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0일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관에서 열린 민주발전지수 평가의 방향과 전망 토론회 장면. / |
연구책임을 맡은 윤상철 교수는 외국의 지표 중 우리 실정에 그대로 가져다 쓸만한 것이 없었다고 단언한다. “OECD발전지수, 미국 프리덤 하우스의 자유화 지수, IMD의 세계경쟁력 지수, UNDP의 인간개발지수 등 참고할 만한 여러 지수들이 있지만 우리의 구조적 문제들에 대한 고려 없이 무작정 따다 쓰긴 어렵습니다. 구조 자체가 왜곡될 우려가 생기죠. 특히 아시아 지역과 그 중 사회주의 경험을 가진 나라들에 주목할 예정입니다. 선진국에 의한 일방적인 평가보다는 우리의 기준을 세우자는 의도에서입니다.”
올해는 첫 단계로 각 영역별 전문가의 자문을 얻어 민주주의의 척도를 구하고, 지수체계를 잡고, 데이터, 설문 등으로 계량적인 수치를 얻어 우리 실정에 맞는 민주발전지수를 만든다. 시민사회와 생활세계의 실질적 민주화 지표를 발굴하고 나아가 형식적 민주주의의 발전이 실질적 민주주의의 퇴행을 가져온 점은 없는지도 검토한다. 내년부터는 이 작업을 아시아 지역으로 확장시킬 계획.
이들은 민주발전을 측정하기 위한 범주로 먼저 한국의 사회현실 및 논의들을 ‘구조/제도/실천’ 영역과 ‘태도/의식’ 영역으로 구분한 뒤, 그것을 다시 ‘경제, 교육, 문화, 정보/지식, 여성, 보건/의료, 인권/소수자, 환경’의 총 여덟 가지 영역으로 세분화해 진행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제까지 진척된 것은 바로 여기, ‘민주발전지수’를 구성키 위한 지표와 방식을 두루 망라해 최대한 수집하는 것이었다.
“현재 가장 어려운 것은 하드한 자료들과 소프트한 평가를 어떻게 접합시키느냐 입니다. 수치에서 생각을 이끌어내는 ‘위험한’ 작업이에요. 둘째로 어려운 점은 여러 영역별, 요인별, 항목별 가중치를 어떻게 둘 것인지의 문제입니다.” 윤 교수는 ‘선별’과 ‘집중’의 과정에서 ‘선택’의 주관이 가져올 위험성을 염려하고 있었다.
향후 진행될 과제는 길게 5년여 이상 진행될 예정이고, 각 단계 별로 참여하는 전문가도 점차 세분화, 다양화될 것이다. 그때까지 이들 연구팀과 계속 호흡을 맞추게 될 것 같다고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양금식 과장은 전망한다.
“최근 몇 달간 1주일에 최소 이틀 이상을 회의로 보냈습니다. 각자 자료조사하고 준비하는데 또 하루이틀씩 소요됐죠. 가끔 생각하면 막막할 때도 있었어요. 결국 지수는 없고 잠정적인 타협밖에 존재하지 않는 게 아닐까 회의한 적도 많습니다. 참고할만한 국내 연구결과도 빈약하고…. 시행착오는 앞으로도 많을 겁니다. 그래도 되리라고 믿고 시작하는 수밖에 없죠.(웃음)” 민주발전 개념 하나로도 분분할 수 있는 의견들을 지수로 만드는 ‘어려운’ 작업, “고생길에 접어드셨다”라고 말하자 “이젠 이야기만 들어도 섬짓하다”라고 응수하는 장상철 연구교수.
그러나 지난달 20일 열렸던 토론회 ‘민주발전지수평가의 방향과 전망’에 토론자로 참석했던 신광영 중앙대 교수(사회학)는 “민주주의에 대한 논의가 추상적이었던 점을 극복하는 데 기여할 의미있는 시도”라며 결과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