다고 해서 전국의 시간강사들이 행동으로 옮기겠느냐는 조직적 한계론과, 한 명이라도 내놓고 파업을 한다면, 다음학기부터 강의를 받을 수 없다는 현실론도 그 배경이 됐다.  

결국 무산된 파업이지만 이를 제안한 시간강사의 호소는 길게 여운이 남았다. “매년 5월 15일이 되면 일부 학생들이 강사에게 꽃을 선물하기도 한다. 이것을 받는 우리는 기쁘고 감사하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씁쓸함을 금할 길 없다. 교수들은 교권을 이야기하지만 비정규직 교수들은 무엇보다 생존의 문제를 이야기 해야 한다 … 우리가 파업을 하면, 분명 교육부와 대학은 어떻게 선생이 그럴 수 있냐고 그럴 것이다. 그러면 우리는 다음과 같이 답할 수밖에 없다. 언제 당신들이 우리를 선생으로 대접한 적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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