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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에 대한 미국의 공격이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지식인들의 반전여론도 점점 커져가고 있다. 국내 사안에 대해 조금씩 입장을 달리했던 지식인 사회가 이라크 전쟁에 대해서는 반전의 한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강의실에서도 반전과 평화
지난 1일. 전국교수노동조합(이하 교수노조),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학술단체협의회 등 교수단체들이 4월 한달을 ‘반전평화 수업월간’으로 선포하고 강의실에서 이라크전과 평화를 토론하겠다고 밝혔다. 교수단체들은 이번 이라크전에 대한 반전활동이 △한국의 시민사회가 직접적으로 관계없는 글로벌 이슈에 역동적으로 반응하고 있는 첫 번째 사례이며 △국회 파병동의안을 2번이나 보류시킬 정도로 정치권과 시민사회의 지형이 변화했고 △지구촌이 거대한 반전평화의 소용돌이에 휩싸였다는 점에서 반전평화의식을 제고하고 지구촌사회와 한국사회의 변화를 이해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라크전에 대한 한국 지식인 사회의 반전운동은 근래 보기 드물게 빠르고 다각적이다. 전쟁발발 하루만에 교수노조가 ‘미국의 이라크 침략 규탄과 한국군 파병반대 교수 8백인 선언’을 이끌어 냈는가하면, 이어서 민족문학작가회의는 1987년 6월 항쟁 이후 15년만에 서울 종묘공원에서 ‘미국의 이라크 침공에 반대하는 문학계 2백3인 행진’을 벌였다.
문화연대,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회 등 문화예술인들도 지난 25일 ‘전쟁이 아닌 평화를, 파병이 아닌 문화교류’를 촉구했으며, 지난 1일에는 현실문제와 거리를 두어왔던 음악인들까지 ‘미국의 이라크 전쟁 및 한국군 파병반대를 위한 음악인들의 평화선언’을 발표했다. 같은 날 장회익 녹색대학 총장 등 과학자들은 과학기술인 반전 평화선언을 발표하고 “전쟁의 도구로 사용되는 과학기술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며, 과학기술이 침략전쟁과 살상 무기로 사용되는 데 반대한다”며, “과학기술은 ‘총과 칼을 녹여 보습을 만드는’일에 쓰여야 하며, 우리 과학기술자들은 이전보다 더욱 책임지는 자세로 과학기술이 전체 인류의 삶의 질을 높이고 평화를 실현하는데 쓰여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대, 중앙대, 경성대 등 개별대학에서도 교수들의 독자적인 반전 성명이 이어지고 있다.
이어지는 성명과 진영꾸린 반전활동
앞으로 반전운동을 이끌어갈 ‘반전평화를 위한 비상국민회의’에서도 지식인들의 활동은 이어진다. 리영희 한양대 명예교수, 강만길 상지대 총장 등 학계의 원로에서부터 손호철 서강대 교수, 조희연 성공회대 교수 등 상당수의 현직 교수들까지 비상국민회의에 참여해 반전운동의 이론적 배경을 뒷받침하고 활동방향을 제시할 예정이다.
이번 반전운동의 특징은 지난 월드컵과 대선을 통해 한층 성숙해진 시민사회단체들의 역량에 지식인 사회가 끊임없이 평화의 논리와 파병의 부당성을 짚어내며 불을 지피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전쟁의 부당성은 드러날 대로 드러난 상태다. 지난 2일 노무현 대통령도 국정연설에서 “명분이 아니라 현실의 힘이 국제정치 질서를 좌우하고 있다. 국내정치에서도 명분론보다는 현실론이 더 큰 힘을 발휘하는 경우가 더 많다”며 명분이 부족하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시인했다.
파병결의안 국회를 통과했지만
현재 논란의 정점은 전쟁에 따른 ‘국익론’으로 옮아가고 있다. 국회에서 공병부대와 의료지원단의 파병동의안이 통과되자 지식인들과 시민사회단체는 ‘위헌론’으로 맞서고 있다.
한편, 밖으로는 부시 미 대통령에 대한 전범론도 제기되고 있다. 이미 서울대 교수 등 학계에서는 부시 미 대통령을 국제형사재판소에 전범으로 제소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미국과 영국군이 바그다드로 진격해 갈수록, 지식인과 국민들은 미국과 파병을 결정한 정치인들을 조여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