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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시장 유토피아를 넘어 평등주의 시장경제 주문
자유시장 유토피아를 넘어 평등주의 시장경제 주문
  • 강성민 기자
  • 승인 2003.03.2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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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정부의 해외경제정책 자문위원회 의장이 된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스티글리츠 교수의 주저 ‘시장으로 가는 길’이 번역출간됐다. 이로써 지난해 나온 ‘스티글리츠의 경제학’, ‘세계화와 그 불만’과 함께 그의 주저 3부작이 완간돼, IMF에 반대하는 진보적 경제학자의 사상적 전모를 파악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됐다. 특히 민주적 시장경제론을 향한 스티글리츠의 이론적 제안이 담긴 이 책은 시장 불안정성으로 만성 배앓이를 하고 있는 한국의 현실에 어떤 아이디어를 줄 수 있을까.
이병천 강원대 교수(경제학)는 이번호 우리신문의 기획서평 ‘시장주의를 점검한다’에서 그의 주저 3권을 논하며, 대안경제 질서에 대한 스티글리츠 교수의 다음과 같은 견해에 귀기울이라고 주문하고 있다. <관련기사 8면>

“구사회주의 경제들은 부의 평등을 달성할 수 있는 더 없이 좋은 위치에 있다. 그것은 아마도 시장경제에서는 이뤄진 적도 없고 앞으로도 이룰 수 없는 정도의 평등이다”, “정부 소유는 분명히 만병통치가 아니었지만 또 다른 실험의 여지도 남아 있다. 예를 들어 우리는 노동자의 참여와 소유를 더욱 더 허용하는 경제적 조직형태를 연구해 볼 필요가 있다.”

이 교수는 스티글리츠가 중국의 경험을 높이 평가한다는 걸 강조하는 한편, 그의 평등주의적 시장경제에 대한 생각이 반드시 사회주의를 의미하는 건 아니며, 오히려 자본주의 체제의 질적인 혁신과 맥이 닿아있다고 풀이한다. 그리고 그 제1의 관문으로 “자유시장 유토피아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말에 주목할 것을 요구했다. 다수가 시장적 삶의 고통과 고달픔을 겪고 있음에도 자유 시장의 환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는 정교하게 다듬어진 경제학이론의 마술효과와 전염효과 때문이라는 게 스티글리츠의 강조점이다.

한편, 같은 지면에 실린 김영두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은 국내학자들이 자유시장질서를 옹호한 ‘자유와 법치’ 등 두 권의 책에 대해 “현실감각 잃은 관념적 논의일 뿐”이라고 일축해, 시장에 대한 전면적인 재성찰을 요구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두 책이 시장을 ‘자생적 질서’로 미화할 뿐, 왜 시장거래를 자유와 등치시키는지, 왜 효율적인 시장이 재벌체제와 양립하기 어려운지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다며, “실사구시하는 시장주의 논리가 아쉽다”는 질타를 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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