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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수의 지지’ 잊지 말아야
‘다수의 지지’ 잊지 말아야
  • 김교빈/ 편집기획위원
  • 승인 2003.03.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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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깍발이

21세기 새롭게 우리 민족을 이끌어 갈 정부가 섰다. 인수위원회가 고민 끝에 마련한 새 정부의 이름은 ‘참여정부’라고 한다. 그래서 그 동안 인수위원회나 대통령 당선자의 행사가 있을 때마다 항상 ‘국민이 주인입니다’라는 글귀가 따라다녔고, 새 대통령 취임 후에도 마찬가지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승만 독재정권과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로 이어진 군사독재정부를 지나고 문민정부와 국민의 정부를 거쳐 이제는 국민 참여 정부가 들어선 것이다.

‘참여정부’란 무엇인가. ‘맹자’에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나온다. 제선왕의 신하 장포가 맹자를 찾아와, 자신이 왕으로부터 음악을 좋아한다는 말을 들었지만 대답을 하지 못했다고 하면서 음악을 좋아하면 어떻게 되는지를 물었다. 그러자 맹자는 왕이 음악을 좋아한다면 제나라는 제대로 다스려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며칠 뒤 맹자가 제선왕을 만나 물었다. ‘일찍이 왕께서 장포에게 음악을 좋아한다고 하셨다는데 사실입니까?’ 그러자 왕은 얼굴을 붉히면서 말했다. ‘사실 제가 좋아하는 음악은 고상한 음악이 아니라 대중가요입니다.’
그 말을 들은 맹자가 말하였다. ‘왕께서 음악을 매우 좋아하신다면 제나라는 제대로 다스려질 수 있을 것입니다. 대중음악이나 고상한 음악이나 다를 것이 없습니다.’ 그리고는 왕에게 다시 물었다. ‘음악을 혼자 즐기는 것과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즐기는 것 가운데 어떤 것이 더 즐겁겠습니까?’

당연하다는 듯이 왕이 답했다. ‘여러 사람과 함께 즐기는 것이 좋겠지요.’ 맹자가 다시 물었다. ‘몇 사람들하고 즐기는 것과 많은 사람들과 즐기는 것 가운데 어떤 것이 더 즐겁겠습니까?’ 이번에도 왕은 당연하다는 듯이 답했다. ‘많은 사람들과 함께 즐기는 것이 좋겠지요.’ 그러자 맹자는 신이 나서 이야기한다. 왕이 음악을 연주하는데 백성들이 그 음악소리를 듣고는 얼굴을 찡그리면서 ‘우리 임금 참 징그럽게도 음악 좋아하네. 백성은 이지경인데 음악이라니’라고 할 수도 있고, 반대로 기뻐하면서 ‘저렇게 음악 연주를 하시는 걸 보니 아마도 건강하신 모양일세’라고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바로 이런 차이는 백성과 함께 즐기느냐 그렇지 않느냐의 차이일 뿐이라고 했다.

‘참여’는 바로 이렇게 함께 하는 것이며 소수가 아니라 다수와 함께 더불어 할 때 더욱 빛이 나는 것이다. ‘참여정부’는 소수의 재벌이나 소수의 언론, 소수의 권력 엘리트가 아니라 다수의 서민이 지지기반이었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들과 기쁨이나 슬픔을 같이 할 때 남북문제도 부?불균형 문제도, 국가 경쟁력도 뜻한 바대로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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