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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국립대 개혁 논의한 시모타니 마사히로 교토대 경제학부 학부장
인터뷰 : 국립대 개혁 논의한 시모타니 마사히로 교토대 경제학부 학부장
  • 강성민 손혁기 기자
  • 승인 2003.03.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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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려되는 ‘국립대법인화법’제정 … “한국, 교수 절대 부족하다”

일본 국립대 개혁을 듣는다

지난 몇 년간 일본 정부가 추진해온 국립대 독립법인화 계획이 올 6월 법 제정을 앞두고 있다. 정부주도로 이뤄진 이 계획은 소규모 반발이 있었지만, 나라 전반의 긴축재정 및 공기업들의 법인화와 맞물린 흐름 속에서 법 제정 단계까지 왔다. 이 시점에서 개혁 움직임의 한 가운데 있는 교토대 경제학부 학부장인 시모타니 마사히로 교수가 내한해, 이 문제를 가지고 인터뷰를 나눠봤다. 독립법인화 이후 일본의 대학사회에 어떤 구체적인 변화가 생겨날 것인가, 또 그에 따른 부작용은 어떤 것들인가. 대답하는 마사히로 교수의 목소리는 뭔가 불안해 보였다. 범사회적 의견수렴 과정 없이 이뤄진 이번 개혁에 대해 그동안 내부의 불만이 쌓여왔고, 법제정과 함께 조직적으로 반대하는 움직임이 생겨날 것이 예상됐다. 국립대 개혁의 목소리가 높은 우리의 경우 어떤 부분을 경청해야 할 것인지 들어보자.

■일시 : 2003년 2월 23일 조선호텔
■대담 : 강성민·손혁기 기자
■통역 : 정안기 고려대 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

 

 

 

 

 

 

 

 

