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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회를 찾아서-프랑스 학회
학회를 찾아서-프랑스 학회
  • 이은정 기자
  • 승인 2003.03.0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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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간 경계 뛰어넘는 유연성 돋보여

문화선진국 하면 떠오르는 나라, 프랑스. 저녁 해가 어스름하게 질 무렵 몽마르트 언덕의 화가들이 하나둘 자리를 접고, 샹젤리제 거리의 불빛을 타고 샹송이 흘러나올 것이라는 진부하고도 유치한 생각은 차치하더라도, ‘문화에 대한 투자가 곧 경제에 대한 투자’임을 역설하고, 거대자본에 대해 ‘문화적 예외’를 당당하게 주장하는 나라.

▲프랑스학회의 홈페이지, 논문자료와 관련 홈페이지가 깔끔하게 정리돼 있다. /
프랑스학회는 이 ‘프랑스’를 매개 고리로 한 모든 학문을 아우르는 학회다. 이 학회가 설립된 것은 지금으로부터 20년 전. 1983년 이화여대, 한국외국어대가 주축을 이뤄 ‘불어학 연구회’를 만들었고, 이것이 지금 ‘프랑스학회’의 모태다.

처음에는 불어불문학에 초점을 맞춘 모임이었지만 1996년부터는 그 범위를 확장해 프랑스 제반에 관한 학문들을 다루기 시작했다. 1998년에 한양대 ‘프랑스문화학회’와 합병되면서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1년에 두 번 정기 학술대회를 열고 있으며, 학술지도 연간 3회 발간하고 있다. 현재 가입된 회원만도 4백여 명에 이른다. 이 중 학회에 활발하게 참여하고 있는 회원은 주경복 건국대 교수(어문학부), 김진수 서경대 교수(유럽어학부) 등을 비롯한 2백여 명. 

프랑스학회의 가장 큰 특징으로는 프랑스를 중심축으로 해 ‘학문과 학문의 벽을 넘나드는 학제간 연구’가 자유롭다는 점이다. 이 학회에서는 불어학·불문학뿐만이 아니라 인문과학, 사회과학, 자연과학, 문화예술 등 프랑스어권에 관련된 제반 학문분야를 다룬다.

박정자 회장(상명대 불어교육과)이 말하듯 “프랑스의 문화를 모르고서는 그 나라의 철학과 역사를 알 수 없고, 철학과 역사를 모르고서는 문학과 언어를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학회의 회원 역시 경계가 없다. 교수들이 중심축을 이루고 있기는 하나 연구원, 강사, 프랑스관련업체 임원 등에게도 학회의 문을 열어놓고 있다. 정기 학술대회에서도 반드시 프랑스어학·문학만을 고집하지는 않는다. 오는 5월 있을 학술대회에서 발표될 주제도 정치, 방송, 패션 등 다양하다. 이것이 한국프랑스학회, 프랑스문화예술학회 등 여타 프랑스 관련 학회들과도 차별을 두는 지점이기도 하다.

학부제 실시와 인문학 위기의 굴레에서 불어불문학도 자유롭지는 않다. 갈수록 줄어가는 전공자들이 그 단적인 예. 불어불문학이 쇠퇴하고 있는 암울한 학문적 분위기를 타개할 방안도 모색 중이다. 문학·어학 중심의 커리큘럼에서 벗어나 다양한 학문을 배워야 한다는 학회원들의 각성도 이에 근거한다. 프랑스 관련 교수들에게 지식의 틀을 넓힐 수 있는 워크숍, 세미나 등을 개최하는 것도 이 학회가 앞으로 해야할 과제로 남아있다.

박 회장은 “우리 학회가 가지고 있는 학문을 넘나드는 개방성과 유연성이 폐쇄되지 않고 편향적이지 않은 학문을 위한 초석이 됐으면 한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오는 5월 17일 ‘디지털시대의 프랑스문화’를 주제로 원광대학교에서 학술대회가 개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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