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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34명 '자퇴 선언' 밝히기도
학생 34명 '자퇴 선언' 밝히기도
  • 최성희
  • 승인 2017.10.30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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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신대 총장 선임 후 후폭풍

회의에서 투표를 통해 총장직에 선임됐지만 한신대 내부에선 ‘총장’ 반대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결국 34명의 학생이 ‘스스로’ 자퇴서를 제출하는 사태까지 이르렀다. 한신대는 모체가 신학교고, 성격은 종합대이기 때문에 ‘총장 리더십’에 구성원들의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지난해 3월부터 4자협의회를 통해 민주적인 총장 선임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던 일부 교수들과 학생들은 학내 문제로 불거진 학생들의 집단 반발은 1980년대 말 이후 처음이다.

9월 21일 한신대 총학생회 기자회견 모습.
9월 21일 한신대 총학생회 기자회견 모습.

연 총장 선임 문제에는 몇 가지 서로 다른 기류가 흐르고 있다. 이 기류가 충돌하면서 문제가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4자협의회가 총장후보자 선거규정을 만들었고, 이에 따라 총학생회와 교수협의회가 투표를 거쳐 1, 2위 후보자를 냈다. 그런데 이사회는 이 규정안과 규정안에 의거한 후보자들을 거부했다. 반면, 이사회 상위기구랄 수 있는 101회 기장총회에서는 이사회 사퇴와 함께 한신특위(한신대 개혁발전특별위원회)로 하여금 총장직무대행을 선출하고 한신대 정관을 개정하도록 결의했다. 이사회에서는 총장 선임은 이사회의 고유 권한이라고 주장하면서 그들만의 투표로 총장을 선임했다.

실제로 교수협의회 ‘총장후보자선거규정(1989년 5월 9일 제정)’ 제4장 제5조에 따르면 총장후보자 선거는 입후보자를 선정하기 위한 예비선거와 본선거로 절차가 나뉜다. 예비선거에서 교수, 학생, 교직원, 학교당국이 참여해 학내 사안을 다루는 기구인 4자협의회의 추천을 통해 후보를 정하게 돼있다. 올해 교수, 학생, 교직원을 3:1:1의 비중의 가중치를 두는 내용의 총장후보자 선거규정을 만들었다. 각각 2명의 총장 후보자 추천 후 교수협의회에서 2명의 후보자를 올리는 방식이다.

또한, 연 총장의 도덕성 문제도 논란이 되고 있다. 한신대 총학생회와 신학대학 학생들이 주축이 된 민주한신을위한신학대학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 측이 크게 문제 삼고 있는 부분이다. 공식적인 사실로 표면화된 것은 학위논문 표절 문제다. 연 총장은 석사학위 논문 표절 의혹에 대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통례’라고 해명했지만, 비대위 측은‘통례’라고 해서 표절이 가려지는 건 아니라고 보고 있다. 학자로서 중대한 윤리적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연 총장의 발목을 잡는 또 다른 문제점은 없을까. 자퇴서를 제출한 한 학생은“연 총장의 신학대학 안팎의 의혹들 말고도, 101회 기장총회(2016년 9월 29일)때 사퇴권고를 받은 자격 없는 이사회가 총장 초빙 광고를 낸 것이기에 선임 무효로 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당시 한신대 이사회가 ‘사퇴’하겠다고 했다가 이를 번복하고 총장 선임에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는 지적이다.

이번 한신대 사태에는 그간 ‘한신 민주주의’의 최전선 역할을 해왔던 ‘교수협의회’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할 정도로 무너진 것도 한몫한다. 9월 8일 전체교수회의는 성원 미달로 성사되지 못했고, 교협 의장마저 사퇴하고 말았다. 그는 이후 연 총장 체제로 들어갔다. 교협 의장을 지낸 한 교수는 “교수들이 외부에서는 ‘적폐청산’, ‘총장직선제’를 외치지만, 학교 내부에서는 말을 고치거나 침묵하고 있는 상황에서 학생들이 오히려 올곧은 선택을 했다”고 사태를 진단했다.

학생 34명이 자퇴하겠다고 하면서까지 총장 선임을 반대하고 있는 가운데 한신대 교수사회는 이렇다할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새 총장을 지지하는 교수들, 반대하는 교수들, 그리고 무관심한 교수들로 갈라져 있다. 한 교수는 “한신대 교수사회는 이른바 ‘성골’, ‘진골’ 등으로 비유될 정도로 골 깊게 갈라져 분열돼 있다. 교수들이 한 목소리를 내기가 애초부터 어려운 구조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다보니 학생들의 연이은 자퇴 소식에도 교수들은 교육자로서 어떤 책임 있는 모습을 제대로 보이지 못하고 있다.

이런 논란에도 한신대 측은 “총장 선임은 이사회와 기장총회의 공식 인준을 받았기 때문에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학교 관계자는“학생들이 자퇴서를 제출한 건 학내 의견을 수용하지 않은 것에 대한 항의일 뿐이며, 자퇴는 총장 승인 절차를 거쳐야 하는 사안이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총장직이 오래 비어있었던 만큼 소모적인 반대 논리보다는 (새로운 총장을 중심으로) 학교 발전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비대위의 한 학생은 “우리들은 예비 목회자들이다. 그렇기에 총장 선임에 있어 윤리적인 문제는 굉장히 중요할 수밖에 없다. 자퇴는 예정대로 진행하겠다”고 강조했다. 4학년 2학기 한 학기를 남겨놓고 자퇴결의를 한 한 학생은 “총장과 이사회의 독단적인 대학 운영은 사회 정서문제로 봐도 문제다”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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