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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정부와 과학기술
참여정부와 과학기술
  • 논설위원
  • 승인 2003.03.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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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정론

새 정부의 과학기술정책에 대해서는 불안한 시각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대통령이 과학기술중심사회를 내세우고 정부 과학기술보좌관을 신설한 것을 보면 일단 과학기술을 경시하지 않는다고 봐야 하겠다. 그러나 역대 정부들이 과학기술입국을 외치면서도 용두사미가 됐던 전례에 비춰 아직 낙관하기에는 이르다.

늘 그래 왔지만 조각 과정에서 과학기술에 대한 무관심이 두드러졌다. 무엇보다도 과학기술이 개혁과는 별로 관계없다는 생각이 우리 사회에 지배적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는데, 참여정부도 같은 의견이라면 곤란하다. 과학기술이야말로 개혁이 가장 시급한 분야이기 때문이다.

5년전, 교수신문에 한 과학기술사회학자가 과학기술의 부정적 측면에 대한 이성적 비판을 통해 삶의 질을 위한 과학기술을 지향해야 한다고 주장한 일이 있다. 다양한 시민집단이 참여해 민주적인 과학기술정책을 제도화해야 한다는 그의 제안에 전통적인 과학관을 고집하는 과학자가 반발했고 끝내 한국판 ‘과학전쟁’으로 번졌다.

참여정부는 과학기술에도 참여민주주의가 실현되도록 배려하는 것이 당연하다. 이를 위해서는 국민이 과학기술을 올바로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90년대부터 정부가 추진해 온 과학문화의 확산은 이런 방향으로의 노력이었다. 그런데 과학문화는 과학기술학의 연구와 교육의 뒷받침을 받지 않으면 안된다.

서울, 전주, 포항의 과학문화연구센터 설립, 한국과학문화재단의 개편, 강화는 큰 진전이다. 먼 앞날을 내다보는 체계적인 과학기술학 연구가 이뤄지려면 본격적인 국책 연구소가 세워져야 한다. 현재 과학문화 사업은 과학기술 국민이해에 집중돼 있으나 그밖에도 할 일은 너무나 많다. 과학기술 개발계획은 말할 것도 없고 이공계 기피현상, 과학기술 푸대접 등 당면한 난제들이 과학기술학연구의 연구 대상이다.

과학기술부는 2006년 완공 목표로 과천에 국립과학관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현 체제를 바꾸지 않는 한 비전문가들이 활개치고 관료의 승진 코스 구실을 하는 대전 국립과학관의 재판을 면할 수 없다. 전시 위주의 과학관을 연구기능까지 겸한 국립과학기술박물관으로 격상하고 특수법인체로 전환해 전문가를 관장으로 영입해야 한다. 자연사박물관 건립은 문화관광부 관할로 10년째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박물관법을 개정해 과학기술부가 과학기술박물관과 함께 국립자연사박물관의 건립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지금 뜨거운 문제는 생명윤리 입법이다. 이것은 과학기술부가 추진해오다가 보건복지부로 넘겼지만 과기부가 일부 과학자들의 요구를 반영하려고 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 할 수 있다. 시민단체들과 인문사회과학자들의 일치된 우려를 외면한다면 참여정부는 회복할 수 없는 손상을 입게 될 것이다. 성장이 중요하지만 필요하면 규제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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