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한예종은 重創의 시기…‘미래의 고전’ 만드는 예술학교 역할 다 하겠다”
“지금 한예종은 重創의 시기…‘미래의 고전’ 만드는 예술학교 역할 다 하겠다”
  • 최성희
  • 승인 2017.11.13 11: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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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유하는 예술’강조하는 김봉렬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

문화예술계에 변화의 바람이 그 어느 때보다 강하게 불고 있다. 문화예술 분야의 전문가를 배출하는 최전선에는 1992년 설립된 ‘한국종합예술학교’가 이름을 올리고 있다. 건축학자인 김봉렬 교수가 ‘직선’ 제7대 총장을 지냈다. 그는 4년 임기를 마치고 다시 고건축 연구자로 돌아가 『아시아의 건축』을 집필하면서 연구실을 지킬 계획이었다. 그렇지만 ‘한예종’의 바람은 그를 놔주지 않았다. 지난 8월 ‘직선제 같은 간선제’로 다시 제8대 총장직을 맡게 된 것이다.

2013년 8월 개교 20주년을 맞아 ‘한예종의 重創을 이끄는 도편수가 될 것’을 표방하며 제7대 총장 취임인사를 건넸던 김총장은 그동안 많은 변화를 이끌어냈다. 외형적으로는 서초동캠퍼스를 새 단장했고, 통합캠퍼스를 구축하기 위한‘캠퍼스2025’사업을 추진했다. 그러나 내부적으로, 다시 말해 소프트웨어쪽으로보면, ‘한예종’ 전문예술가 군단을 세계 무대 곳곳으로 내보내는 역량도 알차게 다졌다.

그의 소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캠퍼스 이전도 그의 임기중에 해결해야 한다. 이미 여러 지자체에서 러브콜을 보내왔다. 몇몇 후보지들이 거론되고 있지만 조율이 필요한 상황이다. 또한, 한예종의 예술교육을 담당해왔던 제1세대 교수들의 퇴임도 예고돼 있다. 이는 비단 한예종만의 ‘세대교체’문제는 아니지만, 예술학교라는 특수성 속에서 보다 확장된 전문예술가들 그룹에서의 세대교체라 더욱 복합적이고 중층적인 셈법이 필요한 사안이다. 인문예술과 공학의 접점 위에서 사고하고 행동해왔던 김봉렬 총장은 요즘 ‘향유하는 예술’, 한국 예술의 기반을 다지는 ‘예술교육’을 강조하고 있다. 지난 8일 오전 11시 한예종 총장실에서 그를 만났다.


대담 최익현 편집국장
사진·정리 최성희 기자
ish@kyosu.net

 

 

 


△ 먼저 연임에 대한 소감을 듣고싶다.

“총장을 맡기 이전에‘불교 건축’을 전공한 공학박사로서 한예종의 일원이 된 것만으로도 감회가 새로웠다. 한예종에서 보직을 맡아 예술계 인사가 되고 게다가 총장직도 연임하게 됐다. 총장의 역할을 두 번 하게 돼 영광이라고 생각한다. 연구자로서 개인적인 연구를 하지 못해 퇴보하는 느낌이 들기도 했지만‘이건 운명인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연구자로서의 미련도 있었지만, 적어도 학교 캠퍼스 이전문제 등 해결에 기여하고 싶었다.

내가 전공한 건축학이라는 학문은 한계 내에서 최선의 것을 찾아나가는 학문이다. 법적인 규제, 경제적 한계, 건축주의 요구 등 제약이 많다. 예술과 달리 현실과 타협도 하고 합리적 사고가 체질화돼 있다. 총장을 맡아 학교 행정을 처리하는 데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여러 면들을 고려해 최선의 방안을 찾는다. 요순시대 황제자리와 같이 총장이라는 직책도 마찬가지로 누가 총장인지 모르는 게 좋은 학교라고 생각한다. 총장으로서 여러 갈등을 치유해가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 2주기 총장직 수행에서 중요하게 추진하고자 하는 정책 방향은.

