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愼重해야 할 교육개방
愼重해야 할 교육개방
  • 논설위원
  • 승인 2003.03.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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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정론

오는 3월말로 다가온 ‘WTO 교육시장 개방 양허안’ 제출 문제는 사안의 핵심이 비록 전쟁과 같은 ‘즉각적인 물리적 폭력성’을 지닌 것은 아니지만, 심각한 사회적 파장을 가져올 수 있는 문제여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교육단체들은 교육개방 반대 의사를 분명하게 표명하면서 교육개방 관련 미공개 정보의 공개를 촉구하는 한편, 외교통상부와 재정경제부 등 경제부처의 입김에 따라 좌우되는 교육개방 정책의 실상을 공개하고, 교육부 개혁을 적극 주문하고 있다.

지난 1993년 문민정부가 등장한 이래, 우리사회는 많은 부문에서 민주주의의 성숙을 경험해왔다. 민간 정부 10년의 시간은 ‘성장’과 ‘균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노력이었지만, 사회적 불평등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을 뿐만 아니라, 되려 불평등이 심화된 측면도 적지 않다. 교육 문제가 가장 대표적이다. 소득격차가 날로 벌어지는 현상 이면에 ‘교육받을 기회’의 불균형을 체감하는 여론이 들끓고 있는 게 오늘 우리의 현실이다.

노무현 정부가 지방 분권을 강조하면서, 지방 대학 육성에 무게를 실은 것도 사실은 이 문제와 무관하지 않다. 수도권 내부에서도 강남과 강북의 불균형성은 날로 커져가고 있다. 하물며 수도권과 지방에서랴. 수조원대에 이르는 사교육비 지출은 장기적 측면에서뿐만 아니라 지금 당장 사회적 통합의 큰 걸림돌이 되기에 충분하다. 조기 유학에 쏟아붓는 경비도 천문학적인 액수다.

교육은 정부가 직접 챙겨야 할 국가적 과제다. 교육은 ‘서비스’가 아니라, 공공재이며 나라의 명운, 미래가 걸린 중대 사안이다. 섣불리 외국 교육‘서비스’기구에 ‘교육받을 권리’를 맡길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부처의 논리는 달랑 ‘시장 경쟁력’ 확보라는 허술한 명분에 대세를 왜곡하기 바쁘다. 이점에서 유럽연합에서도 ‘공교육 약화’를 우려, ‘교육의 시장화, 상품화’를 반대하고 있다는 사실은 눈여겨볼 만하다. 교육의 국제교류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수익성에 따라 상품을 공급하는 것처럼 교육을 제공하는’ 교육 개방에는 찬성할 수 없다는 논리다.

한가지 더 고약한 문제는 교육시장 개방 문제가 일부 관료들의 손에서 ‘밀실’ 처리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시장개방과 관련, 공개되지 아니한 정보가 많다는 사실도 우려된다. 제 나라 국민을 위해 일하는 관료들이 이렇게 장막을 치고, 물건 흥정을 하듯 국가의 책무를 소홀하게 된다면 나라의 꼴이 앞으로 어찌될 것인가.

당부하건대, 교육은 정부가 두 팔을 걷고 책임져 주길 바란다. 그 첫번째 일은 교육단체의 목소리에 겸허하게 귀 기울이고, 나라 밖의 경험에서 먼저 배우는 일이다. 협상은 그 뒤에도 늦지 않다.
‘참여정부’의 신중한 접근과 지혜로운 결단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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