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수학능력시험 단상
대학수학능력시험 단상
  • 김영석 편집기획위원/경상대 일반사회교육과
  • 승인 2017.11.07 09: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딸깍발이] 김영석 편집기획위원/경상대 일반사회교육과

올해 수능일이 며칠 남지 않았다. 지금쯤 많은 교수들이 모처에 ‘유폐’된 채 문항 하나하나를 놓고 고심에 고심을 더하고 있을 것이다. 한 문제라도 더 맞추기 위해 지난 1년을 긴장과 불안 속에 버텨온 수험생들과 학부모들을 생각하면 출제에 만전을 기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에서 시행되고 있는 대학수학능력시험과 같은 시험을 ‘고부담시험(high stake test)’이라고 한다. 시험성적으로 입학하게 될 대학의 서열이 달라지기 때문에 공부낭비, 입시위주 교육, 사교육 유발 등 다양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고 시험의 공정성에도 많은 문제제기가 이루어지고 있다. 입시 폐지에서부터 논술형 자격고사로의 대체, 절대평가, 과거 학력고사로의 복귀 등 여러 가지 대안이 제시되고 있지만 대안선택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도 만만치 않다.

문재인 대통령은 수능절대평가를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얼마 전 교육부가 내놓은 수능개편안은 어느 누구로부터도 환영받지 못했다. 그러나 내년이라고 해서 크게 달라진 대안을 내놓을 수 있을 것 같지가 않다. 교육부의 능력을 못 믿어서라기보다는 대학수학능력시험 자체가 가진 한계 때문이다. 똑같은 성격의 시험을 절대평가로 한다고 해서 입시부담이 근본적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과거의 학력고사도 일종의 절대평가였다. 등급제를 가미한다고 하지만 2008년에 목도했듯이 정권 변화에 따라 쉽게 무효화될 수 있다.

결국 근본적인 문제 해결은 시험의 성격을 바꾸지 않고서는 기대할 수 없다. 현재의 수능은 과거 김영삼 정부시절 미국의 SAT처럼 학생의 사고력을 측정하겠다는 취지하에서 개발·도입된 시험이다. 그러나 사고력 측정은 허울에 불과했고 많은 지식과 기능을 반복 숙지하지 않고서는 문제를 풀 수 없다는 점에서 기존 학력고사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다. 미국의 SAT는 일종의 지능검사형 시험으로 IQ와의 상관관계가 매우 높다. 이론적으로 보면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준비한다고 해서 점수가 크게 올라가는 것도 아니고 평소 학업성적이 좋지 않아도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는 시험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수능은 많은 지식의 암기를 요구하면서도 사고력 측정의 허울을 버리지 않은 채 다양한 지문을 활용하는 바람에 교육과정을 벗어난 출제라는 비난에 늘 직면해 왔다. 결국 사고력보다는 문제 푸는 기술을 익히는 시험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한편 지난 정부에서처럼 단순히 내신의 비중을 높인다 하더라도 입시부작용은 결코 줄어들지 않는다. 중간고사, 기말고사의 형태로 치러지는 교내 일제고사 역시 과거의 학습결과를 측정해 학생을 한 줄로 세운다는 점에서 학력고사나 대학수학능력시험과 본질적으로 같은 시험이기 때문이다. 내신 비중이 높아지는 바람에 학생들은 평소에도 입시 부담에 시달려야 했고, 그 결과 2016년 학생 1인당 사교육비는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우리와 대조적으로 미국이나 유럽 등 서구 사회의 대학입시는 크게 두 가지의 전형자료에 기반하고 있다. 첫째 교사별 수시·절대 평가에 기반한 내신, 둘째, 미래의 수학능력을 측정하는 대입시험이다. 프랑스나 독일, 북유럽에서 시행하는 논술형 대입시험도 주어진 자료나 전제조건 하에서 자신의 사고과정을 보여주는 시험이기 때문에 선행 지식의 양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우리의 본고사와는 분명히 구분된다.

수능과 내신의 역할 분담도 우리가 눈여겨봐야 할 부분이다. 내신 성적이 평소 교사의 지도에 따라 충실히 공부하면 잘 받을 수 있도록 설계된다는 것이다. 그래야 학교교육도 정상화될 수 있고, 대학수학능력에 대한 예측타당도도 높다. 그러나 내신 만으로 학생을 뽑는다면 능력은 있지만 여러 가지 사정으로 학업에 충실하지 못했던 학생들의 기회가 제한될 수 있다. 이러한 학생들의 기초 수학능력을 측정하기 위해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존재한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본연의 목적에 충실하게 출제·활용되고 내신과의 건전한 역할 분담이 이루어질 때 비로소 입시 개혁의 첫걸음을 뗄 수 있을 것이다. 대학들 역시 이제는 기준 자체가 잘못된 변별력 프레임을 과감히 벗어던지고 차별화된 교육력을 바탕으로 미래의 인재 양성에 준비해야 할 때다.
 

 

  김영석 편집기획위원/경상대 일반사회교육과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