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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6호 새로 나온 책
896호 새로 나온 책
  • 교수신문
  • 승인 2017.10.30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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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고급 예술’의 역사가 그림에서 외부 지시 대상을 제거하기 위한 점증적인 시도로 특징지어진다는 점은 맞다. 하지만 그런 시도가 전적으로 성공적인지는 의문의 여지가 있다. 즉 만약 실제 세계와의 모든 연관이 예술가와 감상자 모두가 의지해야 하는 풍부한 해석 관습에서 제거된다면, 과연 의미 있는 것이 남아 있을지 의문의 여지가 있는 것이다. 매우 단호하게 비재현적인 그림의 형체와 색이 자취라 할지라도 실제 세계의 형체와 색을 환기시킬 수 있다는 점뿐만 아니다. 설령 그렇지 않더라도 그림의 구조가 일반적으로 해석되는 측면에서, 더 폭넓은 범주의 많은 것들―예: 균형·대칭·복잡성·역동성 등―이 그림이 아닌 실제 대상과 사건과의 보는 이의 상호작용에 불가분하게 기초한다는 점은 필연적으로 보인다.”

― 폴 메사리스 펜실베이니아대 교수, 『비주얼 리터러시: 이미지, 정신, 현실』(이승언 옮김, 한울, 2017. 10) 중에서

■ 누가 추상적으로 사유하는가? 헤겔 지음, 백훈승 옮김, 서광사, 220쪽, 22,000원

   

이 책에 실린 헤겔의 「누가 추상적으로 사유하는가?」라는 논문은 헤겔의 저작에서 거의 유일한 종류에 속하는 작품이며 즉흥적으로 쓴 글인데, 철학적·학문적인 글이라기보다는 풍자적인 색조를 띠고 있는 작품이지만, 결정적으로 철학적인 명제들을 포함하고 있다. 이 글은 원고의 형태로 전해졌다. 벤홀트-톰젠에 의하면, 헤겔이 이 글을 출간했는지의 여부, 그리고 출간했다면 언제 했는지는 오늘날까지 알려져 있지 않다. 다만 여러 가지 자료를 통해 1807년, 밤베르크에서 쓴 것으로 추정된다. 헤겔의 이 글은 우리가 실제생활에서 과연 어떤 종류의 추상적인 사유를 하고 있는지, 그리고 과연 어떤 종류의 사유가 구체적이고 총체적인 사유인지를 묻는 데 유용하다. 또한, 이 글을 통해 헤겔은 죄와 (형)벌과 용서와 화해·관용의 문제, 자살의 문제, 인간 사이의 認定내지 승인, 배려와 보살핌 등의 문제에 대해 숙고하도록 요구한다.

   

■ 알제리 전쟁 1954-1962: 생각하는 사람들의 식민지 항쟁, 노서경 지음, 문학동네, 672쪽, 35,000원

‘알제리전쟁’이란 명칭은 보다 폭넓은 범위에서 전쟁의 내적 함의를 탐색하겠다는 저자의 의도가 담긴 선택이다. 알제리전쟁은 20세기 중반 세계를 뒤흔들었다. 비록 북아프리카에 한정되긴 했지만,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 도드라지는 시대적 징후를 압축적으로 보여준 사건이었다. 반식민주의가 확장됐고 제3세계가 부상하면서 알제리전쟁은 상징과도 같은 사건으로 자리 잡았다. 또 국가에 대한 시민의 저항과 거부는 곧 닥쳐올 프랑스의 68혁명을 예시했다고도 할 수 있다. 이 책은 1, 2부로 나눠 알제리전쟁을 조명한다. 서장에서 알제리의 장구한 역사, 알제리전쟁의 발생 배경, 경과, 복잡한 양상 전체를 요약해 보여준다. 제1부 프랑스 편은 알제리전쟁에서 제기됐던 이슈들이 프랑스 국내에서 어떤 파장을 일으켰는지 살핀다. 제2부 알제리 편에서는 알제리인 스스로가 반란자가 아닌 정당한 민족세력임을 어떻게 주장했는지 등을 상세히 다룬다.

   

■ 조선공산당 평전, 최백순 지음, 서해문집, 400쪽, 19,000원

사회주의/공산주의 운동 계열의 활동상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는 점, 활동가들의 무대가 러시아, 중국, 일본 등으로 다양했다는 점에서 이 분야의 연구는 쉽지 않다. 한 예로 새로운 자료와 연구가 발표될 때마다 극동민족대회에 참석 인원 숫자가 수정되고는 했다. 다행히 로버트 스칼라피노와 이정식, 김준엽과 김창순의 1세대 고전들이 있었고, 새로운 사실과 해석이 더해진 임경석 교수, 전명혁 교수 등의 연구가 이어졌다. 저자는 이러한 연구 성과들을 종합하는 것은 물론, 신문과 잡지 등 당시 자료까지 찾아내는 열의를 보였다. 이 책이 기존의 출판물들과 차별화되는 점은 조선공산당 창당 이전의 역사를 큰 비중으로 다뤘다는 것과 다양한 연구성과들을 흥미진진한 서사로 엮어냈다는 것이다. 저자는 조선공산당 이전의 인물들이 그 역할에 비해 우리 역사에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고, 그들의 서사가 오늘날 진보정당의 뿌리일 수도 있다고 생각해 최대한 풍부한 내용을 담으려 했다.

