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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 고찰로 ‘美軍 없는 한미동맹’ 가능성 타진
역사적 고찰로 ‘美軍 없는 한미동맹’ 가능성 타진
  • 강성민 기자
  • 승인 2003.05.0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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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산책 : 『주한미군: 역사·쟁점·전망』(김일영·조성렬 지음, 한울 刊)과 『반미교과서』(홍성태 글·노

국내엔 초대받지 못한 두 외부세력이 있다. 같은 땅을 딛고 같은 공기를 마시지만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는 두 집단. 그 하나는 역사도 오래된 주한미군이고, 다른 하나는 외국인노동자들이다.

그 둘과 우리 사회의 관계를 정상으로 되돌려놓자는 의견들이 요즘 들어 많이 표출되고 있다. 외국인노동자에 대해서는 평화와 인권을 고민하는 학자들의 논문이 줄을 잇고 있다. 그런 중에 ‘고용허가제’ 같은 쟁점과 대안들이 도출되는 등 어찌됐건 피해자측에 더 나은 방향으로 상황이 흘러가는 중이다.

그러나 주한미군 문제는 답이 안 보이는 상황이다.  과연 소파 불평등의 본질적인 조항들이 고쳐질지, 마당을 내놓고 안방을 차지하려는 의정부 미군기지 이전을 무산시킬 수 있을지, 남의 국보급 문화유산에 드릴을 갖다대려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방적인 자기편의주의를 포기시킬 수 있을지 자신이 없다.

이 점에서 두 명의 정치학자가 주한미군의 역사, 쟁점, 전망을 정리하고 분석한 ‘주한미군’이란 책은 매우 소중한 학문적 성과물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이 ‘노근리에서 매향리까지’, ‘미군범죄와 한·미 SOFA’ 등 기존의 주한미군 관련서와 다른 점은 객관적이고 역사적인 서술 지평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이다. 앞의 책들은 사실, 후자를 예를 들면 저자가 ‘주한미군범죄근절운동본부’인 것처럼 미군에게 피해를 입은 사람의 입장을 대변하는 일종의 고발문, 호소문에 가깝다. 반면 이 책은 지금의 상황이 반미시위를 비롯해 50년 한미공조의 틀이 가장 심각하게 흔들리고 있다는 현실 인식 속에서 과거 주한미군이 왜 필요했고, 어떤 역할을 했는지, 앞으로 한반도에 평화체제가 구축되거나 통일이 될 경우에도 주한미군이 계속 필요한지, 만약 그렇다면, 그들의 지위는 어떻게 재조정해야 하는지 등의 의문을 본격적으로 다뤘다.

책의 1장에서는 한·미동맹의 원형이 형성되는 과정을 살핀다. 1953년 체결된 한·미동맹은 ‘한·미 상호방위조약’과 ‘정전협정’ 그리고 ‘한·미 합의 의사록’ 세가지를 아우른 것으로 현재 논란이 되는 쟁점의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다. 2장은 종전 이후 현재에 이르기까지 주한미군의 규모, 편제, 전력 운영방식의 변화를 고찰했고, 이어서 한반도 핵의 역사와 냉전 후 미국의 군사전략 전환이 주한미군을 포함한 동아시아 미군에 미친 영향을 짚었다.

결론에서는 앞으로 21세기 한·미 동맹의 세가지 시나리오와 주한미군의 향방을 ‘동맹의 강화와 주한미군의 재편’, ‘동맹의 유연화와 주한미군의 조정’, ‘미군 없는 정치동맹’의 차원에서 각각의 현실적 가능성을 짚어보고 있다.
그런데, 이 책은 가치중립적이고, 국제적인 정치사회 지형에서의 주한미군은 잘 드러내고 있지만, 일상에서, 환경문제나 도시문제 같은 현실의 삶에서 주한미군이 어떤 위상을 차지하고 있는지는 알려주지 못하고 있다. 한국의 열악한 정치적 지위를 깨닫는 일은 여전히 중요하다는 점에서 ‘생각하는 한국인을 위한 반미교과서’ 같은 책은 유용하다. 이 책은 총4개의 장 중에서 1개의 장을 주한미군에 할애하고 있는데, 현장을 찾아다니는 사회학자의 날카로운 시각과 주한미군에 대한 인간적이고 양심적인 비판이 잘 어우러지고 있다.

저자가 수년간 쓴 미국 관련 칼럼을 모은 이 책에서 가장 먼저 눈을 끄는 것은 반미를 누그러뜨리려는 전반적인 사회분위기에 맞서 제목을 ‘반미교과서’로 잡고 있다는 것이다. 즉 대중들의 수세적 반미정서를 극복하는 긍정적이고 다소 공세적인 반미담론을 제시하고 있다. 저자의 말을 들어보자.

“오랫동안 이 땅에선 친미만이 올바른 방법인 것처럼 여겨졌다. 이런 상황이 반미가 나타난 구조적 원인이다. 촛불시위로 국민적 현상으로 나타난 반미는 무려 반세기도 넘게 이어진 불평등한 한미관계의 이면인 것이다. 친미파나 지미파들도 이 사실을 모르진 않을 것이다”에서 보이듯 금기를 깨는 용기가 있을 때라야만 미국과 수평적 관계에 설 수 있다고 주장하는 저자는 미국이라는 나라 자체가 가지고 있는 문제, 한미관계를 맺는 과정에서 생긴 문제와 갈등, 우리 내부에서 미국에 대한 입장차이로 인해 파생된 문제에 대해 오늘의 시각에서 재점검하고 있다. 페이지마다 큼직하게 들어간 사진가 노순택씨의 컷은 한미간의 불평등한 관계를 섬짓하게 陰畵시켜서 보여주는 포토저널리즘의 진면목을 맛보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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