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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파를 위하여
소수파를 위하여
  • 이기홍 강원대
  • 승인 2003.03.3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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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깍발이

반전의 목소리들이 높아가고 있다. 미국이 내놓은 ‘네가 나를 공격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내가 먼저 너를 공격하는 것이며, 공격받은 뒤 대응하면 이미 늦는다’는 골목대장 수준의 논리는 옹색하기 짝이 없다. 그 배후에 석유자본의 이익 관철과 달러 헤게모니 보존의 욕구가 작동하고 있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게다가 ‘이 싸움판에서 미국편에 서지 않는 나라들은 테러를 지원하는 것이며 따라서 미국의 적이다’는 막무가내의 억지는 실제로 많은 나라들로 하여금 미국에 등돌리도록 만들고 있다. 미국 대통령은 40여 ‘자유’ 국가들이 미국 주도의 이 전쟁에 동참하거나 지지한다고 강변하고 있지만, 어떤 미끼로 끌어들였을까 하는 호기심을 자극할 뿐이다.

그런 와중에 미국에 대해 당당한 외교를 표방하던 한국의 새 정부가 ‘한·미동맹의 정신’을 앞세워 미국이 이라크를 상대로 벌이는 전쟁에 대해 지지하고 파병을 이야기하는 것을 보면, 새 정부의 다급한 처지를 짐작할 만도 하다. 미국이 한국의 경제상황과 안보문제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한국과는 멀리 떨어져 있는 나라의 일로 미국의 ‘심기’를 건드릴 까닭이 없다고 판단했음직하다. 한국의 어려운 경제상황에서, ‘국가신용등급’ 평가라는 치명적인 목줄을 움켜잡고 있는 이른바 신용평가기관들을 미국 행정부가 좌지우지할 수 있음을 고려한 때문은 아닌가 싶다. 그리고 새 정부가 국내, 국제적으로 소수파 정권이라는 엄연한 현실을 새삼 확인하게 된다.

아직은 ‘밀월기간’이므로 새 정부에 대해 험한 말을 하는 것은 예의에 벗어나지만, 걱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미 미국의 대통령은 이라크와 함께 북한도 ‘악의 축’으로 꼽아두고 있거니와, 한반도에 전쟁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새 정부의 다짐과 어긋나게 이라크를 결단낸 다음에는 북한의 차례가 되지 않겠는가 말이다. 그럴 때 다른 지역에서의 전쟁에 찬성한 새 정부가 한반도에서의 전쟁에 반대하는 것은 설득력이 아주 약하게 될 것이다.

특히 만만하게 보이는 상대는 끝없이 짓밟는 것이 골목대장의 행태이다. ‘한국 정부가 요청하면 주한 미군을 철수하겠다’고, 마치 미군이 한국의 요청에 의해 한국의 이익을 위해 한국에 주둔하고 있는 듯 떠벌리는 근래의 미국 행정부의 역사망각과 안하무인은 소수파 새 정부의 약점을 물어뜯는 인상이다.

이런 추세라면, 미국이 장차 또 다른 악의 축을 축출하겠다고 나설 때에도 미국의 심기를 거슬리지 않는 것이 현명한 처사로 공언될지 모르는 일이다. 이미 냉전논리를 대표하는 어떤 언론인을 필두로 ‘미국은 무서운 나라’이니 괜히 심기를 건드리지 말라는 충고(?)가 횡행하고 있지 않은가.

이런 점을 생각하면 정치적·경제적으로 미국에 묶여 있으면서도 당당하게 전쟁반대를 표명한 멕시코는 새 정부가 다윗의 지혜를 짜내는데 참고할 만한 한 범례일 수도 있을 것이다.

이기홍`/`편집기획위원.강원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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