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대학개혁
문재인 정부의 대학개혁
  • 정용길 논설위원/충남대·경영학
  • 승인 2017.10.30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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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길 논설위원
정용길 논설위원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지 6개월로 접어들고 있다. 국민과의 소통을 강조하면서 이명박·박근혜 정부 9년 동안 누적된 병폐를 하나씩 해결하고 있으며,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향한 비전과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이명박·박근혜 정권하에서 대학의 민주주의가 크게 훼손되고 대학의 자존심이 철저하게 짓밟혀졌다. 대학개혁은 잘못된 과거의 청산과 새로운 비전 제시라는 두 방향에서 접근해야 할 것이다. 이번 칼럼에서는 적폐 청산에 대한 문제를 다루고, 다음에 미래 비전에 대해 논의하기로 한다.
  
적폐 청산은 두 가지 방향에서 진행해야 한다. 첫째는 대학의 지배구조를 개혁해야 한다. 대학 민주화의 상징이었던 직선제 총장선출이 간선제로 바뀌어 대학 총장은 리더십의 정당성을 상실하고 교육부 지시에 순응하고 눈치나 살피는 허수아비로 전락했다. 대학 총장을 선출하는 방법으로 직선제와 간선제 모두 장단점이 존재한다. 

문제는 대학 구성원들이 스스로 판단하고 각 대학의 특성에 적합한 지배구조를 결정하는 합리적 토론과 결정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행 국립대학 총장선출 방법은 민주적이지도 않고 대단히 비과학적이다. 구성원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강압과 회유에 의해 결정된 것이기 때문에 태생부터 반민주적이었다. 총장 선출에 참여하는 선거인단이 선거 당일에 결정되기 때문에 이들이 총장 후보자를 판단할 정보와 기회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선거인단은 모집단 가운데 일부인 표본이고, 표본추출에는 오차가 존재하는데 현행 방법은 이를 철저히 무시하고 있다는 데서 대단히 비과학적이다. 그마저 대학이 결정한 총장 후보자를 정당한 이유 없이 임명을 거부하거나, 1순위 후보자를 제치고 2순위 후보자를 임명하는 등 교육부의 횡포는 극에 달했다. 이제 대학 총장을 선출하는 방법을 대학에 맡겨 구성원 스스로 선택하도록 해야 한다.
  
둘째,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대학에 재갈을 물리고 교육부 통제에 순응하게 만든 것이 돈을 통한 대학의 옥죄기였고, 대학의 시장화였다. PRIME, LINC, CK, ACE, BK21+, CORE 등 이름도 생소한 다양한 재정사업을 통해 대학을 정권 입맛에 길들이고 통제했다. 그 결과 대학은 비판정신이 사라지고 체제순응적인 지식인 집결소가 되고 말았으며, 취업학원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서 보듯이 부도덕한 정권과 결탁한 일부 대학은 대부분의 재정사업에 선정돼 엄청난 특혜를 누리기도 했다. 

대학을 뜻하는 ‘유니버시티(University)’는 라틴어인 ‘우니베르시타스(Universitas)’에서 유래했는데 이는 다수, 복수, 사람의 집합체 등을 뜻한다. 단체나 국가가 특정 목적으로 세운 기관이 아닌, 교수와 학생이 가르치고 배우기 위해 스스로 조직한 조합이 바로 대학의 출발점이었다. 따라서 대학은 자율과 다양성을 생명으로 하는 조직이다. 정부가 재정지원 사업을 구실로 대학을 획일화하고 통제하는 것은 대학을 말살하는 것이며, 국가의 미래를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창의력과 다양성, 그리고 역사적 소명의식이 결여된 대학이 국가와 사회에 무슨 말을 할 수 있으며 어떤 일을 할 수 있겠는가?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부산국제영화제에 참석해 지원은 하되 간섭하지 않겠다는 말을 했다. 창의력을 생명으로 하는 예술분야에 재정지원을 핑계로 정부가 간섭하는 것은 예술을 말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학도 마찬가지이다. 정부의 지원이 있되 간섭하지 말아야 한다. 한 줌도 안 되는 교육부 관료에 의해 대학의 미래가 좌지우지되는 것은 대학의 수치다. 대학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진리를 탐구하고 정의를 논하는 곳이다. 비판정신과 상상력이 넘치는 다양한 인재를 육성하는 것이 존재이유이고 역사적 소명이다. 문재인 정부의 대학개혁은 여기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정용길 논설위원/충남대·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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