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를 무슨 도깨비 보듯 할 필요 없다고 강조하는 권 교수는 과학을 가르치는데 필요한 건 단지 학생들로 하여금 ‘흥미’와 ‘호기심’을 유지하게 도와주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 점을 대중에게 보여주기 위해 1994년 ‘꿈꾸는 달팽이’란 책을 쓴 후, 1년에 한 권씩 책을 내겠다는 약속을 지켜 ‘인체기행(1994)’, ‘생물의 죽살이(1995)’ 등 7권의 책을 펴냈다. 강원일보에는 ‘생물 이야기’란 칼럼을 9년째 연재하고 있다. 이공계 교수로서는 드물게 중학교 2학년 국어 교과서에 수필 ‘사람과 소나무’가 실리기도 했다.
쉽고 재미있는 ‘과학’을 알리는데 이토록 노력한 점을 인정받아 그는 최근 과학기술부와 한국과학문화재단의 ‘대한민국 과학문화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홈페이지(http://cc.kangwon.ac.kr/~okkwon)에는 제자들의 축하 글이 무더기로 올라왔다. 강의실에서 느껴지는 사람냄새가 홈페이지에서도 그대로 묻어난다. 1978년부터 2003년까지 제자들과 찍은 졸업사진도 빠짐 없이 올라와 있다. “인기는 개인의 역사죠”라며 껄껄 웃는 권 교수는 이번에 상금으로 받은 천만원도 생물학과 장학기금으로 기탁했다.
“저는 사실 강의를 참 잘해요. (웃음) 노하우라면 책을 많이 읽습니다. 요즘 젊은 교수들은 책을 너무 안 읽는 것 같아요. 듣고 보고 느끼며 사는 대신 읽고 쓰고 생각하며 산다면 수업 시간이 행복해질 겁니다.” 권 교수는 과학을 가르칠 때 자신이 쓰는 방법은 ‘칭찬하기’와 ‘눈높이 맞추기’라고 말했다. 칭찬과 꾸중을 99대 1로 할 것, 학생들이 못 알아 듣는 강의라면 아예 하지 말 것 등이다.
‘하나만 잘하면 된다’는 교육관은 엉터리라고 그는 말한다. “나중에 힘을 못쓰기 때문”이다. 지식은 끊임없이 다른 분야로 비교, 확장되면서 비로소 지혜로 바뀐다는 것이 그의 교육관.
20여년 전 거문도에서 좀혹달팽이를 채집하다 ‘이중간첩’으로 오인받았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는 권 교수는 2세대 과학자로서 40여년간 ‘과학 한국’의 역사를 지켜본 인물이다. 2년 앞으로 다가온 퇴임 뒤에는 무슨 일을 하겠느냐고 묻자 요즘엔 자꾸만 시나 소설이 쓰고 싶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