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성’은 우리의 자산 … 소수자 배려 차원 만은 아니다”
“‘다양성’은 우리의 자산 … 소수자 배려 차원 만은 아니다”
  • 한태임 기자
  • 승인 2017.10.30 14: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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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_ 『서울대 다양성 보고서』 발간한 노정혜 서울대 다양성위원회 위원장

서울대 다양성위원회가 국내 대학 최초로 『다양성보고서』를 내놨다. 서울대 전 구성원들을 성별·국적·사회경제적 조건 등을 기준으로 ‘다양성’ 관점에서 자체 분석한 보고서다. 다양성 기구가 설치돼 있는 해외 유수 대학들도 매년 다양성보고서를 발간하긴 하지만, 이렇게 전 구성원에 대한 체계적 분류를 담은 보고서는 찾아보기 어렵다고 한다.

작년 3월 출범한 서울대 다양성위원회는 “다양성 관점에서 대학과 사회를 바라보면 그동안 보이지 않던 많은 장벽들이 보이기 시작하고, 공동체와 그 안에서의 개인의 발전을 위한 새로운 질문이 제기된다”고 믿고 있다. 서울대 다양성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여느 때보다 바쁜 날들을 보내고 있는 노정혜 교수(생명과학부)를 서면으로 만났다.

정리: 한태임 기자 hantaeim@kyosu.net

 

△서울대 모든 구성원들을 다양성 관점에서 들여다봤다. 이렇게 ‘다양성’에 주목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여학생 대비 ‘여교수’의 숫자가 균형 잡힌 교육을 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는 여교수회의 문제의식에서 시작됐다. 그러나 오로지 양성평등 문제에만 집중하기보다는 학교 발전을 위해 좀 더 포괄적인 가치를 추구하기로 뜻을 모았다. ‘다양성’은 성평등을 포함하는 포괄적 개념이라고 보면 된다. ‘다양성’은 해외 유수의 대학들, 특히 북미와 유럽 지역 대학에서는 대학이 추구하는 핵심가치 중 하나로 여겨지고 있다. 서울대가 지향하는 목표인 ‘세계를 선도하는 창의적 지식공동체’가 되려면, 구성원이나 학교 운영의 측면에서 ‘다양성’을 확보해야 할 것이다.”

△우리 사회에 ‘다양성’이 특히 필요한 이유가 뭔가.
“우리 사회는 단일 민족이라는 점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면서 ‘일체감’을 강조해왔다. 그러다 보니 동질성이 강조됐고, 다양성이나 차이는 간과된 측면이 있다. 1990년대 이후 외국인 근로자나 국제결혼이 많아지면서 사회구성원이 다양화됐고, 대학에도 외국인 학생들과 교수들이 많아졌다. 아직 제도적·의식적으로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국제화’가 일어난 거다. 그런데 이들을 ‘외부인’이라는 시선으로 바라보면, 문화나 제도 면에서 큰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다. 그래서 관점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들을 우리 사회의 ‘자산’으로 바라보면 어떨까. 소수자를 배려하는 차원이 아니라, 다양한 경험과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의 ‘공존’이 우리 사회에 힘이 된다는 데서 다양성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
다양성이란 용어가 가장 많이 사용되는 분야는 ‘생물학’이다. 다양성은 특정 생물종의 생존과 진화, 지구 생태계의 건강성을 유지하는 데 핵심적으로 필요한 요인이다. 한 가지 생물종 내에서도 형질이 약간씩 다른 변종들이 존재해야, 환경이 바뀌어도 살아남는 개체들이 있게 마련이고, 그래야 멸종을 피할 수 있다. 동일한 형질을 가진 개체들로만 이뤄져 있으면 그 집단은 환경적 역조건에서 몰살할 위험이 있다. 생물계에서 다양성이 필요한 이유는 마찬가지로 인간 사회에도 적용된다고 본다.”

△이번 보고서를 만들면서 특히 주목했던 부분은. 
“‘다양성’ 보고서인 만큼, 서울대의 전 구성원을 포함시키고자 노력했다. 해마다 발간되는 학교 공식 통계연보에서 누락된 그룹들을 찾아 넣었다. 비전임 교원이나 연구원, 행정인력 등도 내부 구성을 체계적으로 분류해봤다. 비전임 교원이나 연구원의 경우, 직명이 매우 복잡하게 돼있고 기관마다 차이가 있었다. 이들을 전업(full-time)과 교류(part-time)인력으로 대별해 통계를 합리화했다. 모든 구성원과 대학생활 지원에 대해 ‘성별 통계’를 제시한 것도 큰 의미가 있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결과는, 학부나 대학원의 여학생 비율이 41~43% 정도인데 비해 전임 여교수의 비율은 15%로 턱없이 적었다는 점이다. 박사급 비전임 전업 연구원/교원 2천168명 중 58%가 여성일 정도로 이미 대학과 연구계에 능력을 갖춘 여성인재가 많은데 말이다.”

△다양한 구성원 통계 중에서도 ‘교수’ 분야가 눈에 띈다. 여전히 서울대 내부에서도 ‘서울대 학부 출신의 남성 전임교원’ 쏠림 현상이 두드러지던데.
“그렇다. 이번 보고서에서는 ‘서울대 학부 출신 남성 전임교원’ 쏠림 현상이 통계로 확인이 됐다. 하지만 임용시기와 직급을 변수로 분석을 해봤더니 긍정적 변화도 감지됐다. 예를 들면, 타교 학부출신은 ‘조교수’로 갈수록 눈에 띄게 증가했다. 1999년 개정된 교육공무원법에서 본교 학부출신이 3분의 2를 초과하지 않도록 한 규정이 장기적인 효과를 발휘한 거다. 여성교원 비율도 정교수보다는 조교수 집단이 높다. 이런 긍정적 변화들이 앞으로 좀 더 힘을 받게 되길 기대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다양성위원회는 9월 8일에 국공립대여교수연합회, 4당 국회의원(나경원·김세연· 박경미·오세정)과 함께 ‘양성평등임용 확대를 위한 교육공무원법 개정 공청회’를 개최했었다. 그리고 9월 29일에는 오세정 의원(국민의당) 대표발의로 교육공무원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국회에 상정됐다. 개정안에는 대학 교원 신규채용 관련 조항에 ‘다양성’ 개념을 넣어, 앞으로 교원 신규채용에 있어 출신학교 뿐 아니라 성별도 편중되지 않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의미 있는 작업 같다. 앞으로의 계획도 궁금하다.
“다양성위원회는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다양한 구성원에 대한 ‘통계 자료’를 구축하고, 적절한 ‘다양성 지표’를 개발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과소대표된 구성원의 대표성을 높이는 것은 물론이고, 외국인 교수 및 학생 지원 방안을 마련하는 등, 다양성 증진을 위해 전방위적인 노력을 할 것이다. 가능하다면 다른 대학들과도 다양성 문화를 확산하는 일에 공조하고 싶다. 다양성위원회가 설립된 지 1년 반이 지났지만 아직도 이 기구가 무엇을 하는지, 왜 필요한지 모르는 분들이 많다. 다양성 이슈에 관심 있는 분들 눈에만 보이는 거다. 다양성위원회의 비전과 활동을 학내외에 알리는 작업도 함께 병행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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