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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美관계의 과거와 미래
韓美관계의 과거와 미래
  • 임현진 논설위원
  • 승인 2003.05.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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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정론

최근 한미관계가 껄끄럽다. 한국의 非전투병력 이라크 파병으로 저간의 한국과 미국 사이의 불편한 관계가 표면상 해소된 것처럼 보이지만, 북한의 핵개발에 대한 해법차로 두 나라 사이에 갈등은 여전히 내연해 있다.

오늘의 한미갈등을 적확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서로를 비판적으로 독해할 필요가 있다. 미국은 9·11테러 이후 철저한 자기방어의 논리로 공세적 세계제패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세계적 반전시위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이라크 침공과 점령이 강행된 것도 이러한 ‘힘’에 의한 현실주의 세계질서관에 연유한다.

부시정부는 미국만이 공공선을 국제적으로 행사할 수 있다는 과신에 차있다. 세계최강국으로서 미국이 국제사회에서 보이지 않게 따돌림을 받고 있는 까닭도 결국 독선과 오만 때문이다. 근래에 들어 한국에 나타난 반미감정은 작년말 여중생 사망으로 발단됐지만 그 배경은 부시정부의 일방주의적 대외정책에 기인한다. 

원래 한국은 反美 보다 親美가 호소력이 센 나라였다. 그러나 작금 한미관계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기성세대의 동맹관이 젊은 세대의 종속관으로 대체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한미관계나 남북관계를 둘러싼 세대간 보혁갈등의 원인이기도 하다.
일제 식민지로부터의 해방자와 공산침략으로부터의 수호자로서 미국이라는 동맹관이, 한국에 대한 원조와 지원이 동북아지역에서의 미국의 안보와 경제 이익 추구라는 종속관에 의해 도전받고 있다.   

그러나 한미관계를 우호적으로 보는 동맹관이나 예속적으로 보는 종속관 모두 한계가 있다. 역사적으로 한미관계가 균형적이지 못했지만, 미국이라는 보호막 없이 한국이 이룬 산업화와 민주화를 상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오히려 중요한 문제는 대부분 한국인의 아비투스가 미국화돼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의 입장에서 用美를 외치기 전에 批美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이다.
한미관계는 서로 국익의 문제이기에 감정보다 이성으로 접근해야 한다. 미국은 한국인들에게 멀고도 가까운 나라지만, 한국은 미국인들에게 멀고도 먼 나라다. 한국에 知美가 없는 것보다 미국에 知韓이 더욱 적다. 한국과 미국 사이의 광범한 경제와 문화 교류의 폭에도 불구하고 일반대중들은 서로 소원하다. 지한의 대상이 정치인·기업인·지식인 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여론에 민감한 사회다. 바람직한 한미관계의 내일을 위해서는 풀뿌리 수준에서의 이해와 교류 범위를 넓힐 수 있는 시민사회 네트워크 구축이 필수적이다. 과거 한 세기의 명암을 반추해 새로운 한 세기의 미래를 성찰하는 거시적 관점이 시급하다.             

임현진/ 논설위원·서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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