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단에서 경제학을 가르치고 숭실대 총장까지 지낸 한 원로 학자가 ‘대학교’란 책을 통해 아카데미의 본령과 현실, 그리고 한국 대학의 개혁돼야 할 부분들을 주르륵 꿰어냈다. 꽤 두껍지만 대학 정체성, 학부 교육, 대학원 교육, 대학 통치, 대학 개혁 등을 다섯 부분으로 나눠 차근차근 풀어쓴 책이다. 강단을 떠나는 노병이 남긴 마지막 쓴 소리의 요지는 “긴 시간이 걸릴 교육개혁에 지금 당장 착수해야 한다”는 것.

캠퍼스는 있되, 정작 존경하고 의지할만한 ‘대학’은 없는 상황에서 이상적인 대학교육象을 통해 현재의 대학교육이 잊고 있는 부분들까지 짚자는 것이 저자의 의도다. ‘대학학’이라는 낯선 학문에 대한 원론서인 동시에 현실비판서이자 개혁에 대한 주문서로 읽히는 것은 그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총장 리더십’이다. 코헨-마치,  커-게이드의 통치 유형 이론에 근거해 총장 리더십을 논하면서 자연스럽게 신문지상에 오르내렸던 한국총장들의 잘못된 통치 유형과 저자가 직접 겪은 대학행정상 문제점들을 지적하는 방식은 저자가 즐겨쓰는 설득의 방법이다. 

저자는 학문후속세대 문제에도 대학교육에 대한 고민을 담아낸다. 특히 “대학원교육의 과잉으로 박사학위 실업자들이 속출하는 것은 국가적으로는 물론 개인적으로도 큰 비극”이라며 “신에 대한 확신 없이 웅장한 교회가 좋아 목사가 되려고 해서는 안되듯이 학문에 대한 확고한 동기 없이는 아예 박사과정을 시작하지 말라”고 苦言한다. ‘대학교’의 한 구성원이 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건네는 노병의 충고이자 부실 박사학위자들을 양산해내는 대학원교육에 대한 일갈이다.

학자의 특성이 ‘성실성, 인내, 용기’가 돼야 한다는 것은 다소 상투적으로 들리지만 글래식, 허버, 메이로프 등이 제시한 업적평가기준은 교수들의 눈길을 끌만 하다. 閑職이 아닌, 모든 욕심을 학문으로만 풀어내야 하는 고독한 직업이 교수라는 속내도 일반인에게는 흥미롭다.

“추하게 늙지 말자”, 저자가 서문에서 강조했던 말처럼 ‘대학교’와 ‘교수’, ‘대학생’들이 우후죽순 늘면서 그 가치도 바닥에 떨어진 요즘 우리의 대학교육이 총체적으로 어떤 방향으로 성숙해가고 있는지 되돌아보게 하는 책이다. 

설유정 기자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