“이번 총장 출마 후 학교 비전으로 내세운 게‘더 깊게’,‘ 더 넓게’다. 한예종은 개교 이래 급성장해왔다. 그 성장의 목표는‘높이’에 대한 경쟁 이었다.‘ 더높이’의 문제에 있어 세계적으로 10위에 진입해야한다는 목표가 있다. 예술계는 특히 영미지역의 편중이 크다. 그렇다고 해서 늘 유럽시장에만 집중할 게 아니다. 한예종은 아시아권에서의 동반적인 상승을 노리고 있다.‘ 더 넓게’의 연장선으로 재작년부터 AMA프로젝트를 운영해오고 있다. 동남아시아, 중앙아시아에서 학생을 선발해 장학금과 여비를 지원한다. 한류 예술가를 키워서 한국의 역량, 아시아 전반의 역량을 향상시키자는 취지다.

‘더 깊이’란 기치는, 미래 고전을 창조하는 한예종이 되자는 비전이다. 사실 우리나라만의 예술 기반은 미약하고 미흡한 실정이다. 한예종의 목표는 궁극적으로‘미래의 고전’을 만드는 데 있다. 우리나라 예술계를 위해 조금씩 움직이고 있다. 그러다보면 인류사회에 남을 고전을 만들기 위해 노력을 하기 마련이다. 예술계의 한 획을 그을 수 있을 만큼의 굵직한 예술가들을 배출하고자 한다.”

 

△‘더넓게’‘, 더깊이’라는슬로건은굉장히철학적이다. 캠퍼스 이전 문제가 걸림돌이 되지 않겠나.

“캠퍼스 이전 문제는 조율해야하는 상황이다. 현재로서는 캠퍼스 이전이 있더라도 예술교육은 계속돼야 한다는 게 기본 방침이다. 지금도 석관동캠퍼스 건물은 무허가 상태다. 문화유적에 묶여 있어 꼼짝 못한다. 하드웨어에 묶이다보면 창작 작업에도 영향을 미치게 마련이다. 필연적으로 이전작업은 해야겠지만 예술은 사회와 소통을 해야 한다는 점에서 입지를 가장 중요시하고 있다. 각 지자체에서는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와달라고 하지만, 지역발전을 위해 학교를 희생하는 것은 옳다고 할 수 없다. 우리 학생들은 준예술가, 프로예술가로 학생이면서도 예술현장에도 투입이 된다. 예술학교의 특성상 예술의 현장에서 벗어나면 교육이 어려워진다. 세계적인 예술학교들도 다 도시에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그간 한예종은 한국적 예술교육에서 독보적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는 예술교육을 담당했던 제1세대 한예종 교수들이 있어서 가능했다. 한예종 역시 많은 교수들이 곧 퇴임하게 되는데.

“우리학교도 교수들의 세대교체 문제가 심각하다. 뜻이 맞는 비슷한 또래의 분들이 초기 학교 운영에 힘을 합쳤었다. 초창기에 임용돼 한예종을 끌고 갔던 대들보 같은 분들이 한꺼번에 퇴직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세대교체 문제로 학교 내 교수 공백문제가 있을 거 같다. 지금은 예술계 현장이 활성화 돼있기 때문에 교수로 있다가 정년 이전에 현장으로 돌아가는 경우도 많아 자주 공백이 생긴다. 초창기에는 스타플레이어들이 임용돼 홍보효과도 있고 학교 발전 면에서도 좋았다.

그렇지만 지금은 이들을 대체할 만한 교수를 좀처럼 찾기 어렵다. 하지만 새롭게 교수를 충원하는 데 있어서 우리 원칙은 분명하다. 해당 분야 실력자를 뽑는다는 것이다. 교육자로서보다 해당 예술 분야를 활발하게 이끌어나갈 수 있는 교수를 선발하는 것이 맞다. 우리학교는 실기, 현장 교육이 많기 때문에 관련 분야의 선도적인 분들을 뽑아 왔다. 예술계나 일반계도 마찬가지인데, 지금은 30~40대의 재원을 확보하기 어려워졌다. 인구가 많고, 경쟁이 많다보니 유명세만 가지고 뽑는 시대는 지났다. 20년 전에는 40~50대의 대가들이 많았다. 지금은 그렇지 않다. 이창동이나 김남윤 같은 젊은 나이의 대가들이 잘 안 보인다.이제는 다양성의 시대다. 초창기에는 특정 분야에서 예술적 지향성이 맞는 분들이 학교를 끌고 갔다면 이제는 한 방면보다는 다양한 분야에서 다양한 시각을 가진‘백가쟁명의 시대’가 온 게 아닌가 싶다.”


