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4 06:20 (수)
‘알파고 쇼크’에 대한 해법, 고등직업교육에서 찾는다
‘알파고 쇼크’에 대한 해법, 고등직업교육에서 찾는다
  • 강승규 경기도일자리재단 연구원
  • 승인 2017.10.30 14: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다시 전문대를 생각한다

 

작년 3월 15일, 우리는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Google Deepmind Challenge Match)’라 불린 ‘알파고(AlphaGo)’와 이세돌의 바둑 대결에서 우리는 인류가 바둑으로 기계에 패배하는 모습을 목격했다. 바둑에서의 인류의 패배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북아시아에서 더욱 크게 다가왔을 것이다. 마치 언제 소련의 탄두가 미국 본토를 타격할지 모른다는 냉전시대에서 미국이 겪었던 ‘스푸트니크 쇼크’는 60년이 지난 지금 인류가 기계에 밀려 설자리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우려와 공포감으로 우리에게 엄습했다. 그야말로 ‘알파고 쇼크’라고 부를 수 있겠다.

일견 상관없어 보이는 두 사건의 접점에서 우리는 어떤 교훈을 찾을 수 있을까? 사람들은 충격을 겪게 되면 이러한 충격으로부터 안전한지, 잘 대응하고 있는지 확인하려 한다. 그리고 이러한 위기의식은 충격에 대한 대책의 요구와 비판으로 귀결된다. 그렇다면 시론의 비판과 요구는 어디로 향하고 있을까? 놀랍게도 그 어떠한 기업도, 산업현장도 아닌 ‘교육현장’에 있다. 빠르게 변화하는 과학기술의 변화에 맞는 인재양성과 훈련, 인력공급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아마도 교육이 인간사회의 기저에서 시대의 변화를 추동하길 바라기 때문일 것이다.

미래에 대한 사회적 談論이 그 어느 때보다도 풍족하다. 박재민 건국대 교수(기술경영학과)는 『GJF 고용이슈 리포트』에 수록된 그의 한 논고에서 “상처는 깊지 않을지 모르지만 상흔은 가장 넓을 수 있다….”며 4차 산업혁명이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을 표현했다. 4차 산업혁명이 고용불안과 일자리대체를 유발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화두로 떠오른 단어가 있다. 바로 ‘미스매치’ 즉, 不一致를 말한다. 4차 산업혁명으로 발생한 변화가 그 어느 때보다도 보편적으로 발생하며 넓은 상흔을 남긴다면 구조적 미스매치는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점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자동차의 속도가 빠르면 스키드 마크(Skid mark)가 길고 짙은 법이다. 어쩌면 기계에 의한 일자리 대체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구조적 미스매치의 완화일 수 있다.

해답은 고등직업교육에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고등직업교육의 산실인 전문대는 이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교육의 변화와 대응은 결국 어떤 인재를, 어떻게 길러내야 하는가?‘라는 질문으로 귀결된다.

특히 4차 산업혁명 시대라 부르는 요즈음, 교육현장과 산업현장의 경계가 옅어지기를 바라는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다. 다행히 우리사회 전문대는 인간의 ‘職’과 밀접한 관련을 갖고 산업현장에 기여하는 인재를 배출하는데 기여할 수 있는 제도와 교육체제를 갖추고 있다. 전문대는 기술발전의 일선인 산업현장의 변화에 맞춰 시대가 요구하는 인재를 배출하는 기능에 더욱 집중할 필요가 있다.

직업교육의 근본적인 혁신을 통해 새로운 지식과 기술을 통찰·융합해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창의적인 능력을 갖춘 인재 양성에 초점을 두고 역량중심의 교육을 펼쳐야 한다. 또한 일자리와 직무의 변화를 고려해 취업 이후에도 지속적인 자기개발과 직무훈련, 진로설계를 할 수 있는 능력 배양할 수 있도록 학령인구를 넘어선 ‘평생직업교육체제’로 전환해야 한다. 이러한 미래 직업교육의 혁신을 위해 전문대 역할의 강화와 지원이 절실하다.

세계 최초의 인공위성 발사, 첫 우주비행사의 달 착륙을 산업혁명이라 부르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이 사건들이 인류사회에 미친 영향이 적다고 평가하는 사람이 있을까? 이 사건들은 분명 근간을 흔들고 변화를 추동했다. 중요한 것은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이 변화가 4차 산업혁명이라는 이름을 붙일 만한 것인지에 대한 可否가 아니다.

스푸트니크 쇼크를 겪은 미국인과 알파고 쇼크를 겪은 한국인. 세계 최초의 인공위성 발사 타이틀을 내준 미국과 인간이 패배하지 않을 것이라던 바둑에서 최정상을 내준 우리나라. 묘하게 닮은 구석이 있다. 미국은 쇼크를 기회로 삼아 한 교육체계부터 수학과 과학을 중심으로 전환했고 지금까지 세계 최고의 과학기술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고등직업교육의 강화에서 해법의 실마리를 찾을 필요가 있다.

시론은 기저에서 교육이 변화해 시대를 추종하기를 요구하고 있다. 교육의 패러다임이 진화해야 한다. 단순한 지식전수에서 경험과 역량강화 중심으로. 일방적이고 고정적인 교육에서 협력과 신속·유연한 대응이 필요하다. 4차 산업혁명 혹은 그 변화의 명칭이 어떻든 교육의 패러다임은 변화할 것이다. 일률적인 산업인력의 양성·제공을 넘어서 능력중심사회의 구현을 위해 전문대를 중심으로 신속하고 유연한 역량중심의 직업교육을 펼쳐야 한다. 직업교육 외 경험을 제공하면서 학령인구를 넘어선 ‘평생직업교육체제’로 전환돼야 한다. 이러한 교육 패러다임 변화 속 알파고 쇼크가 단순한 충격에 지나지 않는 기회로 작용하기 위해 전문대 역할의 강화를 위한 정책 수립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강승규 경기도일자리재단 연구원  기획연구조사본부 조사분석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