△일본의 국립대학 독립 법인화 프로그램(이하 법인화)의 목표, 논의 및 진행과정을 말해달라. 또 이에 대한 사회와 대학구성원들의 동향은 어떠한가.
“1년 전까지만 해도 일본에는 국립대가 99개가 있었는데, 통폐합을 통해서 현재는 87개가 됐다. 그리고 2005년 4월부터는 전국 국립대학 전체를 대상으로 법인화를 진행하게 된다. 올 6월이나 7월경에 전국국립대학법인화법이 제정될 예정이다. 법인화가 되면 국립대가 그 동안 정부로부터 받던 예산이 점점 삭감돼 갈 것이다. 그 대신에 국립대에 대한 정부의 개입이나 규제 같은 것들이 점점 없어질 것이다. 국가재정이 위기 상태이고, 학생 수가 점점 줄고 있는 것이 배경이 됐다. 법인화의 목적은 국립대의 교육·연구에 경쟁원리를 도입하자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또 내부에서 전적으로 담당해온 대학경영을 외부전문가와 공동으로 운영하는 형식을 취하게 될 것이다. 이후에는 대학 교육 전반에 대해서 외부의 평가가 엄해지게 될 것이다. 지금까지 대규모 국립대는 학부자치제를 취해왔다. 그러다 보니 의사결정이 잘 안 되는 상황들이 있었다. 지금까지는 밑에서부터 위로 올라가는 방식으로 움직였는데, 앞으로는 학장이나 총장이 결정하면 밑으로 전해지는 톱-다운 방식의 의사결정 구조로 대학 전체가 바뀔 것이다.”
△예산이 줄면 대학 구성원들의 근무조건이 열악해지고, 반발이 있을 듯 한데.
“일반 직원들의 반발이 상당히 심하다. 이들은 공무원시험을 보고 들어왔는데, 신분 자체가 바뀌게 되고 그에 따라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대우가 상당히 달라질 것이다. 그리고 급료가 많이 삭감될 가능성이 있다. 현재 국립대 직원의 30%가 비상근 직원이다. 법인화되면 이 직원들의 고용이 확보될지 여부가 아직도 예측할 수 없다. 비록 비상근이지만 이들은 20~30년씩 근무해온 사람들이다. 민간기업과 똑같이(구조조정돼) 인원이 삭감될 가능성이 있고, 거기에 대해서 상당히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다. 교수들 입장에서 본다면 종래에는 학부의 자치가 보장됐는데, 법인화되면 ‘교수회’의 힘이 약해질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학부 교수회의는 하나의 단위로 교육연구, 인사, 예산을 전부 결정해왔고 종합대학은 이런 단위들의 연합체로서 운영됐다. 이렇듯 지금으로서는 다양한 불만이 있긴 하지만, 법률화가 안됐기 때문에 어떻게 될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대학조직기구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달라지는가. 
“지금 체제는 학장이 최상부에 있고, 이 밑에 각 학부에서 2∼3명의 교수들이 참석하는 평의회가 있다. 또 그 밑에 각 학부의 학부장들이 모인 부국장회의가 있다. 지금까지는 모든 의사결정을 평의회에서 담당해왔다. 그러면 부국장회의에서 구체적인 내용을 잡아서 실천해나가는 식이었다. 그런데 법인화되면, 임원회의가 상부기구로 등장한다. 임원회의는 학장(총장)과 이사를 포함해 총 8명으로 구성된다. 이사 중에는 학외 인사가 1~2명이 참가하도록 돼 있다. 그리고 평의회의 기능이 축소된다. 신체제에서는 평의회가 연구와 교육만을 담당하게 될 것이고, 명칭도 ‘연구교육평의회’로 바뀌게 될 것이다. 가장 새롭게 바뀌는 것은 경영협의회가 신설되는 것이다. 경영협의회에 참가하는 인원들은 전부 학장이 선발한다. 협의회의 인원이 얼마인지는 학교 규모에 따라서 달라질 것이다. 교토대는 10~12명 정도가 될 것이다. 경영협의회는 예산, 대학의 경영전략 등 대학 전체에 관련되는 의사결정을 내리게 된다.”
△그렇다면 학장의 권한이 대폭 강화되는 셈인데, 어떻게 뽑는가.
“학장선거 규정을 새롭게 만들게 된다. 지금까지는 교수 직선제였다. 그 방식은 유지되지만, 경영협의회에서 절반, 평의회에서 절반의 인원을 뽑아 (총)학장선거위원회를 구성할 예정이다. 이 조직체가 후보자를 받기도 하고, 전체적인 총장선거를 추진하는 집행위원회가 되는 선거위원회가 구성된다. 이 부분이 사실 큰 반발이 예상되는 부분인데 아직 법으로 결정된 것이 없어 내부의 움직임이 조직화되진 않고 있다.”
△한국에선 학생들의 수준이 떨어지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일본도 ‘동경대생은 바보가 되었는가’의 저자인 다치바나 다카시의 지적처럼 문제가 심각한 걸로 알고 있다.
“각종 조사결과를 보면 실제로 학력이 저하하고 있다. 15년 전부터 일본에서는 교양학부 자체를 거의 없애버리는 형태로 학부교육을 전개해왔고, 전문교육을 외쳐왔다. 그러니 일부 대학에서는 교양교육이라는 것이 거의 없는 게 현재의 상황이다. 교토대 같은 경우는 워낙 우수한 인력이 들어오기 때문에, 학력저하를 실감하진 못하지만, 그 외의 대학에는 대학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초적인 자질과 자격도 없는 사람들이 입학하기도 한다. 이는 기본적으로 대학교육이 대중화됐다는 데 그 원인이 있다. 그래서 일부 공립대학에서는 이 부분을 해결하기 위해서 대학원 대학으로 전환해 아카데미즘을 지켜나가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학생들이 독서할 수 있는 기회가 적어지고, 어려서부터 논리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도 점점 줄고 있다. 학생들에게 너무 여유를 많이 주는 것 같다. 과제도 안 내주고, 수업시간도 축소시켜버리고, 그런 것들이 기본적인 원인이다.”
△새로 출범한 노무현 정부는 ‘학벌사회 철폐’를 주장했다. 명문대 선호현상과 ‘학벌’로 인한 문제는 한국과 일본에서만 볼 수 있는 현상인데. 
“일본의 학벌 문제는 한국만큼 심각하진 않다. 가령 도쿄대의 경우 타 대학 출신 교수비율이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교토대 경제학부의 경우 타 대학 출신자들이 3분의 1을 점유하고 있다. 이번 법인화안 속에는 교원들의 이동성을 높이고, 경쟁원리와 평가를 좀더 강화하겠다는 부분도 포함하고 있다. 이런 경향은 앞으로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또 중앙관청도 도쿄대 출신자들이 압도적으로 많았는데, 최근 정부는 도쿄대 출신을 줄여나가는 구체적인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한국을 보면 학벌 등 인적 네트워크의 폐쇄성이 일본보다 훨씬 심한 것 같다. 서울대를 보면 서울대 출신 교수들이 거의 1백퍼센트이지 않은가.”
△한국의 시민단체들은 교육부 개혁론을 주장하고 있다. 일본의 문부과학성은 어떠한가.
“개인적으로는 문부성이 불필요한 존재라고 생각한다. 법인화가 진행되면, 문부성이 규제를 통해서 대학을 콘트롤하는 관행이 없어져야 한다. 그런데 내가 현재 독립법인화 이후 대학발전을 위한 중기계획을 짜고 있는데, 이를 문부성에 제출하고 검토받아야 한다. 결국 문부성이 대학을 장악하겠다고 하는 논리가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법인화가 진행되면 각 대학들을 평가해야하는데 이를 위해 대학평가위원회가 설치된다. 그런데 실제로 그게 누구냐. 바로 문부성이다.”
△일본의 COE(Center of Excellence)21사업은 한국의 BK21사업과 유사하다.
“이 계획은 몇 개의 대학을 선별해서 국가재원을 집중시키겠다는 논리를 갖고 있다. 학문 분야별로 20위 안에 든 대학을 선정하고, 그래서 그 안에 들면 장기간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게 된다. 프로그램당 연간 3억엔 이상이 지원된다. 돈은 프로젝트에 따라서 인건비, 자재비 등으로 요구할 수도 있고, 대학원생들 중심으로, 국제회의 참가비, 장학금 등으로 지급된다. COE에 선발되느냐의 여부는 각 대학의 학문적인 자존심도 걸려 있다. 2002년부터 2007년까지 실시되며 현재 알려진 전체 예산은 3백50억엔 정도다.”
△한국 대학개혁에 대해서 조언을 한다면.
“한국과 일본을 비교하니, 한국의 교수들은 수업부담이 너무 크다. 특히 자기 전공과 상관없는 과목까지 담당하기도 한다. 경제사를 담당하는 사람이 경제원론, 경제정책까지 가르치고, 그러니 당연히 수업시간도 많다. 일본 같은 경우는 교원수가 많고 그렇기 때문에 자기 전공만 집중해서 가르치며, 개인 연구시간도 많이 확보할 수 있다. 한국은 일단 교수 수를 늘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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