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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정당성·테러문제 놓고 논쟁중
전쟁 정당성·테러문제 놓고 논쟁중
  • 김유석 통신원
  • 승인 2003.04.1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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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민들이 궁금해하는 것

미국의 대 이라크 전은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슬로건 아래에 시작이 됐고, 이는 전후 70%에 육박하는 국민들의 엄청난 지지를 끌어내는 호소력을 발휘했다. 참전론자들은 미국의 이라크 선제공격이라기보다는 테러에 대한 방어전이라는 나름대로의 논리를 펴왔다.
반면 반전론자들은 이라크전이 향후 더 많은 테러분자들을 모집하는 계기를 마련해, 미국을 비롯한 전세계를 위험에 빠뜨릴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이에 대한 논쟁은 전쟁의 타당성은 물론 효용성까지 제기하는 첨예한 의미를 포괄해, 주로 학자 사이에서 오가는 논의가 아니라 일반 국민들 대다수가 관심을 갖는 실질적인 이슈이다.

민주주의는 미국의 코메디 파트너
4월 4일 국영 라디오 방송은 이 분야의 전문가들과 또 일반인의 전화참여로 이뤄진 토론을 거쳤다. 현재 파키스탄에 주재중인 월스트리트 통신원 아메드 라쉬드는 전후 테러활동이 더욱 강화되리라고 전망했다. 그는 4월 4일 현재 아프카스탄에서 탈레반 잔존세력들이 미군과 현 아프간 정부를 공격하고 있으며, 파키스탄에서는 알카에다 요원들이 서구인들에 대한 공격을 하리라는 공포가 난무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파키스탄 및 이슬람국가에서 강하게 일고 있는 반전데모의 슬로건은 반서구, 반기독교가 아니라, ‘반전반미’였다. 그런데 중요한 사실은 이들의 반전운동이 점차 각 지역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의 사상과 합류를 해가면서, 점차 지하드 대 서구, 이슬람 문명 대 기독교라는 구도의 슬로건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파키스탄에는 약 20만명의 지하드 성원이 있는데, 이라크 전쟁을 통해 이들에 대한 대중적 지지가 확산됨으로써, 알카에다 등의 테러 조직은 더 많은 자금지원을 받고 활동을 강화할 것이라고 라쉬드는 전망했다. 그는 특히 미국인들이 이 전쟁이 이라크의 민주화를 위한 것이며, 앞으로 중동지역에 민주화를 파산시키는 효과를 가져오리라고 흔히 말하는 것에 대한 위험을 경고했다. 중동인들이 민주주의, 자유주의, 언론의 자유가 미국의 코메디 파트너이고, 이슬람식 가치는 바로 반미, 지하드주의라는 인식을 가질 경우, 오히려 반대 효과만 자아낼 것이라고 그는 주장했다.

‘성전: 오사마 빈 라덴의 비밀세계 내부’의 저자인 피터 버건은 이와 반대의 의견을 내놓았다. 많은 사람들의 당초 예상을 깨고, 알카에다가 전쟁 중에 상당한 규모의 뭔가를 보여주지 않고 있는 것은, 이들의 능력에 심각한 문제가 있으며, 이는 지금까지의 테러와의 전쟁이 효과를 보고 있는 근거라고 주장했다. 버건은 만약 이라크 전쟁이 오래 가고 많은 시민 참상자를 낼 경우, 라쉬드가 주장한대로 알카에다 요원이 더 많이 모집될 가능성이 있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전쟁이 수술식으로 진행되면,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보았다.

이들의 의견에 대한 국민들의 전화반응도 다양했다. 어떤 이는 이슬람의 이데올로기, 잘못된 교육체계, 정치체계가 테러를 고무시켰는데, 왜 이에 대한 책임의 소재를 미국으로 돌리는지 모르겠다며, 이슬람국가는 자기 반성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반면, 다른 이는 테러를 막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테러를 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게 하는 것이지 다른 나라를 침공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지구상에는 북한을 비롯해 이라크 뒤에 몇몇 나라들이 줄을 서고 있다는 것이다.

아직 전쟁이 끝나지 않았고, 또 알카에다의 일시적인 잠정 휴업상태를 근거로 해서, 전후 몇 년간의 세계 내 테러 문제를 예견한다는 것은 아직 성급하다지만, 미국민의 관심은 무엇보다도 여기에 쏠려있는 듯하다. 이에 대한 논의는 전쟁의 역사적 정당성과 관련해,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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