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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지식인, ‘반전성명’과 ‘지지성명’이 대립하다
중국의 지식인, ‘반전성명’과 ‘지지성명’이 대립하다
  • 김수한 중국 통신원
  • 승인 2003.03.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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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통신원리포트 : 민족주의 성향 가진 좌파와 자유주의 지식인 간의 논쟁

미국 주도의 대 이라크 전쟁이 임박한 가운데, 중국의 인터넷은 이와 관련한 네티즌들의 공방으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특히 이번 논쟁은 중국 지식인들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된다. 
이 논쟁은 베이징항공우주대학 교수인 한더치앙 등 흔히 ‘신좌파’로 분류되는 학자들에 의해 발의된 ‘미국정부에 의한 대 이라크 전쟁을 반대하는 중국각계의 성명’(이하 반전성명)의 인터넷 서명운동으로부터 시작됐다.

‘반전성명’은 이라크 전쟁을 미국의 이익을 위한 침략전쟁으로 규정, 중국, 러시아, 프랑스 등 유엔상임이사국의 지속적 전쟁 억제 노력과 전 세계 중국인의 반전운동을 촉구하고 있다. 이 운동의 발의자 중 한 명인 연극인 장광티엔은 “전 세계적 반전운동의 열기 속에서 중국인의 침묵은 치욕적인 것”이라 말하며 대중의 참여를 호소하고 있다.
2월 10일부터 시작된 이번 서명운동은 짧은 기간에 7백여명의 서명을 받았으며, 이 서명지는 지난 2월 18일 주중미국대사관에 공식적으로 전달됐다. 이런 가운데 미국의 이라크 전쟁을 지지하는 또 다른 인터넷 서명 운동이 일어나 논쟁이 촉발됐다.

2월 20일부터 시작된 ‘미국정부의 후세인 독재정권 분쇄를 지지하는 중국지식인 성명’(이하 지지성명)운동이 그것인데, 이 운동의 발의자는 자유주의적 성향을 갖는 젊은 학자들로 알려졌다. 이들은 “역사상 자유와 인도주의를 위한 전쟁이 존재해 왔으며 이번 전쟁은 바로 이런 범주에 속한다”라고 주장하며 대량살상무기 등을 보유한 독재자 후세인에 대한 미국의 전쟁 계획을 지지하고 있다.

‘지지성명’운동을 이끌고 있는 대표적 자유주의 학자인 위졔는 중국의 대표적 주간지인 난방저우모와의 인터뷰에서 ‘반전성명’발의자들을 맹목적 반미의식을 갖고 있는 위선적 평화주의자라고 비난하며 이들 좌파들이 중국 전체 지식인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처럼 보여지는 것은 문제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자신들의 이번 성명은 “자유주의 지식인을 담은 것”이며 “진정한 반전사상은 독재와 폭정에 반대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더치앙 교수은 이러한 비판에 대해 ‘반전성명’은 인도주의 원칙에 의거해 전쟁과 폭력을 반대하는 것이며 평화 실현을 위해서는 좌우의 구분이 있을 수 없다며 반박했다.

이 논쟁은 각 성명을 지지하는 학자 및 네티즌을 중심으로 계속적인 열기를 띠고 있으며, 이미 인터넷뿐만 아니라 각 신문매체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또한 단순히 전쟁 찬반의 문제를 떠나 친미와 반미의 문제 그리고 이번 전쟁을 북핵문제와 연관시켜 중국의 궁극적 국가이익이 어디에 있는지를 다루는 등 다양한 방향으로 논쟁이 확산되고 있는 추세이다.

이 논쟁은 강한 민족주의적 색채를 갖는 중국 특유의 좌파와 자유주의 지식인간 쟁론이라는 점에서 현 중국 지성 흐름의 한 면을 들여다 볼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동시에 일반인들이 민감한 국제정치문제에 대해 인터넷을 통해 공개적인 의견을 표명했다는 측면에서 새로운 대중정치의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고 할 수 있다.

한편, 중국 당국은 이런 대중적 움직임에 대하여 우려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반전성명’에 참가한 칭화대학의 한 교수는 중국정부는 학자들의 인터넷을 통한 반전 서명에 대해 아주 단호한 입장을 표하고 있으며, 반전서명에 참여한 학자들에 한해 미국 입국을 불허할 방침이며 그밖에도 여러 가지 경제적인 불이익을 줄 것이라고 선언했다고 말했다.

미국의 이라크 전쟁을 묵인하고 대신 북핵 문제에 대해 미국이 선제공격 등의 강경 대응을 하지 않도록 중국과 미국이 비밀리에 합의했다는 외신의 보도에도 불구하고, 중국정부의 대 이라크 전쟁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은 여전히 문제의 평화적 해결과 반전이라고 관영신화통신이 중국 외교부의 고위관계자의 말을 인용, 지난 3일 보도했다. 김수한 중국 통신원 / 중국 사회과학원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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