   

■ 종교개혁 그리고 이후 500년, 라은성·이상규·양희송 지음, 을유문화사, 400쪽, 15,000원

이 책은 2017년 10월 31일,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종교개혁 당시의 개혁 정신과 그 이후 기독교의 500년 역사를 돌아보고, 더불어 한국 교회의 역사에 대한 검토와 현재에 대한 비판적인 성찰을 담았다. 2017년은 1517년 마르틴 루터가 면죄부에 반대하는 95개조의 반박문을 게시한 지 500년이 되는 해다. 루터가 당시 아래로부터 끓어오르던 문제의식을 폭발시키며 개신교의 출발을 알린 지 500년이 된 것이다. 이 책은 하나의 종교적 사건이 아닌 세계 문명의 거대한 흐름을 바꾸어 놓은 정치, 경제, 문화적 사건인 종교개혁의 의미와 과정을 돌아보되 당시의 개혁 운동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 이 책의 특징은 종교개혁 태동부터 그 이후 500년 동안 종교개혁가들의 개혁 정신이 어디로 흘러왔는지, 개신교는 어떤 길을 걸어 왔는지 돌아본다는 데 있다. 종교개혁 500주년에 우리가 반드시 던져야 할 질문들에 답하고 있다.

   

■ 천두슈 사상선집, 천두슈 지음, 심혜영 옮김, 산지니, 578쪽, 38,000원

중국근현대사상총서 시리즈의 여섯 번째 작품. 이 책은 천두슈의 청년기부터 만년에 이르기까지 그의 삶과 사유의 역정을 담고 있다. 천두슈는 신문화운동의 창도자, 오사운동의 총사령관, 중국공산당 창당인이자 초대 당총서기로 불리며, 정치 사회 사상 문화 등 20세기 중국 현대사 전 영역에 걸쳐 큰 영향을 남긴 인물이다. 『천두슈 사상선집』은 이러한 천두슈 사유의 골간이 되는, 문제의식을 담고 있는 글, 현대 중국의 혁명사나 사상문화운동사 안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글, 천두슈의 개인적인 삶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는 글, 천두슈 연구에서 비중 있게 다루어져온 글 등 총 64편의 글을 만날 수 있다. 천두슈는 民意에 기초하고 民에 의해 시행되며 민의 이익과 민의 행복을 추구하는 민주주의 대한 강한 신념을 시종일관 견지했다. 그가 독립자주의 인격과 민주주의의 사회적 기반 위에서 궁극적으로 꿈꿨던 것은, 국가의 장벽이 철폐되고 침략적인 무기와 폐기된 평화로운 세계시민 공동체의 건설이었다.

   

■ 『콜랭 드 플랑시 문처철』에 새겨진 젊은 한국자의 영혼, 부산대 인문학연구소·부산대 점필재연구소·콜레주 드 프랑스 한국학연구소 옮김, 소명출판, 318쪽, 20,000원

모리스 쿠랑(1865~1935)은 한국에서도 「직지심체요절」을 유럽에 처음 알린 『한국서지』의 저자로 한국도서의 존재를 세계에 널리 알린 인물이자 한국학을 개척한 선구자다. 이 책에서는 모리스 쿠랑의 평전과 모리스 쿠랑의 서한자료집을 수록해 외교관, 한국학 전문가, 동양학자였던 그의 세 가지 초상을 그려내고 있다. ① 쿠랑이 한국 서울에서 근무하던 때(1891.7.3.~1892.2.25.)에 보낸 11종의 서한, ② 쿠랑이 통역관으로 중국, 일본 등에서 근무하다가 결국 전문적인 학자의 길을 선택해 프랑스에 정착하게 된 과정 속(1892.6.17.~1899.12.18.)에 보낸 10종의 서한, ③ 동양어학교 교수임용이 좌절된 이후 리옹대학에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고 결국 중국어과 교수가 돼 활동한 과정(1902.7.14.~1921.4.24.)에 보낸 12종의 서한이다. 이들 서한문에 담긴 그의 초상은 한국학이 제도적이며 학술적으로 부재했던 시기 한국학자의 초상이며 동시에 우리가 복원해야 될 젊은 한국학자의 영혼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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