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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예·성악 배우는 재미에 푹 빠져
서예·성악 배우는 재미에 푹 빠져
  • 이은정 기자
  • 승인 2003.05.0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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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조 경북대 명예교수

“강의요? 퇴임이란 게 일 그만하고 쉬라는 것인데, 뒤돌아보면 안 되죠. 그래야 쟁쟁한 후진들이 강의를 맡을 테고, 점차 학문도 성장하지 않겠어요?”

올해로 퇴임 2년 차에 접어든 이강조 경북대 명예교수(서양철학). 이 교수는 2001년 퇴임한 이래 가르치는 것 대신 배우는 것을 선택했다. 30여 년 넘게 강단에 서서 학생들을 가르치던 것이 ‘業’이었던 터라, 강단이 아닌 책상에 앉는 것이 쉬운 선택이 아니었을 법도 한데 이 교수는 오히려 지금의 생활에 매력을 느낀다고 한다. 학생들과 만날 때에는 가르친다는 사명감과 애정에서 오는 만족감과 보람이 있었다면, 지금은 스스로 배우고 싶은 것을 배우며 자족하는 기쁨을 누릴 수 있기 때문.

독일관념론을 전공한 이 교수가 지금 배우고 있는 것은 전공과는 전혀 무관한 서예와 성악. 퇴임을 하면서 그간 부족했던 집필 활동과 철학 공부에 전념할까도 생각해 봤지만, 여유를 찾고 마음을 다스리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일주일에 한 번씩 영남이공대학 평생교육원에서 운영중인 가곡반에 동료 교수와 함께 참가하고 있다. “봄이 오면 산에 들에 진달래 피네”로 시작하는 김동환의 가곡부터 ‘아베마리아’에 이르기까지 레파토리도 다양하다. 5년 전부터 배우기 시작한 서예도 퇴임 이후 본격적으로 익히고 있다. 그간 연구와 업무에 치여 제대로 배우지 못했지만 이제 실력이 부쩍 늘어 선생님에게 지적을 거의 받지 않는다.

퇴임 이후의 생활을 이 교수는 신선과 같은 생활에 비유한다.

“서예를 하는 것은 정적의 세계에서 심신을 수련한다는 것이고, 樂을 공부한다는 것은 그 극에 달하면 극락을 맛볼 수 있는 것입니다. 여기에 종교 생활을 하며 천당을 가려는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으니 퇴임 후의 삶이 왜 즐겁지 않겠습니까.”

이제 한동안 손을 놓았던 번역과 집필 작업에도 착수하기 시작했다. 이미 발간한 바 있는 ‘독일관념론 철학’의 두 번째 권을 준비하고 있는 것. 1권에 이어 헤겔을 중심으로 한 내용을 담을 예정이다. 초벌 번역을 마친 상태라 시간이 날 때마다 수정 작업에 여념이 없다.
“연소할 만한 힘이 없으면 타버릴 것도 없듯이, 체력이 좋지 않으면 의욕과 열정도 타기도 전에저하되기 마련입니다.”

자신이 강단에 서며 몸이 건강하지 못했던 이유에설까. 이 교수는 후배들에게 학문을 하려면 무엇보다도 건강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건강한 몸에서 건강한 학문의 열정이 발산될 수 있다는 것. 이교수가 후배들에게 건네는 메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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