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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대학과 교수 사회에 대한 괜찮은 설명서
일본의 대학과 교수 사회에 대한 괜찮은 설명서
  • 최익현 기자
  • 승인 2003.03.1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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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산책]『대학교수 되는 법』(와시다 고야타 지음, 유리 옮김, 이동철 감수, 생각의 나무 刊)

저자의 경구가 이 책 맨 앞장에 새겨져 있다. “대학교수는 자신이 쏟아 부은 에너지로 영혼을 울리는 직업이자 본분을 지키면서도 동시에 야망으로 접근할 수 있는 직업이다.”

이런 경구가 말하는 대로, 이 책은 매우 기술적이고 현실적인, 일종의 처세론적 교수론을 담고 있는, 아카데미로 가는 통로에 세워진 지침서이며, 그것도 이웃 일본의 대학 교수 사회를 슬쩍 엿볼 수 있는, 그래서 우리는 어떤가 되묻게 되는 그런 책이다.

베버가 ‘직업으로서의 학문’, 학문과 인생을 같은 무게로 바라보는 일종의 정신주의를 강조했다면, 삿포로대에서 철학을 강의하는 와시다 고야타(鷲田小彌太) 교수는 좀더 세속적인 메시지, 즉 ‘생계수단으로서의 교수직’을 강조하고 있다. 생계수단이라고 해서 발끈할 필요는 없다. 아무도 부정할 수 없으니까 말이다. 저자는 대학 교수가 생계수단이긴 하지만 ‘영혼을 울리는 직업’이라고 분명하게 말한다.

일본의 교수사회의 단면이랄까, 그런 풍경을 비교적 선명하게 드러내보인다는 점에 이 책의 매력이 있다. 대학지원율의 정체현상, 정원미달인 대학의 출현, 교수조차 구조조정되는 대학 도산의 시대, 따라서 일본의 대학이 빙하기에 들어갔다는게 많은 사람들의 생각이지만 저자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 “대학의 노동 시장도 이제 경쟁시대로 접어든 것입니다. 후광이나 권위에 걸터앉아 있는 대학 즉, 시대나 학생의 요구에 적합하지 않는 대학이 도태되는 것이나, 일단 되고 나면 연구하지 않는 교수가 쓸모없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하는 저자는 지금이야말로 오히려 더 유능한 교수를 초빙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분명, 저자의 이 책은 몇가지 측면에서 우리 정서와 어긋나지만, 시사점은 있다. 자유경쟁을 전제로 ‘교수’로 가는 길을 설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모델은 미국 대학 교수를 벤치마킹한 것이기도 하다. 임기제를 옹호하면서 저자는 “임기제의 경우 젊은 교수에게는 대략 10년 정도의 한도 내에서 될 수 있는 한 계약기간을 길게 잡도록 하며, 이미 상당한 성과를 올렸어야 하는 45세 이상의 교수의 경우에는 임기를 줄여 대학에 활기를 불어넣자고” 말한다. 2년 혹은 1년 단위의 계약임용을 서두르는 우리 대학 풍토에서 본다면, 한번쯤 생각해봄직한 아이디어다.

‘미국 대학 교수들에게 배운다’ 부분이나, 대담과 후기는 일본 교수들의 내면 세계를 간략하게나마 엿볼 수 있어서 정보가치가 꽤 있다. 취사선택이 필요한 책이어서, 제목만 보고 지나치기보다 가려 읽는 것도 유익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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