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이 과학을 춤추게 하리라
나눔이 과학을 춤추게 하리라
  • 이승준 부산대 의대 기초과학연구소 연구교수
  • 승인 2017.11.13 09: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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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후속세대의 시선] 이승준 부산대 의대 기초과학연구소 연구교수

보편적 가치는 ‘공유’될 때 더욱 빛을 발한다. 객관적 근거를 바탕으로 진리를 추구하는 과학에 있어, 나눔과 공유는 더욱 중요하다.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연구의 시작은 선배 과학자와 동료 과학자가 일궈놓은 과학적 사실에 근거해 출발했다. 연구결과는 논문과 학회발표, 동료들과의 교류를 통해 인정받고 통렬히 비판 받으면서, 다듬어지고 때로는 스러졌다. 많은 과학자들이 함께 진리의 탑을 쌓아 가는 그 지난하고 숭고한 작업에 아주 조그만 돌조각을 덧대며 나도 독립연구자로서 내 연구 분야를 개척해 가고 있는 중이다. 뛰어난 과학자가 성취한 과학의 비약적 발전은 경이롭고 그 업적을 존경해 마지않지만, 그 또한 피땀 어린 다른 연구결과의 반석 위에서 세워져 후속 연구들을 통해 빛났다.

연구 개방성이 높은 나라에서 우수 과학 논문이 많이 나온다고 한다. 하지만, 적지 않은 시간 동안 연구 현장에 몸담고 있다 보니, 공동 연구·격의 없는 활발한 토론 등은 다소 거리가 있는 개념이라는 걸 알게 됐다. 혹자는 대한민국의 과학발전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연구의 폐쇄성을 지적하며, 과학 쇄국이라 폄하하기도 한다. 신진연구자에게 공동연구와 연구결과를 공유할 운신의 폭은 더욱 좁고, 공적 시스템 안에서 이를 지원받을 기회는 더욱 부족한 듯하다. 신진연구자들은 미래 과학기술 사회의 구성원으로, 연구자들 간 공유와 나눔의 가치를 행할 수 있는 핵심 주체이자 객체이다. 하지만 그들에 대한 처우는 미약하다. 그나마 숨통이 트이는 건, 연구재단에서 이들에게 절실한 지원을 점차 확대해 가고 있다는 점이다. 포스닥, 연구교수, 비정규직 교원 또는 연구원으로 불리면서 과학기술 사회 시스템 언저리에서 중간자로 걸쳐있는 소외된 계층이 ‘학문후속세대’라는 이름으로 불려졌다. 그리고 이들을 위한 연구비 지원이 확대되면서 이들의 가치가 주목받고 되살아났다. 마치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던 존재가 이름을 부르는 순간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됐듯이.

과학의 가치가 과학기술 사회 안에서 공유되면서 큰 걸음을 내딛을 수 있게 되듯, 나눔과 공유가 필수적인 또 하나의 큰 줄기는 바로 과학기술과 대중과의 소통이다. 국민의 세금으로 조성된 연구비로 연구자는 자신의 연구를 지속할 수 있고, 이들이 이뤄내는 과학기술 발전의 성과는 대중의 언어로 알려진다. 사회적 이슈와 맞물려 있는 과학기술은 공론화 과정을 거치기도 한다. 국민 과학기술 수준의 향상은, 공론화된 이슈들이 토론의 탁자에 오르게 하고 숙의 민주주의 과정을 거쳐 지지를 받거나 반대에 부딪힌다. 줄기세포 연구와 유전체 편집 연구의 윤리적 논란과 관련 법규 마련, 원전정책의 찬반 등, 우리는 과학기술을 합리적으로 공유하기 위한 과정에 발을 딛고 있다. 대중의 지지와 반대는 과학기술 발전의 든든한 버팀목이자 과학기술 정책 수행의 동력원이 된다. 지나치게 이상적인 생각이라 비난받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러한 인식과 가치 추구,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가는 과정이 최선의 방향임을 우리 모두는 알고 있다. 다만 그 과정이 고달프다는 걸 먼저 떠올린다. 타인을 자신의 이해 선상에 올려놓기 힘들 뿐이다. 과학자들은 과학기술의 공적 가치, 사회적 책무를 잊지 말아야 한다. 세대를 거쳐 과학기술 발전의 초석이 될 신진연구자, 학문후속세대들에게 그 가치는 더 중요할 것이다. 첫걸음이 중요한 법이다.

GDP 대비 과학기술 예산 편성은 우리나라가 세계 제일이라 한다. 이에 상응하는 연구 성과 평가는 차치하더라도, 연구자들은 충분치 못한 연구비 지원을 토로하고, 연구자 주도 과제에 대한 연구비 편성확대와 연구 자율성에 과학기술의 미래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학문후속세대들은 사회시스템 안에서 움틀 수 있는 지원에 목마르다. 하지만 이들의 목소리는 크지도 않고, 크게 낼 수도 없다. 연구자 간, 연구자와 대중 간 과학기술의 발전과 성취, 정책에 대해 더 많은 숙의 과정이 이루어지길 희망한다. 서로의 목소리에 더 귀 기울기를 바란다. 이 과정 중에 학문후속세대를 위한 환경도 보다 나아질 것이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의미가 되고 싶다’라는 시구처럼, 우리는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기 위해 나눔을 본능적으로 원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나눔의 가치가 분명, 과학을 춤추게 할 것이다. 나아가 그 과학을 향유하는 구성원들을 춤추게 할 것이다.

 

 이승준 부산대 의대 기초과학연구소 연구교수

  POSTECH에서 발달생물학 전공으로 박사를 했다. 척추동물 발생 신호전달, 암 생물학과 관련된 다수의 논문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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