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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글에 담아 낯설게 본 한국
앵글에 담아 낯설게 본 한국
  • 이은정 기자
  • 승인 2003.03.2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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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인물] 사진전 연 팀 휘츠 홍익대 교수

검은 바탕 위로 교차하고 있는 투명한 선들. 그 선들이 교차하거나 층위가 생기는 곳에는 코발트빛 그림자가 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상하다. 사진전이라는 간판이 붙어있지만 사진은 온데 간데 없고 회화만 가득하기 때문이다.

“이것들 모두 철골 구조, 깨진 유리, 파이프, 건축물의 파편 등을 클로즈업해 찍은 겁니다. 밝은 채광이나 다양한 노출 등으로 톤과 질감을 낯설게 하기도 했습니다. 본질 이외의 것들은 변하기 마련입니다. 예술도 마찬가지죠. 조금만 방법을 다르게 하면 낯설게 변해버립니다.”

현재 홍익대에서 영어를 가르치고 있는 팀 휘츠 교수(Tim Fitts 교양과정·사진 왼쪽)의 첫 사진전 ‘롤링 정크야드 볼륨 원’(Rolling Junkyard Series, Volume One)’전이 지난 18일까지 일주일간 관훈갤러리에서 열렸다. 그 동안 한국에 머물면서 찍어왔던 작품들을 한자리에 모아 선보인 것.

독특하게도 그의 사진들은 사진이라기보다 회화에 가까워 보인다. 사진이 가지고 있는 공식들이 해체돼있기 때문이다. 흑백 사진들은 인화와 현상 과정을 거쳤지만, 칼라 작품은 슬라이드로 만들어 디지털 작업을 했다. 이러한 실험적 시도에 대해 휘츠 교수는 자신의 대학시절 ‘작곡 수업’을 떠올린다. “작곡 수업을 할 때 템포 변화 등 아주 간단한 장치로도 기존 음악이 새롭게 바뀌었던 것이 아직도 인상깊게 남아있습니다. 이러한 실험적 시도들이 제 사진 작업에도 많은 영향을 미친 셈이죠.” ‘귀’에서 맴돌던 실험적 요소들이 이제 ‘눈’을 통해 표출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처음 열린 전시회라 그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점들도 많았다. 미국과 한국의 전시 중 가장 다르게 느껴졌던 점은 전시 기간이 무척 짧다는 것. “전시회는 관객들에게 내 작품의 세계를 보여주고, 가치를 인정받고, 판매도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입니다. 하지만 한국에서의 전시 기간은 생각보다 짧아서 어느 정도 이러한 효과를 거뒀는지는 모르겠네요.”

다음에는 어떠한 주제로 전시회를 열고 싶냐는 질문에 그는 신기하게도 ‘수박’이라고 답한다. 겉과 속의 모양새가 각기 다른 데다가 한국의 수박은 서양의 것과 틀려 생김새가 독특한 느낌을 주기 때문. 다각도에서 그리고 멀리서 때로는 가까이에서 찍은 ‘수박’ 전시회를 하고 싶단다.
“한국에서의 첫 사진전이었는데, 나름대로 성공적으로 치룬 것 같아 흐뭇합니다.” 휘츠 교수는 인사동에서의 전시회를 접고, 오는 26일까지 이제 계원대학에서 자신의 작품들을 다시 한 번 선보이고 있다. 첫 시작이니 만큼 많은 이들이 와서 감상했으면 한다는 작은 바람도 내비친다.
 <문의: timfitts@yah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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