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중국에 관련된 서적의 출판도 엄청나게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한두 권의 책을 선정해 소개하기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책을 한두 권 선정한다는 것이 다른 많은 ‘좋은’ 책들을 버리는 행위라는 걸 생각한다면 이런 난망함은 더욱 커진다. 따라서 중국의 정치와 경제분야 양서를 판별해 내기 위해서는 그간의 중국관련 저작의 출판 추세를 점검하고 이에 따라 간단하게나마 원칙을 세워야 할 것 같다.
중국 권력투쟁의 ‘심층지도’ 제시
이런 상황에서 김재철 가톨릭대 교수가 최근 펴낸 ‘중국의 정치개혁: 지
이 점에서 이 책은 단순한 중국정치 개론서의 단계를 넘어 응집성과 일관성을 갖춘 연구분석서로 자리매김될 수 있다. 다음으로, 그렇다고 해서 이 책이 중국정치 소개서의 역할을 소홀히 하지는 않는다. 이 책의 중심 문제의식은 앞에 말한 대로 공산당 독재의 이론과 실제지만, 책을 구성하고 있는 각 장들은 정치지도자, 지도부 내 권력갈등의 내용과 방법, 당-정부기구간 관계, 국가-사회관계 등 정치학의 대부분 연구분야를 망라한다. 따라서 이 책은 중국정치 개론서의 역할도 충분히 해내고 있다.
중국 경제개혁의 성공과 문제점 짚어
우리의 가장 큰 관심사인 중국의 경제 역시 활발하게 소개되어 오고 있고 이 과정에서 질적인 성장도 거듭되고 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중국의 경제를 일관되고 명쾌하게 풀어내는 동시에 소개서의 역할도 해 주는 책은 아직도 많지 않다는 것이다. 이 가운데 린이푸 북경대 교수 등이 쓰고 한동훈·이준엽 교수가 함께 번역한 ‘중국의 개혁과 발전전략’(2001)이 앞에 제시한 요건들을 잘 충족시켜 주고 있다. 이 책에서 저자들은 중공업 우선성장과 수입대체산업화를 포괄해서 지칭하는 이른바 ‘추월전략’과 ‘비교우위산업전략’의 대비를 통해 개혁 이전 중국 경제체제의 특징과 문제를 지적해내고, 그 위에서 1980년대 이후 중국 경제개혁의 성공 원인과 문제점 등을 풀어낸다. 1994년 제1판이 출간되자마자 세계적으로 광범위한 주목의 대상이 된 데서도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중국경제와 사회주의경제, 더 나아가 발전경제학과 비교경제체제론 등에서도 신선한 통찰력과 논의의 대상을 제공해 줬다. 이 점만으로도 책의 의의가 충분히 드러나지만, 두 번역자의 정확하고 간결한 번역은 이 책이 한국의 독자들에게 더욱 쉽고 명료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 중국의 정치·경제 관련 세계적인 명저들이 우리말로 옮겨지는 과정에서 치명적인 손상을 입었음에 비춰 이 번역서의 진가는 더욱 높아진다. 아무쪼록 우리의 중국관련 저작들에서도, 두 권의 책에서 보였던 분석적으로 일관되고 내용적으로 포괄적이며, 수입과정에서 변질되지 않는 성과들이 계속 쌓여가기를 기대한다.
최근 들어 위의 두 책처럼 분석적 깊이와 접근가능성을 모두 만족시켜 주는 책들이 많아져 다행스럽다 하겠지만 오히려 지금이 질적 성장을 위한 분기점임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국내 저작의 경우 앞에 말한 대로 좀 더 일관된 문제의식을 가진 분석서가 요구된다. 또 국제적으로 어느 정도 검증된 외국 저작이 국내에 소개될 경우 좀 더 전문적이고 성실한 번역작업이 이뤄져야 한다. 마지막으로 과거의 교조적인 이념 선전에서 벗어나 점차 다원화되고 있는 중국 내 저작들 역시 적극적으로 소개될 필요가 있다. 아무쪼록 전문성과 대중성을 겸비한 저작들이 출판되고 소개되기를 빌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