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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들의 수난시대…구속·파면·징계 잇따라
교수들의 수난시대…구속·파면·징계 잇따라
  • 손혁기 기자
  • 승인 2001.02.1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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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2-19 00:00:00
독단적인 학사운영과 비리의혹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비리법인과 싸워 대학을 정상화시키고자 나섰던 교수들이 잇따라 징계와 파면, 구속되는 사태가 빚어지고 있다. <관련기사 2면>교수협의회 회장을 맡아 총장 중간평가를 진행하고, 법인의 부채전가 의혹을 제기했던 김영규 인하대 교수는 총장과 이사장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이유로 지난달 말 대학으로부터 파면을 당했다. 김덕중 아주대 총장의 딸 부정입학과 법인부채 전가의혹을 제기하며 총장퇴진운동에 앞장섰던 이일영 아주대 교수도 지난달 말 징계위원회에 회부됐다. 또 교수·학생·직원들의 힘을 모아 학원민주화운동을 벌여 이사장 일가를 물러나게 하고 대학 정상화를 위해 노력해 온 이상권 경인여대 학장도 지난해 말 검찰에 폭력혐의로 긴급 체포된 뒤 아직 대학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분규를 겪고 있는 서울의 ㄷ대학에서는 총장이 “학교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 교수들을 정리하겠다”고 교수들을 공공연히 위협하고, 법인이사회는 독단적 운영에 항의하는 교수들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대학이 멍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

일부 대학에서 빚어지고 있는 대학당국과 법인의 독선적 운영 행태는 위험수위를 넘어서 시대를 역행하는 ‘폭거’라고 교육관련단체 전문가들은 평가한다. 박거용 민교협 공동의장(상명대 영어교육과 교수)은 김영규 교수의 파면처분과 관련 “중간평가에서 17점을 받았으면 총장은 그 결과를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개선의 방향을 찾는 것이 순서다. 이를 개인적 비방으로 해석하는 것은 총장이 가져서는 안될 편협한 자세다”고 꼬집었다. 전국대학교수회, 민교협, 학단협 등으로 구성된 김영규 교수 공동대책위는 성명을 통해 “대학이 법인의 이해만을 대변하면서, 총장 중간평가 등 교수협의회의 정당한 활동에 대해 탄압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행태”라며 김 교수에 대한 파면철회를 요구했다.

박정원 전국대학교수회 교권위원장은 학장이 구속되고 전 이사장의 복귀가 획책되고 있는 경인여대와 박원국 전 이사장이 복귀한 덕성여대 사태와 관련 “대학민주화의 시계를 거꾸로 돌리는 일”이라며 “비리 당사자들이 교육현장으로 돌아 올 수 없도록 법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내년부터 계약제와 연봉제가 시행되면 비판적 의견을 개진하는 교수들에 대한 탄압은 더욱 심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점에서 정당한 비판이 허용되기 위해선 먼저 구성원들의 신분을 보장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정이 대학노조 선정부장은 “기업도 노동자의 참여를 보장하고 있는데 대학은 이마저 허용이 안되고, 오히려 ‘품위손상’등의 규정을 자의적으로 적용해 신분을 위협하고 있다”며 “제도적 보완책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이처럼 대학가의 비난이 잇따르고 있지만 정작 교육당국은 뒷짐만 지고 있다. 덕성여대 사태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대법원이 그렇게 판결했는데 우리가 더 이상 뭘 할 수 있느냐”며 무책임한 답변만 되풀이 했다.

열악한 환경속에서도 대학의 민주화를 위해 앞장서고 있는 교수들은 교육당국의 무관심과 법인의 권한만을 인정하고 있는 교육관계법으로 인해 대학 밖으로 내몰리고 있다. 손혁기 기자 pharos@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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