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전환기’ 직면한 한국사회, 이상과 현실을 논하다
‘역사전환기’ 직면한 한국사회, 이상과 현실을 논하다
  • 윤상민 기자
  • 승인 2017.10.30 19: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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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회 전국역사학대회 개최
(좌)한국고고학회전시회에서공개된홍련봉2보루. 고려대고고환경연구소가2004년부터발굴중인6세기고구려관방유적이다. (우「) 단두대에도착한마리앙투아네트」(18세기경프랑스화파작품), 한국여성사학회에서는‘反逆의여성사: 혁명, 혹은 반동의 길에 선 여성들’을 주제로 마리 앙투아네트를 재조명했다. 사진출처=한국고고학회, 프랑스국립박물관연합
(좌)한국고고학회전시회에서공개된홍련봉2보루. 고려대고고환경연구소가2004년부터발굴중인6세기고구려관방유적이다. (우「) 단두대에도착한마리앙투아네트」(18세기경프랑스화파작품), 한국여성사학회에서는‘反逆의여성사: 혁명, 혹은 반동의 길에 선 여성들’을 주제로 마리 앙투아네트를 재조명했다. 사진출처=한국고고학회, 프랑스국립박물관연합

지난해 11월 1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 모인 역사학계 47개 학회 및 단체들은 ‘현 시국에 대한 역사학계의 요구’라는 시국선언문을 낭독하고 국정농단 책임자 처벌과 역사교과서 국정화 중단을 외쳤다. 이틀 전 서울여대에서 열린 제59회 전국역사학대회가 그 기폭점이었다. 이날 모였던 역사학자들의 의견이 전국 각지에 흩어진 역사학자들의 공감을 샀고 행동으로 이어진 것. 이렇게 전국역사학대회는 질곡의 한국현대사의 장면장면마다 목소리를 내 왔다.

제60회 전국역사학대회(주관 한국사연구회)가 지난 27, 28일 양일간 고려대에서 열렸다. 이번 학술대회에는 7년 만에 대회에 재참가하는 한국고고학회(회장 이남규, 한신대)를 비롯해 21개 회원학회가 참가해 풍성한 역사토론의 장을 펼쳤다.

예순 번째 주제는 ‘역사전환기 이상과 현실’이다. 이번 전국역사학대회의 주관을 맡은 정태헌 한국사연구회 회장(고려대)은 “지난해부터 한국사회가 역사의 격랑을 건너왔듯 역사학계에서도 올해 주제 선정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변화를 모색해야 할 한국 사회에 역사적 성찰의 계기를 제공하는 것이 역사학자의 역할”이라고 말하며 “거대한 ‘역사전환기’를 학문적으로 성찰하기 위해 ‘역사전환기 이상과 현실’을 주제로 설정했다”고 설명했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역사 관련 학회들이 모이는 학술대회답게 공동주제 아래 세부 설정된 각부의 주제들에서도 연구자들의 치열한 고민의 흔적이 엿보인다. 한국사부에서는 ‘한국사의 유토피아: 만들고 싶은 나라, 만들어진 국가’(한국역사연구회), ‘근대국가 수립의 이상’(한국사학회)‘역사전환기 한국사상의 이상과 도전’(한국사상사학회), 사학사부에서는 ‘병자호란이 동아시아에 미친 영향과 그 기록’(한국사학사학회), 교육사부에서는 ‘교육개혁의 이상과 현실’(한국교육사학회), 여성사부에서는 ‘反逆의 여성사: 혁명, 혹은 반동의 길에 선 여성들’(한국여성사학회)를 주제로 발표와 토론이 이어졌다.

이번 전국역사학대회가 지난 대회들과 차별화되는 지점은 ‘확산’과 ‘눈높이 확대’다. 이는 세 가지 지점에서 감지되는데 첫째로는 전문 연구자들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학술대회 현장을 학문후속세대에게 터줬다는 점이다. 허은 조직위원장(고려대)은 “학술대회가 너무 아카데믹한 측면이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며 “학생들과 신진연구자와 더 가까이 호흡하자는 문제의식으로 ‘학문후속세대의 異常과 현실’을 사전행사로 기획했다”고 밝혔다. 이 행사에서 대학원생 발표자들은 「역사 연구의 사회적 신뢰」, 「인문학 전업연구자의 경제생활-대학원생에서 신진연구자로」, 「별일 아닌 것들로 별일이 됐던 어느 날들」 등을 통해 자신들의 현실적, 학문적 문제를 거침없이 토로하기도 했다.

두 번째로는 학술대회의 문턱을 고등학생에게까지 낮춰 전국역사학대회의 외연을 확장한 것이다. 역사교육연구회가 ‘역사전환기 역사교육의 방향’을 주제로 준비한 부별발표에서는 제2부에 고등학생들의 라운드테이블이 마련됐다. 역사동아리 소속이거나 역사에 관심 있는 고등학생들은 ‘이 시대 어떤 역사를 배워야 하는가?’를 주제로 열띤 토론을 벌였고, 이어진 라운드테이블 세션에서는 ‘이 시대 어떤 역사를 가르쳐야 하는가?’를 주제로 현직 교사들의 토론이 이어졌다. 시민들은 학생들과 교사들의 토론에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며 학술대회 현장의 열기를 더욱 뜨겁게 했다.

마지막으로 학술대회장 곳곳에서 열린 3개의 전시회로 대중들에게 다가가는 전국역사학대회의 모습을 구현했다는 점이다. 한국고고학회가 주관한 ‘서울지역 고·중세 성곽의 조사 성과전’, 한국역사연구회가 주관한 ‘유사역사학과 60년’, 남북역사학자협의회가 주관한 ‘개성 만월대 발굴 동영상 상영’이 그것이다. 특히 한국고고학회의 전시에서는 지난 1999년부터 2016년까지 이어진 한양도성 성곽 발굴조사 현황도는 생생한 사진 이미지와 함께 지도로 표현돼 눈길을 사로잡았다. 강단사학의 대척점에 있는 재야사학계를 ‘유사역사학’으로 규정짓고 이들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한 ‘유사역사학과 60년’ 전시회도 시민들의 눈을 끌었다. 한국역사연구회 측은 동북아역사재단의 ‘동북아역사지도 사업’ 중단과 하버드대 ‘고대 한국 프로젝트’ 지원 사업 중단 같은 일련의 사태가 유사역사학자들의 조직적인 공격 때문이었다는 주장을 펼쳤다. 전국역사학대회의 한 소속학회가 재야사학계에 정식으로 문제제기를 한 셈이다.

2017년은 러시아혁명 100주년, 6월 항쟁 30주년의 해다. 더불어 1958년에 발족한 역사학회의 6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제60회 전국역사학대회에서 작은 등불을 켠 내적 성찰이 있었으면 어땠을까? 역사연구, 역사교육을 말하지만 도대체 역사가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이들의 자의식은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도 이제는 깊게 진단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한 개인이 태어나 60갑자를 지내는 사이에 인생의 文理가 트이는 것처럼, 역사학계가 연구·교육 부문에서 새로운 좌표를 어떻게 구체화할지 주목된다.

 

윤상민 기자 cinemonde@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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