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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한 지역계간지의 실험 - 발간 30호 맞은 계간『황해문화』
[초점] 한 지역계간지의 실험 - 발간 30호 맞은 계간『황해문화』
  • 이세영 기자
  • 승인 2001.02.1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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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2-19 00:00:00
전지구적 시각에서 지역문제 조망하는 '시민의 잡지'

2월 넷째 주를 맞아 서점의 잡지코너에는 2001년 봄호 계간지들이 일제히 선보였다. 이 중 유독 눈길을 끄는 계간지가 있다. 발간 30호를 맞은 '황해문화'다.

'황해문화'는 인천에서 나오는 '지방잡지'다. 하지만 지면 대부분을 향토색 짙은 지역 탐방기나 문예물로 도배하는 일반적인 지방잡지를 떠올린다면 오산이다. 궁금하다면 최근 '황해문화'가 다룬 특집들의 표제만이라도 일별해보라. '한국의 진보정치운동의 과제와 조봉암'(1999년 여름)을 비롯, '새천년 세계체제의 비판적 조명'(2000년 봄)에서 '동아시아 예술의 현재를 묻는다'(2000년 여름), '한국사회운동의 비판적 재조명'(2000년 겨울)에 이르기까지 하나같이 지방잡지가 감당하기엔 버거워 보이는 '거대'(?)주제들이다. '언론개혁'을 화두로 내건 이번호 역시 마찬가지다. 주동황 광운대 교수(신문방송학과), 구모룡 한국해양대 교수(동아시아학과) 등 필진에서 느껴지는 중량감 역시 서울에서 발간되는 중견급 계간지 이상이다.

중앙계간지 못잖은 기획력과 필진

"인천잡지라고 인천 이야기만 해야한다는 법 있습니까?" 편집장 전성원 씨의 말이다. "지역현안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는 독자들의 불만도 가끔 듣습니다. 그러나 황해문화의 창간이념은 인천의 역사를 보편적이고 세계사적인 시각에서 기술한다는 데 있습니다. 요컨대 '보편성이 결여된 향토주의'나 '향토색 없는 보편주의' 모두 배격한다는 것이지요."

사단법인 한국잡지협회에 등록된 전국적 규모의 유가 교양지는 모두 53종. 이 가운데 지방에서 발간되는 것은 4종에 불과하다. '지방지'란 분류항목에도 줄잡아 30여종의 잡지가 등재돼있지만, 그나마 안정적으로 발간되는 것은 지방신문사에서 펴내는 월간지들뿐이다. 지방문인단체가 펴내는 문예지들 역시 예외는 아닌지라, 대부분 필자와 독자를 '자급자족'하는 '동인지' 수준에 머물고 있는 형편이다. 물론 전국적으로 고른 독자층을 확보하고 있는 잡지도 있다. 하지만 대구의 '녹색평론'(녹색평론사 刊)과 부산의 '오늘의 문예비평'(세종서적 刊) 정도다. 지방잡지들이 이처럼 고전을 면치 못하는 것은 무엇보다 열악한 재정사정 때문이다. 지방자치제가 실시되면서 지역에 기반을 둔 지역매체들의 창간이 잇따랐지만 외환위기로 인한 자금사정 악화로 창간호나 창간준비호를 선보이는 데 만족해야 했다.

'황해문화'가 7년 넘게 안정적으로 발간될 수 있었던 데는 '새얼문화재단'(이사장 지용택)의 재정적 지원이 기여한 바 크다. 새얼문화재단은 75년 인천지역 근로자 자녀를 위한 장학회로 출범, 83년 재단법인으로 확대개편된 국내 유일의 '시민문화재단'으로 시민들이 구좌당 5천원씩 적립해 조성한 기금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 재단이 94년 '인천지역문화의 활성화'를 목표로 내걸고 창간한 잡지가 '황해문화'다. 이렇게 본다면 '황해문화' 역시 시민의 기금으로 운영되는 국내 유일의 '시민잡지'인 셈이다.

현재 주간은 인하대 강사(국어국문학과)로 재직중인 문학평론가 김명인씨. 최원식, 서규환 교수(이상 인하대 교수)에 이어 지난해 3대주간으로 취임했다. 김주간과 함께 정치학 박사 노대명, 시인 장석남씨 등 4인으로 구성된 편집위원회가 기획과 편집을 총괄하는데, 잡지를 발행하기까지 무려 20차례가 넘는 편집회의를 거친다고 한다. "우리처럼 공들여 만드는 계간지가 없다"는 편집장 전씨의 단언이 괜한 허풍은 아닌 셈이다. 올해부터는 기획력 보강을 위해 편집자문위원도 위촉할 예정이다. 홍윤기 동국대 교수(철학과),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교양학부) 등 '중앙'의 쟁쟁한 교수들이 자문위원직을 수락한 상태다.

'황해문화'의 발행부수는 대략 8∼9천부 정도. 도서관과 관공서, 지역시민단체들에 무상으로 배포하는 2천부와 서점을 통해 판매하는 1천부 정도를 제외하고 5∼6천부의 잡지가 정기구독자들에게 배달된다. 정기구독자들 대부분은 인천지역에 거주하는 일반시민들로 이중에는 초중등학교 교사가 가장 많다고 한다. 인천 이외 지역의 정기구독자는 아직까지는 많지 않다. 서점판매망을 통해 책이 유통되기 시작한 것이 채 1년도 되지 않은 까닭이다.

"황해도 실향민 잡지냐?" 오해받기도

잡지에 대한 인지도가 낮았던 초기에는 어려움도 많았다. 가장 어려웠던 일이 원고청탁이었다. 편집장 전씨가 소개하는 일화 한 토막. "백기완 선생한테 통일문제에 관해 청탁을 했는데 못 쓰시겠데요. 혹시 황해도 실향민들이 내는 잡지가 아니냐고 하면서요. 이 분이 민주화운동 하면서 고향 사람들한테 험한 일 많이 당했나봐요. 그래서 우리 책 한 권을 보내드렸죠. 그랬더니 며칠 후 연락이 왔어요. 몇 권 더 보내줬으면 좋겠다고. 그러면서 잡지가 너무 좋다고 하시더군요."

최근 '황해문화'가 역점을 두고 다루는 주제 가운데 하나가 지역시민사회운동이다. '황해네트워크' '움직이는 인천' '대안을 찾는 사람들' 같은 고정꼭지들을 할애해 지역에 기반을 둔 시민운동을 상세히 소개하고 운동의 활성화 방안을 다각도로 탐색하고 있다. 지역문제에 관한 이론적 축적을 위해 연구소 설립도 추진중인데, 98년부터 설립을 준비해온 황해문화연구소가 그것이다. '황해문화'는 이 연구소를 지역시민운동을 이론적으로 지원할 '싱크탱크'로 활용한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이세영 기자 sylee@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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