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可變과 不可變
可變과 不可變
  • 이인호 한양대
  • 승인 2003.04.0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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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강의시간

21세기로 접어든 지금, 우리는 신조어와 그것이 파생시키는 구호의 홍수 속에 살고 있다. 이미 디지털, 인터넷, 사이버 등과 같은 단어는 그 함의를 깊이 따질 겨를도 없이 생활용어의 하나가 됐다. 문제는 이러한 용어들이 추상적인 개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미 구체적으로 각 분야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꾸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교육계 역시 변화의 물결을 쉽게 피해갈 수도 없는 입장이다.

교수의 주된 임무의 하나가 교육이라고 할 때, 강의란 것은 학생들과의 쌍방향 커뮤니게이션이기 때문에 자신이 아무리 열강을 한다 해도 그 효과가 그대로 학생들의 머리 속으로 가슴 속으로 스며든다고 어느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인터넷과 온라인 게임에 길들여진 신세대의 등장과 함께 날로 발전하는 정보통신 기술은 새로운 강의환경을 요구고 있어, 교수들도 새로운 교수법을 채택해야할 부담감을 어느 때보다 강하게 느끼고 있다. 멀티미디어 강의실이 마련되고 가상공간을 통한 실시간 교육기회가 늘어나는 등 과거의 교육방식으로는 오늘의 대학생을 만족시키기 어렵게 된 것이다.

학문과 인격적인 측면에서는 학생들에게 나를 따르라 할지언정, 교육 방식에 있어서는 내가 대학생들의 습성과 요구를 참고할 필요가 있지 않겠는가. 교수와 대학생 사이에 이뤄지는 교육 행위를 공급자와 소비자의 논리로 표현하는 몰지각한 담론은 반대한다. 그러나 교육이 교수를 위해서 마련된 것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학생을 위한 행위라 한다면 신세대 대학생의 습성과 문법을 이해하고 응해줄 아량과 용기는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교수 매체 발전사를 살피면 (1)판서, (2)인쇄물, (3)아날로그 기기, (4)디지털 기기, (5)컴퓨터를 이용한 네트워킹 및 멀티미디어 활용으로 발전하고 있다. 현행 중어중문학과의 교수 매체는 평균 잡아서 제3세대 아날로그 단계를 넘어서지 못하는 실정이다.

중어중문학계의 체질 개선을 위해서도 제5세대 인터넷 활용수업이 활발하게 전개됐으면 한다. 현대 수업의 기본 원리인 개별화의 원리, 준비성의 원리, 직관의 원리, 자발성의 원리 등을 한꺼번에 충족할 수 있게 될 뿐아니라, 전국의 교수 및 교육전문가 그리고 각종 교과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전문인력간 가상공간상의 협동이 가능해 강의의 질을 한층 높힐 수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을 수업에 활용할 것인가 아닌가의 문제는 수업에 필요한 도구적 차원이 아닌 학습모델의 변화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는 시점이다.

하지만 시대가 아무리 변해도 변해서는 안 되는 것이 있다. 교수의 애정어린 목소리를 능가할 그 어떤 매체도 이 세상에는 없다는 믿음이다. 사랑의 마음은 추상적이므로 행동으로 구체화 돼야만 한다. 자신만의 독특하고도 체계적인 컨텐츠를 바탕으로 웹 기반 강의를 제작 활용하는 인터넷 병행수업이 구체적인 사랑 표현의 하나가 아닐까. 필자는 그런 신념으로 부족하나마 개인 홈페이지(http://pendar.hanyang. ac.kr)를 제작하고 유지, 관리하며 강의에 활용하고 있다.

이인호(한양대·중어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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