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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위논문의 自畵像
학위논문의 自畵像
  • 김정근 논설위원
  • 승인 2003.04.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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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정론

석박사학위논문의 대필이나 표절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어느 면에서는 익숙한 일이 돼버렸는지도 모른다. 이번에도 또 한번 회오리바람이 지나갔다. 대학인의 고개를 절로 떨구게 하는 대목이다. 이 문제에 관한 한 이제는 대학인 스스로가 반성하고 나서야 할 때가 아닌가 한다.

우리 스스로가 학위논문 생산과정의 권위를 지켜내지 못하면서 학문과 교육을 말한다는 것 자체가 우습지 않은가. 이제 더 이상 네탓을 말할 수 없게 됐다.

언론에 보도되는 개별사안에 집착할 문제가 아니다. 그 이상의 문제이다. 학위논문 생산과정에 광범하게 나타나있는 균열현상의 한 부분일 뿐이다. 따라서 이 과정 전반에 대한 대학인의 진지한 성찰이 있어야 한다.
학위논문 생산과정의 공급자는 무엇을 해야하며 수요자는 또한 무엇을 해야하는지가 좀 더 분명하게 바깥으로 드러날 필요가 있다. 이것을 대학인뿐 아니라 관심 있는 시민도 알고 정부도 알 필요가 있다. 대학의 일이라고 해서 비밀스럽게 진행해서는 안된다. 다른 일과 마찬가지로 투명성이 요구된다고 할 것이다.

학위논문 생산과 관련해 성찰이 요구되는 부분은 우선 누가 지도교수가 되느냐의 문제다. 지도교수는 아무나 되는가. 어떻게 정해지는가. 학생의 선택권이 존중되는가. 아니면 일방적으로 배정되는가. 또는 어떤 절충이 이뤄지는가. 이 과정에서 학문외적인 요소의 개입은 없는가. 둘째, 연구영역이 신중하게 정해져야 한다. 연구영역은 어떤 고민에 기초해 정해지는가. 그것은 지도교수 또는 다른 사람에 의해 주어지는가. 아니면 학생 스스로가 정하는가. 또는 절충형인가. 셋째, 연구자의 문제의식은 우리 현실의 절박성에서 제기되는가, 아니면 미국이나 일본 등 외국의 흐름을 좇는 것인가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

또한, 연구는 우리 현실에서의 유용성을 지향하는가, 아니면 세계 속의 첨단을 지향하는가에 대한 반성도 있어야 한다. 이 둘은 같은 것인가 다른 것인가에 대한 토론도 이뤄져야 한다. 다섯째, 연구의 독창성은 어떻게 추구하는가가 관심사로 떠올라야 한다. 오리지널리티의 담보를 위한 노력은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가. 서양이나 일본에 대한 지나친 의존은 없는가.

반드시 어느 쪽이 옳고 그르고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이러한 학위생산 과정에 대한 진지한 논의와 성찰에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위에서 제시한 항목에 대해서 만이라도 교수·대학사회의 천착과 반추가 있고 그 과정이 외부로 투명하게 드러나 비판의 도마 위에 오를 수 있을 때 학위 생산 과정이 격상될 수 있다. 과정 운영의 합리성이나 공정성 같은 것도 담보될 여지가 생겨날 것이다. 이처럼 격상된 환경이라면 학위논문 생산을 둘러싼 비리의 소지도 훨씬 줄어들지 않을까.

김정근 / 논설위원·부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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