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16 13:50 (화)
과학쟁점 : 고령사회에 대비한 복지과학기술
과학쟁점 : 고령사회에 대비한 복지과학기술
  • 안성우 과학객원기자
  • 승인 2002.12.18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노년층 지혜 살리는 ‘제론테크놀로지’ 주목

최근 우리나라의 출산율 저하와 평균수명 증대에 따른 사회전반적인 고령화 추세가 중요한 사회문제 중 하나로 주목받고 있다. 통계청의 자료에 따르면 이미 한국은 1999년 말을 기점으로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 노령인구가 차지하는 비중이 7%를 넘는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었고, 2019년에는 그 비중이 14%를 넘어 ‘고령사회’로, 2026년에는 20%를 넘어서는 ‘초고령사회’로 변화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고령사회에 대비한 과학기술정책의 필요성 및 향후 방향을 집중적으로 다룬 연구보고서 ‘고령사회대비 복지과학기술 정책 연구’(연구책임자: 심상완 성공회대 시민사회복지대학원 연구교수)가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에서 출간돼 주목을 받고 있다.

고학력, 고소득 인구의 고령화
우선 은퇴의 시점이 현재와 같은 추세로 유지될 경우, 인구 고령화에 따라 경제활동에 참가하는 인구의 수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상대적으로 늘어나는 노령 인구의 규모에 따라 미래 취업자들의 노인부양 부담 역시 커지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2000년에 자녀 없이 살아가는 65세 이상 노령 인구가 50%가 넘는 상황에서도 볼 수 있듯, 최근의 가족단위 노인부양 체계가 붕괴돼가고 있는 것이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이에 따라 인구구조 및 사회문화적 변동에 조응하는 사회적인 노인복지 체계의 구축이 시급한 과제로 부각되고 있다.
한편 향후 노령 인구로 진입하는 세대들은 현재 노인들보다 더 많은 자산과 소득, 고학력에 기초해 은퇴 이후에도 사회, 경제적으로 활동적일 가능성이 지금보다 높다. 따라서, 경제활동인구의 수를 유지하기 위한 출산장려 정책 못지 않게 이러한 노령 인구의 지속적 활동을 보장하는 다양한 방안의 모색이 요청되는 것이다.
노령 인구, 그리고 이와 유사한 입장에 있는 장애인의 사회·경제적 활동을 제약해온 조건은 물리적인 환경에서부터 사회문화적인 관행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이들의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정년제도 등의 사회제도적 여건의 변화가 요청된다. 그러나 이런 변화 외에도 노인들이 일하기 용이한 작업장의 환경, 통신이나 교통, 주거환경의 개선 등의 과학기술적 차원의 대책이 동반될 때, 생물학적인 수명연장이 아닌 ‘사회·경제생활활동 수명’의 연장이 가능하다고 보고서는 분석하고 있다.
기존의 복지과학기술은 노약자 및 장애인의 신체기능을 개인적으로 보완할 수 있도록 해주는 보조기술이나 지원기술 등의 좁은 의미로 사용됐으나, 최근에는 통신이나 교통, 건축 환경 등을 그 대상으로 포괄하는 넓은 의미로 활용되고 있다. 특히 고령화 사회에서 노령 인구가 지닌 지혜와 능력을 퇴장시키지 않고 사회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 복지과학기술은 노인들의 독립적인 생활을 가능하게 하며, 가족과 사회의 노인 부양 부담을 경감시키는 한편 사회통합을 증진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미 인구의 고령화라는 도전에 직면한 유럽 및 일본이나 지속적으로 이민인구가 유입되는 미국에서도 고령화에 대응하는 과학기술정책이 쟁점이다. 유럽연합의 경우 노인과 장애인을 돕는 제품 및 서비스산업의 성장이 이들을 사회활동에 참여시킬 수 있음은 물론 고용창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는데 주목하고 있다. 일본은 노인복지대책에서 벗어나 1980년대 중반 이후에는 고령화에 대처하는 종합적인 대책으로 복지용구산업을 위한 과학기술정책에 관심을 쏟고 있다. 한편 미국의 고령화대응 과학기술정책은 삶의 질과 접근성을 보장하는 방향에 주목하고 있다. 구체적인 내용은 다르지만, 이들 선진국에서는 노령 인구의 욕구에 부응하는 복지과학기술을 의미하는 소위 ‘제론테크놀로지’(Gerontechnology: GT)에 관련된 과학기술정책이 고령화 대응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국내 현황 및 정책방향
현재 우리나라에서 실버산업시장은 급성장할 전망이나 기업들의 규모는 영세하고 기술수준 또한 낮은 편이다. 그리고 주로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복지과학기술 관련 법 제도가 마련되어 있는 상황이다. 최근 산업자원부, 보건복지부, 과학기술부, 정보통신부 등에서 실버산업과 관련된 지원을 하고 있으나 아직 각종 제도의 실효성이 작고 산발적이다.
보고서는 우리나라 복지과학기술의 낙후함을 설명하는 원인으로 시장의 미성숙이나 연구개발투자의 부족 뿐만 아니라 고령화사회에 대응하는 과학기술의 잠재력과 기회에 대한 인식이 박약함을 지적하고 있다. 첫째, 경제적 측면에서 성공적이고 둘째, 사회생활측면에서 활기차고 셋째, 보건복지측면에서 건강한 고령화의 기회를 살리기 위해서는 과학기술의 잠재력을 활용해야 하며, 이를 인지한 종합적인 정책이 필요하다는 점을 이 연구에서 힘주어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연구진 스스로 지적하고 있듯 장기에 걸쳐 점진적으로 진행중인 고령화 시대로의 전환에 대응하는 국내 연구성과는 일천한 상황이므로,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복지과학기술 개념의 정립과 정책과제의 제시는 이제부터 시작이라 하겠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