耕者有田과 농지투기
耕者有田과 농지투기
  • 윤석원 중앙대 명예교수·농업경제학
  • 승인 2017.11.07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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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칼럼] 윤석원 중앙대 명예교수·농업경제학

30년만에 헌법개정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물론 정치권이 중심이 되고 있으나 각계 시민사회단체에서도 헌법개정에 필요한 의견수렴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농업계도 지난 10월 18일 ‘농민권리와 먹거리 기본권 실현을 위한 헌법개정 운동본부(농민헌법운동본부)’를 출범시켰다.
우리나라는 1948년 7월12일 대한민국정부수립의 기초가 된 헌법을 제정 공포한 이래 8차에 걸친 헌법개정을 경험했는데, 1988년 2월 25일 시행된 헌법이 현재에 이르고 있고 이를 다시 개정하자는 것이다.

현행 헌법에서 농업·농민과 관련된 조항은 제10장(경제)의 제121조 제1항에서 ‘국가는 경자유전의 원칙이 달성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하며, 농지의 소작제도는 금지된다’고 명시하고 있고, 제2항에서 ‘불가피한 경우 농지의 임대차와 위탁경영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인정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제123조에서 ‘농업, 어업, 중소기업을 보호 육성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최근 개헌 논의 과정에서 경자유전의 원칙을 빼자는 주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자유전이란, 주지하다시피 농지는 농민이 소유하게 하자는 의미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체제하에서는 누구든지 생산요소나 생산물의 소유가 가능할 수 있어야 하는데 왜 농지는 농민만이 소유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것인지 의아해 할 수 있다. 그러니 차제에 이를 빼자는 주장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농지가 갖고 있는 독특한 특성과 자본주의 발달과정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데서 오는 혼란이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체제에서 상품(재화)은 생산요소의 결합으로 탄생하며, 이 상품을 구입한자가 소유하게 된다. 그러나 농지(토지)는 어떤 개인이나 기업이 생산한 상품이 아니라 원래 주어진 것이다. 따라서 이를 시장에 내다 팔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돈으로 구입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사회주의 경제체제하에서는 개인의 토지(농지) 소유권을 인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자본주의 시장경제체제하에서는 모든 생산요소와 생산물 즉 재화는 시장에서 거래되고 이를 개인이 소유할 수 있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 농지도 개인의 소유권을 인정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농지의 소유와 이용에 아무런 제한이 없는 것이 아니다. 국가는 적절하게 농지의 소유와 이용에 제한을 가한다. 우리나라도 1948년 제헌과정에서 경자유전의 원칙을 규정하고, 농지개혁을 단행해 농사짓는 농민만이 원칙적으로 농지를 소유할 수 있게 했으며 소유면적도 3ha(9,000평) 이하로 제한하였었다. 농지의 이용도 농업진흥지역(절대농지) 등을 지정해 농업용 이외에는 사용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1960년대 이후 급격한 경제개발과정에서 농지소유의 제한은 점차 풀렸고 농지가 농업생산이라는 본래의 목적에서 투기의 수단으로 전락했다. 현재 원칙적으로 300평 미만의 농지는 도시인도 소유할 수 있고, 농지은행에 맡겨 임대할 경우에는 도시민의 농지소유를 무제한 허용하고 있다(농지법). 결국 도시인의 농지소유가 전국 평균 약 48%에 달하고 있으며 수도권을 비롯한 도시근교의 경우 80% 이상이 도시인들이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문제는 정작 농사를 지어야 하는 농민들은 도시인이 소유하고 있는 농지를 임차하지 않을 수 없다는 데 있다. 전체 농지의 약 43%, 농가의 약 60% 이상이 임차농가이니 지주의 횡포와 전횡이 있을 수밖에 없게 돼 있다. 이는 고율의 지대와 지주의 횡포로 피폐해져 있던 1940년대 농지개혁 당시의 농촌상황과 유사한 상황이 지금 이 시대에 농촌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그나마 ‘경자유전의 원칙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헌법의 선언적 규정마저 뺀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농지 투기를 방치한다는 것이고, 이는 국가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단견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헌법 제121조 1항을 ‘경자유전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로 바꾸고, 농업·농촌의 다원적 가치와 식량주권, 농민의 기본권 등을 반영해야 할 때다.

 

 윤석원  중앙대 명예교수·농업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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