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 늘어나고 있는 대학가 연예인 교수들
분석 : 늘어나고 있는 대학가 연예인 교수들
  • 이은정 기자
  • 승인 2003.03.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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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에겐 뭔가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 대학홍보 자구책 또는 실력대로?

브라운관에서나 볼 수 있던 이들의 모습을 캠퍼스 곳곳에서 볼 수 있게 됐다. 연기자·가수·코메디언 등 연예인들이 대거 대학 강단에 진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겸임교수로 활동 중인 연예인은 1백명을 훌쩍 넘는다. 유인촌 중앙대 교수(연극학과), 장미희 명지대 교수(연극영상학부), 전유성 예원대 교수(공연예술학부), 정보석 수원여대 교수(영상산업학부) 등은 이미 대학에서 전임 교수로 탄탄하게 자리를 잡은 사람들. 여기에 시간강사로 활동중인 연예인까지 포함하게 되면 셀 수 없을 정도.


올해도 예외는 아니다. 올 1월부터 강단에 서게 된 연예인만 하더라도 예닐곱명 된다. 탤런트 조민기 씨가 영산대 영화영상학부 연기전공 초빙교수로 ‘화술’과 ‘장면연기’ 과목을 가르치며, 개그맨 양원경 씨는 인덕대 인터넷·TV방송학과 겸임교수로 초빙돼 ‘연기 및 연출론’을, 탤런트 박준규 씨가 제주관광대 방송연예과 초빙교수로, 탤런트 임현식 씨는 호남대 다매체영상학과 방송연기 담당 겸임교수로 초빙돼 대학 강단에 서게 된다. 탤런트 이승연 씨 역시 인하대 사회교육원 엔터테인먼트 아카데미의 겸임교수로 임명돼 이번 학기부터 출강한다.


이렇듯 대학에서 기하급수적으로 연예인 교수들이 늘어나기 시작한 것은 지난 1994년부터. 대학에 겸임교수제가 도입되면서부터다. 겸임교수제란 말 그대로 본업은 교수가 아니지만 관련분야 전문직업인들의 경험과 노하우를 높이 사 강의를 맡기는 제도. 대학에 있어서는 상아탑 안에서의 이론뿐만 아니라 현장에서 나오는 경험과 아이디어를 함께 배울 수 있기 때문에, 학문의 부족한 측면을 보완하고 균형을 맞출 수 있는 시너지 효과를 볼 수 있는 제도다. 따라서 현장 경험이나 실기를 상당 부분 필요로 하는 연극·영화·영상산업·스포츠 관련 학과에서 연예인들을 교수로 대거 채용하고 있다.


 주철환 이화여대 교수(언론홍보영상학부)는 최근 연예인 교수들이 늘어나고 있는 이유를 급증하는 신설 대학들과 방송연예관련 학과 개설에서 찾는다. 최근 2∼3년 사이에 연극영화·방송연예 관련 전문대학 및 학과가 50여 개 가까이 신설되면서 수요가 폭등했다는 것은 이를 방증한다. 국내 연예인 교수 1호로 꼽히는 유인촌 중앙대 교수(연극학과) 역시 “젊은 세대의 관심이 방송·연예로 쏠리면서, 관련 대학과 학과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있다. 하지만 이를 가르칠만한 사람이 마땅히 배출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라며 연예인 교수 급증의 원인을 찾는다.

주 교수는 “집을 잘 짓는 목수가 건축에 대해서 일가견이 있듯, 배우는 연기에 대해, 코메디언들은 웃음창출법에 대해 책에서는 발견할 수 없는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라며 “이러한 요소를 잘 활용한다면 관련 진로를 공부하고 있는 학생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1997년 가수 신해철 씨를 학부생 전공과목이었던 대중문화론에 초빙,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강현두 서울대 교수(언론정보학부)도 당시 “대중문화의 각 분야에 대해 가장 생생한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는 사람은 현장에서 활동하는 전문가”라는 이유를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면에는 학교 홍보 효과를 노리는 대학들의 전략이 깔려 있다. 새로 생겨나는 전문대학이나 신설 학과들이 자신을 알리는 방안으로 유명 연예인을 교수로 내세우는 것. 실제로 연예인들이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곳들의 상당수가 설립된 지 얼마 되지 않는 곳이거나 지명도가 낮은 지방 대학이다.


제대로 시행이 되기만 한다면 학생들의 간접 경험을 통한 현장 교육과 학문적 토대,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제도인 연예인 교수 초빙. 하지만 이에 대한 불만과 비판의 목소리도 존재한다.


가장 크게 두드러지고 나타나고 있는 부작용은 일부 연예인 교수들의 불성실한 강의 태도. 스케줄과 학교 강의 시간간의 갈등도 빼놓을 수 없다. 유명도가 높은 연예인일수록 스케줄과 학교 수업과의 충돌이 잦아 휴강도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한 스타급 연기자의 경우, 특강인 양 한 학기에 한 두 번만 얼굴을 비추고 나머지 시간은 개인 연습으로 맡겨버리고 급기야는 급여 문제로 학교를 그만 둔 극단적인 사례도 있다. 제대로 된 커리큘럼 없이 이런 저런 잡담과 사담으로만 강의 시간을 채우는 경우도 종종 벌어진다. 경험은 풍부하지만 교육에 대한 철학 없이 무작정 강의를 맡기 때문에 생기는 부작용이다. 유인촌 교수는 “경험을 많이 쌓은 것과 교육은 별개의 문제다. 자신이 하고 있는 강의가 얼마나 효과적인지 매 시간마다 생각해야 한다. 최선을 다해 학생들을 가르칠 수 없다면 그만둬야 할 것”이라며 따끔하게 일침을 놓는다.


하지만 모든 책임을 연예인 교수들에게만 전가할 수 없다는 시각도 유념할만한 대목이다. 김용호 영산대 교수(영화영상학부)는 “교수로서의 적합한 검증과 논의를 거치지 않고 교수로 채용하는 것은 배우려는 학생들과 강의를 내주는 교수들 모두에게 부정적인 결과만 가져온다”라며, “자신의 일에 책임을 지지 못하는 일부 연예인도 문제지만, 대학 측도 교수 임용에 있어 충분히 고려를 해야 한다”라고 말한다. 학교 홍보에만 치우쳐 적합한 검증 없이 교수를 채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지방대의 경우, 이러한 현상은 지방대의 생존 위기와도 맞닿아 있기도 하다. 학생 수 감소 등으로 커다란 타격을 받고 있는 지방대에서 학교 홍보를 위한 자구책으로 연예인 교수를 내세운다는 일부 교수들의 ‘고백’은 왜곡된 우리의 대학구조의 쓰라린 단면이 투영된 자화상이기도 해 씁쓸하기까지 하다. 김 교수는 “현재 대부분의 연예인 교수들이 겸임이기 때문에 책임의식이 흐린 것도 사실이나 적절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도 무시할 수 없다. 제대로 된 검증을 통해 인정을 받은 연예인에게는 그에 걸맞는 대우를 해줘야 한다”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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