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산책 : ‘신의 가면’ 시리즈(전4권, 이진구·정영목 옮김) 완간돼
지난 1999년부터 나오기 시작한 조지프 캠벨의 ‘신의 가면’ 4부작이 최근 완간됐다. 이번에 번역된 책은 1959년 씌어진 첫째권 ‘원시신화’ 편이다. 다소 순서가 뒤바뀌었지만 이로써 원시시대부터 현대에 이르는 한 신화학자의 대표적 저술에 대한 번역작업이 완결을 봤다.
캠벨은 ‘원시신화’에서 신화에 대한 사유는 삶에 대한 근본적인 탐구라는 인식 위에서 최신의 고고학, 인류학, 심리학의 성과를 섭렵하고 이 바탕 위에서 세계 신화의 시원에 관한 연구, 태초의 신들과 영웅들에 대한 방대한 스케치를 그려나간다.
캠벨에게 전세계의 신화는 하나의 교향곡이 장대한 포르티시모의 물결로 흘러가는 것과 같다. 국가별, 종족별, 문화권별로 서로 다른 듯 보이는 신과 영웅의 이야기들은 그의 눈에는 모두 동일한 모티프로 포착되며, 친밀한 관계망을 이루면서 거대한 통일신화를 구축해나가는 듯 보인다. 이집트, 인도, 중국, 티베트, 일본의 여러 종교들을 다룬
이 책은 학문과 낭만의 대화다. 신화의 역사를 ‘신과 영웅들의 자연사’로 규정하는 저자는 각국의 신화에서 배타적 오만을 걷어내고 학문의 대상으로 삼으면서도, 동시에 실증적 편협함을 경계하며 문필가의 상상력으로 그 이야기들을 끌어안는다. 학문의 엄밀함과 상상력의 확장이 만나는 지점에 이 책은 자신의 둥지를 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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