△ 훌륭한 예술 인재를 키워내려면 교수들 역시 유능해야 한다. 어떤 지원을 하고 있나.

“사실 국립대라 다른 재원이 없기에 교수 지원에 있어 어려운 점이 있다. 한국연구재단은 연구비 신청은 가능하지만 한예종에는 창작을 하는 교수들이 더 많다. 연구비보다는 창작비 지원이 필요하다. 창작을 하는 교수들의 경우 지원이 열악한 것이 사실이다. 어떻게 보면 창작활동 자체가 교육의 일환아닌가. 그래서 연구 창작기금을 마련할 계획이다. 모든 교수들에게 줄 수는 없지만, 특별한 사유가 있다면, 지원해주는 제도 도입을 고려하고 있다.

제한된 여건이지만 좀더 다양한 대외활동을 할 수 있게 학교차원에서 배려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본다. 잡무를 최소화하고 자율성을 준다. 학과별로 각 교수들을 믿고 맡긴다. 행정의 비효율성보다는 자율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게 사실은 최대의 지원 아니겠나(웃음). 한예종 내 6개원의 원장은 내부의 추천을 받아 임명하게 돼있다. 학과장, 원장 등 공채규정도 개별적으로 만들어서 한다. 추천을 받고 결정을 하는 것은 교수들을 믿고 학과 안에서 자율적으로 하게 돼있다.”

 

△ 지난 정부 시절‘문화예술’역시 많은 수난을 겪었다. 예술의 자율성을 어떻게 생각하나.

“예술을 통해 인간의 복지와 행복을 향상시키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 정치적 효과나 경제적 이득은 그 다음이 돼야 한다. 정치, 경제, 문화 세 분야가 사회를 구성한다. 문화는 결국 복지다.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고 휴식하게 하는 거다. 이 세 분야를 혼돈 하는 데부터 문제가 시작한다. ‘호모 루덴스’의 관점에서 보면, 예술은 무목적성을 띠고 있다. 예술이 목적을 갖기 시작하면 변질된다. 블랙리스트나 선동예술이 그런 예다. 경제가 문화 쪽으로 들어오게 되면 문화를 통해 돈을 벌자는 게 된다. 문화의 본질은 본래 돈을 써서 사람들을 즐겁게 하는 게 목적이다.‘ 문화산업’이라는말 자체가 모순적이다. 산업이 예술을 빙자해 차은택 사태와 같은 일탈 현상이 나오게 된다. 콘텐츠 산업은 육성하는 게 맞기는 하지만 경제적 논리를 쫓아가는 건 늘 문제다. 예를 들어 예술이 선행되지 않은 상업영화는 살아남을 수 없듯이 예술성이 먼저 뒷받침 돼야 한다.”

 

△ 사실 예술 분야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예술가들을 배출하고 있는데, 지원제도도 고민하고 있을 것 같다.

“근본적으로 예술을 소비 또는 향유하는 부분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 사실 활발한 공급과 수요가 있는 예술생태계가 있어 예술가들이 수용되는 사회가 이상적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예술은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최후의 영역이다. 그런데 현재 예술 교육은 예술체험 없이 단순 암기나 입시위주로 가고 있는 실정이다. 예술가를 만드는 교육이 아니라, 예술을 즐기는 것을 가르치는 교육이 필요하다.

가장 이상적인 건 ‘예술가를 지원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다. 현실은 그렇지 않기 때문에 늘 문제다. 지금 우리나라의 예술가 지원제도는 단순히 생계지원 수준에 머물러 있다. 생계지원을 하면‘누구에게 지원할 것인지’의 문제에 부딪힌다. 예술단체에 등록해야 하는데, 진짜 예술가들은 이런 행정적인‘등록’을 거부한다. 생계를 위한 지원은 예술발전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생계지원이 아닌 창작지원 형태의 지원제도로 가야한다. 예술적 성과를 낼 수 있는 방향으로 지원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한예종에서는‘예컨대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3년 정도 진행해왔는데 6억 투자를 해왔다. 학생들로부터 작품 제안서를 받아 투자를 한다. 정부에서 예산을 줄이고 있지만 예술 활동 지원제도의 실험적인 모델케이스가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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