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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양 아우른 신과 영웅의 ‘自然史’
동서양 아우른 신과 영웅의 ‘自然史’
  • 강성민 기자
  • 승인 2003.03.0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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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산책 : ‘신의 가면’ 시리즈(전4권, 이진구·정영목 옮김) 완간돼
지난 1999년부터 나오기 시작한 조지프 캠벨의 ‘신의 가면’ 4부작이 최근 완간됐다. 이번에 번역된 책은 1959년 씌어진 첫째권 ‘원시신화’ 편이다. 다소 순서가 뒤바뀌었지만 이로써 원시시대부터 현대에 이르는 한 신화학자의 대표적 저술에 대한 번역작업이 완결을 봤다.

캠벨은 ‘원시신화’에서 신화에 대한 사유는 삶에 대한 근본적인 탐구라는 인식 위에서 최신의 고고학, 인류학, 심리학의 성과를 섭렵하고 이 바탕 위에서 세계 신화의 시원에 관한 연구, 태초의 신들과 영웅들에 대한 방대한 스케치를 그려나간다.

캠벨에게 전세계의 신화는 하나의 교향곡이 장대한 포르티시모의 물결로 흘러가는 것과 같다. 국가별, 종족별, 문화권별로 서로 다른 듯 보이는 신과 영웅의 이야기들은 그의 눈에는 모두 동일한 모티프로 포착되며, 친밀한 관계망을 이루면서 거대한 통일신화를 구축해나가는 듯 보인다. 이집트, 인도, 중국, 티베트, 일본의 여러 종교들을 다룬

‘동양신화’, 서양의 예술, 종교, 문학의 근본적인 주제를 이루는 신화에 대한 지적 탐사인 ‘서양신화’, 중세 이후 인류의 정신사, 예술사의 영역에서 끊임없이 새로운 형태로 재생되고 창작된 신화를 통해 현대인의 독특한 위상을 탐구한 ‘창작 신화’ 등에서 캠벨의 이런 시각은 귀납적 근거를 얻으며 풍부해지고 있다.

이 책은 학문과 낭만의 대화다. 신화의 역사를 ‘신과 영웅들의 자연사’로 규정하는 저자는 각국의 신화에서 배타적 오만을 걷어내고 학문의 대상으로 삼으면서도, 동시에 실증적 편협함을 경계하며 문필가의 상상력으로 그 이야기들을 끌어안는다. 학문의 엄밀함과 상상력의 확장이 만나는 지점에 이 책은 자신의 둥지를 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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