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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만 하는 길
가야만 하는 길
  • 이영수 발행인
  • 승인 2003.04.1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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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11주년 기념사

교수신문 창간 10년의 고비를 넘으면서 여명과 황혼을 보는 慧眼을 지녔으면 했습니다. 그러나 주간체제로의 전환과 사옥이전에 따른 피로감에서 미처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개인이나 계층만의 문제라기보다는 어떤 집단이나 국가 나아가서 전 지구적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미녀와 야수’라는 애니메이션 영화에서처럼 오늘의 문명사적 전환기에 문명이라는 이름의 야수들이 우리들을 괴롭히고 있습니다.
교수신문은 창간 11주년을 맞으면서 비일상적 되돌리기가 될지는 모르나 일상적 삶에 대한 변화와 동기를 준다는 점에서 비일상적 행위로서의 꿈을 얘기할까 합니다.

첫 번째 꿈은 이러합니다. 대학이 바로서야 나라가 선다라는 가치가 내면화돼 국가나 기업, 국민 모두가 대학재정을 떠맡아서 마음놓고 대학구성원이 연구하고 공부하는 알찬 대학이 되는 것입니다. 매년 신학기가 되면 등록금 인상으로 인한 총장실 점거나 학생과 교수가 등록금을 놓고 흥정을 벌이는 일이 없었으면 합니다.

두 번째는 교수사회가 계약제와 성과급 등으로 해서 지나친 압박감을 받지 않으면서 가르치고 연구하는 즐거움이 넘치는, 사제동행의 기쁨이 가득 찬 전당이 됐으면 합니다. 특히 올해 초빙되신 신임교수에게 축하드립니다. 이분들과 함께 교수사회가 남다른 열정으로 노벨상 이상의 연구업적을 쌓아서 세계의 학계가 우리나라 대학에 몰려오는 모습을 꿈에 담아 보겠습니다. 또 정년을 하신 원로 교수들께도 보람있는 날들이 가득하기를 바랍니다. 이분들의 학문과 경륜을 우리 사회가 요긴하게 활용할 수 있는 진정한 학습사회가 됐으면 합니다.

세 번째는 평화에 대한 담론이 무성하게 피어나 효력을 거둘 수 있도록 대학 지성이 앞장섰으면 합니다. 남과 북이 평화롭게 하나가 돼 묘향산에도 가고 제주도에도 오는 모습을 기대해 봅니다. 세계 평화에 기여하는 우리 지성의 지혜는, 우리가 살아온 역사의 씨줄에서 얻는 경험을 세계사적 차원으로 확대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끝으로, 교수회관을 건립하는 꿈입니다. 대화와 소통을 함께 나누는 교수사회의 사랑방같은, 그러면서도 편하게 쉬면서 학문연찬의 즐거움을 나눌 수 있는 공간을 생각합니다. 물론, 쉽지는 않겠지만 이 나라 학문 발전과 교육에 기여하신 학자들의 행복한 쉼터이자 지혜의 나눔터는 꼭 필요한 공간이기에 꿈을 놓칠 수 없습니다.
‘가장 높이 나는 새가 가장 멀리 본다’는 삶의 진리를 생각합니다. 창간 11주년, 바짝 긴장하고 가야할 길의 좌표를 스스로에게 되물으면서 다시 가야만 하는 길을 재촉합니다.

 2003년 4월 14일 발행인 이영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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