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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관성과 포괄적 시야 갖춘 분석들
일관성과 포괄적 시야 갖춘 분석들
  • 정환우 / 가톨릭대 아
  • 승인 2003.03.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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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깊이읽기>정치·경제 분야 : 『중국의 정치개혁』 (김재철 지음, 한울 刊)

중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중국에 관련된 서적의 출판도 엄청나게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한두 권의 책을 선정해 소개하기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책을 한두 권 선정한다는 것이 다른 많은 ‘좋은’ 책들을 버리는 행위라는 걸 생각한다면 이런 난망함은 더욱 커진다. 따라서 중국의 정치와 경제분야 양서를 판별해 내기 위해서는 그간의 중국관련 저작의 출판 추세를 점검하고 이에 따라 간단하게나마 원칙을 세워야 할 것 같다.

중국관련 저서는 국내 저작들의 경우 양적 급팽창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중국의 정치나 경제를 단순 소개하는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런 경향은 아마도 우리의 중국 연구가 시간과 양, 그리고 질적 측면 모두에서 부족하고 더 중요하게는 중국의 변화가 너무나 빠르기 때문일 것이다. 다음으로 외국의 저작을 국내에 소개하는 경우 역시 양적 폭발에도 불구하고 상당수가 오역이나 전문적이지 못한 번역 때문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되고 있다. 이런 현상은 비전문가들의 번역이 다듬어지지 않은 채 출판되거나, 중국전문가들에 의해 번역될 경우 그 번역자들의 ‘공사다망’에 따른 시간과 정성의 부족 때문에 나타날 것이다. 중국의 정치나 경제를 소개하되 일관된 문제의식이 있는지 먼저 검토해야 하며, 번역된 책일 경우 원래의 뜻이 손상시킴 없이 전달해야 한다. 물론 그런 책은 만들기도 힘들고, 따라서 찾아내기도 어렵다.

중국 권력투쟁의 ‘심층지도’ 제시

이런 상황에서 김재철 가톨릭대 교수가 최근 펴낸 ‘중국의 정치개혁: 지

도부, 당의 지도력 그리고 정치체제’(2002)는 위에서 말한 요건들을 비교적 잘 충족시켜 주고 있어 눈에 띈다. 우선 이 책은, 1990년대 이래 서진영, 문흥호, 정재호, 조영남, 이민자 교수 등이 발표했던 책들과 함께, 국내에서는 보기 드문 본격적인 중국정치 연구서로서의 자격을 갖추고 있다. 김 교수는 사회주의 중국의 가장 기본적인 정치적 특성인 공산당 독재의 이론과 실제에서부터 중국정치 분석의 실마리를 풀어나간다. 그가 보기에 공산당 독재 문제는 중국을 포함한 사회주의 정치체제에서 지도부 내의 권력투쟁과 권력 변동, 더 나아가 민주화 문제에 이르는 모든 정치관련 쟁점들에 깊이 관련돼 있다. 그리고 이런 그의 문제의식이 그대로 책의 장과 절을 구성하고 있다.

이 점에서 이 책은 단순한 중국정치 개론서의 단계를 넘어 응집성과 일관성을 갖춘 연구분석서로 자리매김될 수 있다. 다음으로, 그렇다고 해서 이 책이 중국정치 소개서의 역할을 소홀히 하지는 않는다. 이 책의 중심 문제의식은 앞에 말한 대로 공산당 독재의 이론과 실제지만, 책을 구성하고 있는 각 장들은 정치지도자, 지도부 내 권력갈등의 내용과 방법, 당-정부기구간 관계, 국가-사회관계 등 정치학의 대부분 연구분야를 망라한다. 따라서 이 책은 중국정치 개론서의 역할도 충분히 해내고 있다.

중국 경제개혁의 성공과 문제점 짚어

우리의 가장 큰 관심사인 중국의 경제 역시 활발하게 소개되어 오고 있고 이 과정에서 질적인 성장도 거듭되고 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중국의 경제를 일관되고 명쾌하게 풀어내는 동시에 소개서의 역할도 해 주는 책은 아직도 많지 않다는 것이다. 이 가운데 린이푸 북경대 교수 등이 쓰고 한동훈·이준엽 교수가 함께 번역한 ‘중국의 개혁과 발전전략’(2001)이 앞에 제시한 요건들을 잘 충족시켜 주고 있다. 이 책에서 저자들은 중공업 우선성장과 수입대체산업화를 포괄해서 지칭하는 이른바 ‘추월전략’과 ‘비교우위산업전략’의 대비를 통해 개혁 이전 중국 경제체제의 특징과 문제를 지적해내고, 그 위에서 1980년대 이후 중국 경제개혁의 성공 원인과 문제점 등을 풀어낸다. 1994년 제1판이 출간되자마자 세계적으로 광범위한 주목의 대상이 된 데서도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중국경제와 사회주의경제, 더 나아가 발전경제학과 비교경제체제론 등에서도 신선한 통찰력과 논의의 대상을 제공해 줬다. 이 점만으로도 책의 의의가 충분히 드러나지만, 두 번역자의 정확하고 간결한 번역은 이 책이 한국의 독자들에게 더욱 쉽고 명료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 중국의 정치·경제 관련 세계적인 명저들이 우리말로 옮겨지는 과정에서 치명적인 손상을 입었음에 비춰 이 번역서의 진가는 더욱 높아진다. 아무쪼록 우리의 중국관련 저작들에서도, 두 권의 책에서 보였던 분석적으로 일관되고 내용적으로 포괄적이며, 수입과정에서 변질되지 않는 성과들이 계속 쌓여가기를 기대한다.

최근 들어 위의 두 책처럼 분석적 깊이와 접근가능성을 모두 만족시켜 주는 책들이 많아져 다행스럽다 하겠지만 오히려 지금이 질적 성장을 위한 분기점임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국내 저작의 경우 앞에 말한 대로 좀 더 일관된 문제의식을 가진 분석서가 요구된다. 또 국제적으로 어느 정도 검증된 외국 저작이 국내에 소개될 경우 좀 더 전문적이고 성실한 번역작업이 이뤄져야 한다. 마지막으로 과거의 교조적인 이념 선전에서 벗어나 점차 다원화되고 있는 중국 내 저작들 역시 적극적으로 소개될 필요가 있다. 아무쪼록 전문성과 대중성을 겸비한 저작들이 출판되고 소개되기를 빌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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