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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7호 새로 나온 책
897호 새로 나온 책
  • 교수신문
  • 승인 2017.11.06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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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터의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는 사람들의 ‘열광적 분위기’에 다소 찬물을 끼얹는 듯, 저자 비퍼만은 루터의 종교개혁을 ‘비판하라’고 제안한다. 이 책에 담긴 비퍼만의 비판의 골자는, 한마디로 말하면, ‘독일 프로테스탄트를 다시 개혁하라’는 명제로 간단히 요약할 수 있다. 그의 개혁 요구는 독일 개신교의 지배적 이데올로기(국가주의, 주전주의, 자본주의, 반유대주의, 반집시주의, 반페미니즘)에 대한 비판에 집중돼 있다. 그의 이러한 비판이 주로 세 가지 층위에서 다각도로 진행된다. 첫째, 루터의 신학은 이데올로기이다, 그러므로 루터를 비판하라! 둘째, 루터의 이데올로기적 유산을 아무런 비판 없이 전승한 독일 프로테스탄트를 비판하라! 셋째, 루터의 유산을 전면 수용한 독일 프로테스탄트가 만든 보수적인 역사를 비판하라! 바로 이런 의미에서 비퍼만은 루터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이하는 바로 지금이야말로 ‘루터의 유산’에 대한 역사적 재평가 작업을 비판적인 관점에서 다시 시작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루터의 두 얼굴: 미완의 종교개혁, 루터에 갇힌 오늘날의 프로테스탄트』 볼프강 비퍼만 지음, 최용찬 옮김, 평사리, 278쪽, 16,000원

 

■ 계몽주의 2.0: 감정의 정치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 조지프 히스 지음, 김승진 옮김, 이마, 512쪽, 22,000원
저자가 주장하는 계몽주의는 근대적 계몽주의 프로젝트(1세대 계몽주의)를 갱신하고 업그레이드한 ‘계몽주의 2.0’이다. 2003년 인터넷 분야에서 벌어졌던 중요한 전환을 일컫는 ‘웹 2.0’에서 따온 제목이다. 웹 2.0은 이미 3.0이나 4.0, 5.0으로 이동했지만, 이성 그리고 합리성과 관련해 저자가 제안하는 사고의 전환이 인터넷 분야가 웹 2.0으로 전환했을 때 보였던 주요 특징들과 닮은 점에 착안해 붙였다. 저자는 현재의 정치 문화가 이념이나 철학, 토론이 아니라 엄청난 속도와 과잉 정보, 반복적으로 쏟아지는 뉴스, 감정과 정념에 호소하는 메시지에 지배되고 있다고 진단한다. 정치는 우파와 좌파가 아닌 비정상적인 것과 정상적인 것으로 양분됐고 비정상적인 것이 우위를 차지했다. 합리적 사고의 자리는 없다. 저자는 이러한 정치 문화가 합리적으로 바뀌기 위해서는 개인을 둘러싼 사회문화적 환경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집단 프로젝트인 합리성에 기반을 둔 정치 문화를 만들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살펴본다.

 

 

■ 냉전의 과학, 오드라 J. 울프 지음, 김명진·이종민 옮김, 궁리, 312쪽, 18,000원
냉전의 개막을 알린 원자폭탄 개발과 핵 군비경쟁에서 정부의 엄청난 (국방) 연구개발비가 낳은 현상인 군산복합체와 거대과학, 냉전시기의 제3세계를 풍미했던 개발 이데올로기, 그리고 냉전 과학기술의 군사화에 반발해 나타난 군사연구 반대운동과 그것이 이후에 미친 영향에 이르기까지, 이 책은 냉전시기 과학기술의 이야기를 미국을 중심으로 풀어놓는다. 미국의 과학사가인 저자는 방대한 문헌 연구를 바탕으로 여러 에피소드, 일화, 인물을 동원해 국가권력을 유지하고 투사하는 데 과학기술이 하는 역할을 다루고 있다.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지난 70여 년 동안 과학기술 분야에서 일어난 중요한 제도적·조직적·이데올로기적 변화가 어떤 것이었으며, 그것이 오늘날의 과학기술과 정치경제에 어떻게 뿌리를 내리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 농업으로 보는 한국통사, 김용섭 지음, 지식산업사, 232쪽, 17,000원
저자는 전작인 『東아시아 역사 속의 한국문명의 전환』에서 제시한 ‘제1, 2차 문명전환’의 개념을 원용해 세계사의 발전 단계 속에서 한국사를 조명한다. 고조선 문명은 제1차 문명전환을 겪으면서 점진적으로 국가 체제를 변혁시켜 나갔다. 그러나 조선 왕조 말기 근대 서구문명의 도전인 제2차 문명전환 단계에서는 갈라진 국론을 통합하는 지도력이 부재한 가운데(제5장), 대한제국 시기에 들어서도 지주와 時作農民 사이의 농업 모순구조를 해결하지 못하고, 일제의 침략으로 그 구조가 일본 자본주의 아래의 그것으로 전환, 존속케 됐음을 지적한다(제6장). 이러한 비극은 새로운 정세에서 대응방안을 강구해야 하는 오늘의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에 저자는 통합이념이라는 대안을 제안한다. 17세기 이래 농업상의 모순구조를 해결하지 못한 원인은 ‘홍익인간’, ‘경자유전’ 등의 원리를 적절하게 정치이념으로 수렴하지 못했기 때문이며, 우리나라는 정치이념이 서로 다른 맥족 맥국과 예족 예국이 결합해 형성됐으므로 그 정치이념 역시 두 이념을 종합한 하나의 통합이념이어야 한다는 것이다(제6장).

