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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쟁점 : 동양학계의 활발한 논쟁들
학술쟁점 : 동양학계의 활발한 논쟁들
  • 강성민 기자
  • 승인 2003.04.2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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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고받는 세가지 爭論 풍경…현실에 밀착한 公論 만들 때

동양학계에 논쟁문화가 자리잡고 있다. 세부적인 학설논쟁부터 전공을 가로지르는 사상논쟁까지 다양한 입장들이 격론 속에 펼쳐지고 있다. 동양학계가 이렇듯 논쟁적이 된 데는 예문동양사상연구원이 펴내는 ‘오늘의 동양사상’이 큰 역할을 했다. 재작년부터 지금까지 4호 연속 연일 비판과 반론이 끊어지질 않으며 필자들의 참가도나 열기도 꾸준히 유지해가고 있는 것이다.

同學들의 연구에 관심 쏠려
올 4월에 나온 ‘오늘의 동양사상’ 봄·여름호(8호)에서 현재 진행중인 논쟁은 세가지다. 먼저 김진석 인하대 교수(철학)와 동양학자들 간의 다소 클라이막스를 지난 논쟁이다. 한때 김형효 한국정신문화연구원 교수(철학), 이진우 계명대 교수(철학) 등이 쟁론을 벌여 많은 이들의 관심을 모았던 이 논쟁은 비판을 받고 있는 당사자인 김진석 교수가 묵묵부답이라 다소 맥이 풀린 모습이다. 이번 호에는 박경일 경희대 교수(영문학)가 지난 호에 이어 비판을 이어갔는데, 김 교수의 동양학 비판이 불교를 제외한 것이어서 한계가 있으며, 또한 서구중심적인 시각과 함께, 지나치게 사변적이고, 논거제시가 확실치 않다고 비판했다. 다른 축에서는 불교를 비롯한 노자사상이 서구보다 훨씬 강도높은 해체론적 씨앗을 품고 있다고 역설했다.
다음은 김진 울산대 교수(철학)와 한자경 이화여대 교수(철학) 간의 불교와 칸트의 자아인식론을 둘러싼 논쟁이다. 이는 현재 당사자들은 잠시 물러서 있고, 관련 전공자 4명이 새롭게 등장해 불교인식론에서 ‘無我와 輪回의 관계’를 대립·모순으로 볼 것인지, 양립 가능한 것으로 볼 것인지 등으로 논의를 좁혀 입장을 밝히고 있다.
세번째. 율곡으로 박사논문을 쓴 정원재 서울대 강사(철학)에 대한 이상익 영산대 교수(철학)의 재반론과 그에 대한 답변이다. 이상익 교수가 정 박사가 보는 지각론자로서의 이율곡에 회의를 표명했지만, 정원재 박사는 이 교수가 자신의 논문을 오독, 왜곡할 뿐이며 전체적인 관점에서 이이 철학을 보지 못한다고 역 비판했다.
무아와 윤회에 대해 학자들의 입장을 이끌어낸 특집은 의미가 깊다. 불교철학의 핵심이면서도 정작 이 분야에서 설득력 있는 견해가 별로 없었고, 그 와중에 나온 김진 교수의 학문적 성과에 대해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갖고 독해하고 평가하는 문화를 만들어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논쟁의 방식이나, 전공의 벽을 넘어 적용하는 부분에서는 문제점도 많이 보인다. 말꼬리를 잡는 듯한 논리학적 대화가 가장 눈에 띄고, 전체적으로 승패를 겨루는 듯한 네거티브한 논의는 답답함을 안겨준다.

“잡지 대 잡지로 붙어보자”
“전공자도 아니면서 함부로 말한다”는 권위적인 논투도 묻어나온다. 뼛속 깊이 자리잡은 전공주의가 아직 만연하다는 증거다. 동양학계의 논쟁들이 외부의 관심을 크게 받지 못하는 것도 여기 원인이 있을 수 있다. ‘오늘의 동양사상’의 편집주간을 맡고 있는 홍원식 계명대 교수(철학)의 말을 들어봐도 상황은 그리 밝은 게 아니다. “요즘 동양담론이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학진 프로젝트 외에는 글을 잘 쓰려들지 않는다”고 어려움을 토로한다.
홍 교수는 그래서 ‘오늘의 동양사상’과 함께 최근 동양학계의 3대 잡지인 ‘동아시아의 문화와 사상’, ‘전통과현대’의 편집주간들과 이런 고민을 갖고 3자회동을 했다. ‘동아시아의 문화와 사상’이 10호를 맞게 돼 마련된 자리였는데, 여기서 “하나의 잡지로 아무리 갑론을박을 해봐야 제자리걸음에 그치니, 아예 잡지 대 잡지로 붙어보자”는 의견이 나왔다. 가령 사회과학 전공자들로 이뤄졌고 전통과 보수가 강한 ‘전통과현대’, 유교의 재해석을 통한 유교의 부활을 꿈꾸는 ‘동아시아의 문화와 사상’, 다양한 동양철학을 총괄하고자 하는 ‘오늘의 동양사상’ 등 색깔과 이념이 다르니 특집 등의 형식을 통해 한번씩 주고받을 수 있지 않느냐는 것이다.
지난 1997년경 동양담론의 활황기에 창간된 세 잡지 모두 한 호흡에 달려왔던 호시절의 마침표를 찍고 있다. 이제 제2의 발전기를 돌려야 할 시점. 홍 주간은 “동료들의 작업에 대한 애정어린 비판을 계속 강화하고, 중국의 민족주의적 공자해석 등 대륙철학에 대한 비판작업도 병행”해가면서 다소 공중에 붕 뜬 듯한 동양학계에 현실에 밀착한 공론을 만들어갈 생각이다.        강성민 기자 smka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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