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18 11:05 (목)
영화감독 출신 이창동 문화부 장관을 보는 문화계 시선
영화감독 출신 이창동 문화부 장관을 보는 문화계 시선
  • 이은정 기자
  • 승인 2003.03.10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문화, 협상의 대상 아니다” 개혁바람 기대

지난 27일 참여정부 출범과 함께 영화감독 이창동 한예종 교수가 제6대 문화관광부 장관으로 선임돼 문화계가 술렁이고 있다. 그간 문화부 장관으로 주로 정치인이나 정부 관료들이 선임돼온 관례를 볼 때, 이번 이창동 감독의 장관 임명은 이례적임을 넘어 파격이라는 반응이다. 더구나 그마저도 짧은 수명으로 자주 교체돼, 문화계 발전을 위한 일관되고 현실 반영적인 실질적 정책을 마련하는 것이 어려웠던 점을 고려해 본다면, 스크린쿼터문화연대 정책위원장, 영화인회의 정책위원장 등 개혁적인 문화활동을 해왔던 이창동 신임장관에게 문화계가 거는 기대는 사뭇 큰 듯 하다.

이창동 장관은 영화 ‘초록물고기’, ‘박하사탕’, ‘오아시스’ 등으로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실력을 인정받은 영화감독. ‘녹천에는 똥이 많다’ 등의 소설과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 등의 시나리오를 집필했으며,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교수로 강단에 서기도 했었다.

지난 27일 이창동 감독이 문화관광부 장관에 임명됐다는 내용이 발표되자 각 문화관련 단체에서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이창동 감독의 임명을 반기는 모습을 보였다.

민족문학작가회의 등 16개 문화단체들이 함께 구성한 ‘세계문화기구를 위한 연대회의’는 지난 27일 성명을 발표해 “문화계는 오랫동안 확고한 문화철학을 가진 문화예술인이 맡아야 한다고 요구해왔다”라며, “사실상 처음으로 문화예술인이 문화부 장관에 기용된 만큼, 이번 인선이 지금까지의 산업 중심의 문화정책에서 문화본연의 가치가 중심이 되는 진정한 문화정책으로 전환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특히 이창동 장관이 과거 스크린쿼터 사수투쟁에 참가하는 등 ‘문화적 예외’에 앞장선 만큼 “앞으로도 문화는 협상의 대상이 될 수 없음을 공고히 하고, INCP와 같은 문화다양성을 위한 국제기구에서 한국의 위상을 강화해 주길 바란다”라는 바람도 내비쳤다.

한편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안성배 사무총장은 “위로부터 아래로 진행돼 온 일방적 하향식 구조였던 문화행정 메커니즘을 상향식으로 개혁하고, 다양한 견해를 가진 문화예술인과 단체들이 직접 참여해 자율적으로 논의하면서 결정하는 합리적이고 수평적인 문화행정 구조를 창출하도록 노력해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화부 장관에 이창동 감독이 선임된 것만으로도 문화계의 상당한 진전”이라는 박신의 경희대 경영대학원 교수(문화예술경영학)는 “문화예술 행정 전반에 암세포처럼 퍼져있는 공무원 중심의 행정주의를 문화적 마인드로 바꾸는 일도 대외적 사업 못지 않게 중요한 임무”라고 당부했다. 공무원 사이에 만연해있는 경제·정치·외교중심의 사고에 문화의 영역이 스며들 수 있도록 해야한다는 것. 김미경 강남대 교수(미술사) 역시 문화예술인이 장관이 된 것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며 현재 적합한 절차 없이 이뤄지고 있는 예술후원정책에 대한 제고가 필요하다는 과제를 제시했다. “문화예술 발전을 위해 후원은 필수적이지만, 제대로 된 절차나 심사위원단 없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적재적소에 후원을 할 수 있도록 각 예술분야도 세분화시키고 관료가 아닌 전문인들을 배치해 더욱 공정한 예술후원정책에 힘써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3일에는 문화행정 조직 개혁을 위한 행정문화개혁위원회를 한시적으로 구성, 운영할 계획을 발표하는 등 이제 활발한 활동을 시작하고 있는 이창동 문화부 장관이 그 동안 침체돼있던 문화계를 잠 깨울 수 있을지 궁금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