 

■ 대한민국 국가전략 2018, KAIST 문술미래전략대학원 미래전략연구센터 지음, 이콘, 760쪽, 27,000원
지난 2014년부터 KAIST 문술미래전략대학원과 미래전략연구센터는 대한민국 국가미래전략을 매년 발간하고 있다. 초기의 미래전략이 ‘아시아 평화중심 창조국가’라는 대전략를 설명하고 그 근거를 뒷받침하기 위해서였다면 올해는 그에 대한 설명을 간략히 하고, 실질적인 전략 62개를 제안하고 있다는 점이 이전 책들과 차이점이라 하겠다. 대한민국 국가미래전략 시리즈는 KAIST 문술미래전략대학원의 분야 분류 방법인 STEPPER를 따르고 있는데 이는 사회(S), 기술(T), 환경(E), 인구(P), 정치(P), 경제(E), 자원(R) 7개 분야를 의미한다. 내용면에서 이전 책들과 가장 큰 차이라면 ‘4차 산업혁명’에 대한 고찰이 눈에 띄게 늘었다는 점이다.

 

 

■ 블랙홀의 사생활: 블랙홀을 둘러싼 사소하고 논쟁적인 역사, 마샤 바투시액 지음, 이충호 옮김, 지상의책, 352쪽, 17,000원
블랙홀만큼 친근한 천체도 드물다. 검색창에 ‘블랙홀’을 넣어 보기만 해도 새삼 알 수 있다. 이 개념이 얼마나 여기저기에서 환영받고 있는지를 말이다. 출구 없는 매력을 지녔다는 연예인에게도, 인구를 빠르게 유입하는 지역을 빗댈 때에도, 혹은 예산 낭비의 주범이 되는 사업에 대해 표현할 때조차 누군가는 블랙홀을 끌어다 쓴다. 우리가 블랙홀이란 말을 제대로 쓰고 있는 건지, 정작 블랙홀은 어떤 천체인지 등에 대해 궁금증을 느껴본 적이 있다면 이 책 속 이야기를 특히 반가워할 것이다. 이 책은 블랙홀 개념이 생겨나기 전에 이루어졌던 중력 연구부터 오늘날 블랙홀 충돌의 증거가 발견되기까지의 역사를 들려준다. 바로 그 역사 속에서 독자들은 블랙홀의 특징에 대해 하나하나 알아가며 나아가 블랙홀의 사생활마저 목격한 느낌을 덤으로 받게 될 것이다.

 

■ 표절에 관하여, 엘렌 모렐-엥다르 지음, 이효숙 옮김, 봄날의책, 464쪽, 23,000원
오래도록 금기시됐던 ‘표절’이라는 주제는 이제 과거보다는 더 자유롭게 입에 올리게 됐다. 그러나 표절 개념은 여전히 모호하다. 창조적인 모방과 뻔뻔한 베끼기 사이의 경계가 그리 뚜렷하지 않고 유동적이기 때문이다.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판단근거를 바탕으로 하는 잣대를 갖기가 힘든 사안인 만큼, 심리적·도의적 차원의 고찰이 불가피하고, 그런 만큼 객관성 확보가 어렵다. 인터넷을 통한 지식정보의 접근이 현저히 쉬워진 오늘날 표절 문제는 과거와 또 다른 의미를 갖게 됐다. 표절 유혹이 더 많아졌는가 하면, 표절 적발이 더 쉬워지기도 했다. 저자는 표절 문제를 시의에 맞게 규정하려고 오랫동안 노력해왔다. 그는 이 문제를 역사적으로 고찰할 뿐 아니라, 창작과 모방의 관계를 밝히고, 차용과 저작권 침해를 구분하는 등, 우리의 의식 속에서 혼동을 일으켰던 개념들을 잘 정리해준다. 그뿐만 아니라 표절에 관한 풍부한 사례들을 통해 실제에서 어떻게 적용되고 또 이해관계의 충돌로 이어지는지를 증명한다. 이 책은 그동안 막연히 회자되던 표절 개념을 훨씬 체계적으로 사유할 수 있게 도와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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