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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와 교수간의 세대차
교수와 교수간의 세대차
  • 장한기 동국대 명예교
  • 승인 2003.03.03 00:00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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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칼럼
▲장한기 동국대 명예교수.연극학 /

일선교직에서 물러난 지 어언 7년째가 돼간다. 40여 년을 하루같이 생활하며 학생과 교단, 연구실에서 아니 그 어느 곳을 가든 교수라는 렛델은 내게 붙어 다녔던 이름이다. 정년교수 중 더러는 鄕里로 돌아가 꽃을 가꾸고, 더러는 자기 집 서재에 앉아 그간 못다한 著述과, 저술에 잘못이 있고 더 가필할 곳을 찾아 분주하게 지내면 이 또한 부러울 게 없다.

나는 서울에 연구실 하나를 가지고, 이 곳에서 현직 교수 및 강사로 있는 박사학위과정 학생들을 격주마다 한 번 만나는 즐거움도 크지만, 우리 집사람과 딸, 아들 모두 현직 교수로 있기 때문에 오늘의 교수사회와 내가 경험했던 지난날의 교수사회, 그리고 세대에 따라 敎授觀의 차이를 누구보다 실감하고 있다.

우리 집 막내 아이는 386 세대의 중심추에 있는 나이로, 비교적 일찍 자기 모교의 전임교수가 됐다. 어느 날 그가 제 아이들과 함께 점심이나 같이 하자고 해서 人寺洞으로 나갔다. 여름이 가고 가을로 접어드는 기분좋은 햇빛 따스한 정오의 거리였다. 벌써 두 아이들의 애비가 돼 두 팔을 그들에게 맡긴 아들의 풍모를 볼작시면 내 눈에는 가관이었다.

흰 내의 칼라는 스웨터 위에 삐죽 솟은 데다 그 밑으로 엉덩이까지 바지 위로 처져 내린 기이한 꼴이, 거기에다 신발은 월척이나 되는 것을 신고, 길가 붕어빵 수레에서는 붕어빵을, 가위질 엿장사에게서는 엿을 사 태평하게 입에 물고 가는 이 모습이 신세대들의 모습인가도 싶었다. 그날 인사동 거리는 이런 무리들이 활보하기에 가장 적당한 거리였다. 그전 같으면 나는 당장 아들에게 호통을 쳤을 것이나, 그날의 분위기, 그날의 화사하고 자유로운 분위기에 압도당한 나는 아무 말도 않고 그 뒤를 따르며 지나가는 남녀 신세대 행인들과 한국의 전통이 숨쉰다는 이 거리, 그리고 자유스런 외국여행객들의 행각을 보며 나도 차츰 그들이 부러웠고, 신세대 아니 내 아이들부터 이해하려 애썼다.

요즘 신세대 교수들은 강의실 안에서는 몰라도 학교 안이거나 밖에서건 크게 남을 의식하지 않는다. 연구하고 가르치는데 언제 체면 차리고 눈치나 봐야 할건가라고 답한다. 이제는 무거운 대화나 차례라는 개념은 없다. 남을 앞서가는 것은 자신의 능력으로 간주한다. 우리가 정년이 됐을 때에서 6~7년이 지난 오늘의 정년교수들을 만나면 모두가 신세대 교수들의 지나친 개인주의를 탓하고 지난날 교수 사회의 따뜻한 분위기와 예절을 부러워한다.

내가 처음 대학강단에 선 것이 50년대 후반. 자유당 시절부터 4·19와 5·16 군사혁명을 겪고, 유신체제 이전까지는 대학교수간의 위계와 질서는 살아있었다. 그러나 1972년, 10월 유신이 시작되며 학원가엔 잦고 격렬한 데모가 일어났다. 그 때부터 대학교육이 그들 권력의 시녀구실을 하면서부터 위계 있고 질서 있던 대학가엔 교수가 학생을, 학생이 교수를 고발하는 작태와 심지어 학교에서는 문제 학생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매달마다 보고케 하는 학년담임제가 생겨났다. 1980년대에 들어와선 숫제 국가정보기관과 학교관할 경찰서에서 파견 나온 형사와 정보원들이 학교 안에 상주하며 데모를 방관하는 교수들을 감시했다.

이때부터 존경받던 교수들은 뒤로 물러서고, 소위 보직교수와 어용교수들은 학생 데모를 막았다. 이때부터 추락하기 시작한 교수들의 권위는 땅에 떨어졌고, 더 이상 대학에서는 존경받지 못하는 교수로 낙인찍히고 말았다. 설상가상 이즈음 몇해동안 학원가 데모가 가라앉으면서 또 학교 운영권을 갖는 재단 측과 학생들의 목소리가 높아진다. 여기에 덩달아 교수과잉 시대가 도래하면서 재단은 재단측대로 학생은 학생들대로 교수업적평가와 함께 더욱 교수들을 주눅들게 만든다. 이제는 학생들의 강의평가까지 받아야 하니 살맛 안 나는 것이 오늘의 교수사회라고 이구동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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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넘 2003-04-27 17:08:04
위에 젊은 교수님,
어느 대학인지 궁금하오.
댁이나 그러지 마시오.

젊은 교수 2003-03-27 22:06:54
저는 지방 국립대학교 젊은 교수입니다. 나이든 교수들이 다 교수님같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만은 현실은 전혀 그렇지않습니다. 항상 교수 임용에서 자기 사람 채우기에 급급하고, 학교 기자재 살 때, 필요로 없이 물건을 구매하는 구태의연한 교수들이 여전히 교수 사회에서 원로라면서 목에 힘주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렇지만, 어떠한 제도도 기관도 이를 막기 위해서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습니다. 그런 교수들이 사라져야지만, 진정한 원로 교수들이 대접받는 세상이 올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