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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군 파병과 북핵 문제 전망, 이렇게 생각한다
한국군 파병과 북핵 문제 전망, 이렇게 생각한다
  • 박순성 동국대 외
  • 승인 2003.03.3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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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분없는 전쟁, 피해만 가중
박순성/ 동국대·북한학과

“이라크전 발발은 북한의 핵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는데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전쟁이 단기간에 끝난다면, 미국의 일방적인 승리라는 말인데, 미국은 북핵문제에 대해서도 무력행사를 고려하게 될 것이다. 단기간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또 이라크전이 장기전에 돌입하게 되면 그 동안 우리는 북한과 접속할 수 없다. 다시 모든 관계는 원점으로 되돌아가게 될 것이다. 현재 북한은 남북한이 계획한 실무접촉을 모두 중단하겠다고 선포한 상태이다. 북한 내부에서도 위기감이 고조됐고, 이라크전을 지원하는 한국정부에 대한 반발도 있을 것이다. 또한 지난 19일 전쟁도 북핵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일 수 있다는 미국의 공식적인 입장이 알려졌다.

현재 정부는 국익을 위해 파병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런데  파병이 과연 국익을 위한 것인지 의문스럽다. 이번 전쟁에서 미국의 결정을 유엔이 막을 수 없고, 또 미군이 배치되면 돌이킬 수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 미국의 불법적인 전쟁을 지지하면서까지 한미공조를 유지하는 것이 과연 올바른 방법일까. 오히려 국제사회에 한국이 가진 대외 이미지를 실추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또 이후 북한과 미국의 관계가 악화됐을 때, 평화적인 해결 방법을 찾고자 해도, 전쟁을 지지한 국가의 발언이 국제사회에 설득력을 지닐 수 없을 것이다. 한미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이다. 파병 선언은 미국으로 하여금, 우리에게 압력을 넣으면 자신들의 뜻대로 움직일 것이라는 착각을 하게 만든다. 결코 관계를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니다. 정부의 파병 결정은 지나치게 발빠른 대응이었다.

이라크전 발발과 정부의 파병 입장 선언은 남북관계의 악재로 작용했다. 현정부가 보수세력의 뜻을 수용했는데 이로 인해 남북이 다시 평화적인 관계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1~2년의 시간이 걸릴 것이다. 현재로서는 손발이 묶인 상태와 다름없다.”

 

국제정세는 현실적인 눈으로

류길재 /경남대북한대학원

“이라크전이 단기전으로 끝나느냐, 장기전으로 이어지게 되느냐에 따라 북핵문제의 해결 방법은 차이를 가지게 될 것이다. 단기전으로 끝나게 되면 미국이 북핵문제에 대해서도 속전속결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강경한 무력 조치를 취할 확률이 높다. 그러나 이라크전이  장기전으로 가고 또 인명 피해가 늘어나면, 북한에 대한 무력조치는 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장기전의 경우 미국도 북핵 문제를 논의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이번 연말이나 돼야 다시 북핵문제가 논의 테이블에 오르지 않을까.

현 정부의 파병 계획은 현실적으로 국익에 도움이 되는 조치이다. 한미공조를 유지하는 것은 현재 우리의 상황에서는 필요하기 때문이다. 나도 전쟁에 반대한다. 그러나 전쟁은 벌써 일어났다. 반전시위는 나름대로 가치 있지만, 정치는 현실적인 문제이다.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는 북한이 핵개발을 포기해야 한다. 북한이 핵무장을 하고 있으면, 일본과 중국, 대만에 이르기까지 핵개발·확산 조치가 일어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우리도 핵무장을 할 수밖에 없다. 결국 미국을 적으로 돌리는 상황까지 예측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문제는 훨씬 심각해진다. 한반도와 주변국의 관계 유지를 위해서는 북한의 핵개발 포기가 우선이다. 그런데 북한이 핵을 유지하려는 이유는 미국을 견제하기 위해서다. 우리를 견제하는 것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아무리 평화적인 태도를 취해도 북한과 미국과의 관계가 완화되지 않으면 효과가 없다. 한반도의 비핵화를 위해 미국과 북한의 사이를 조율하기 위해서는 한미관계 유지가 필수적이다. 현재 한미공조를 보수적인 태도라고 몰아세우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데, 우리는 국제관계에서 약소국이다. 이상적인 관점을 제시하기 전에 현실적인 정황을 살펴야 한다. 국내외의 정황을 고려하고 현실적인 이익을 생각했을 때, 한미공조를 유지해야 하고, 한미공조 유지를 위해 파병은 불가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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