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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임후 대표작 기증 활짝 … 대학, 보관과 전시 등 관리노력 필요
퇴임후 대표작 기증 활짝 … 대학, 보관과 전시 등 관리노력 필요
  • 이은정 기자
  • 승인 2003.03.0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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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손길 : 대학가 교수들 작품 기증 잇따라

최근 대학가에서 꽃내음이 난다. 최근 강단을 떠난 미대 교수들의 작품 기증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작품 하나 하나에는 붓끝을 따라 고유의 예술적 사상과 족적이 흐르고 때문에, 자신들의 인생이 고스란히 담겨있다고 말할 수도 있을 터. 그래서 이들의 기증은 더욱 빛을 발한다.

‘대둔산 청명’, ‘삼부연 폭포’ 등 故 南江 김원 대구대 교수(회화)의 대표작 동양화 50점 가량이 소장 미술전문도서 전부와 함께 대구대에 기증됐다. 대구대에 13년간 몸담았던 故 김 교수는 1970년대 들녘 시리즈, 1980년대 계곡 소재의 산수, 1990년대의 암석, 바위산, 계곡의 골격만 표현하는 필묵 기법, 2000년대에 이르러서는 필선의 농담과 유려함의 변화를 구사하는 절정을 보여줘 진경산수의 일맥을 지켜왔다는 평을 받고 있는 한국화단의 대표격 화가. 살아 생전에 작품을 대학에 기증하겠다고 언지를 두곤 했던 김 교수는 지난해 백혈병으로 유명을 달리했다.

구남진 대구대 교수(한국화)는 “일단 작품들이 화랑으로 나가게 되면 뿔뿔이 흩어져서 그들의 예술적 흐름 연구가 어려워져 결국에는 우리 미술계의 손실일 수밖에 없다”라고 말해 대학박물관 기증의 이유를 들며, “실경산수를 공부하는 학생들이나 연구원들에게 무엇보다 귀중한 교육적·예술사적 자료로 활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대구대에서는 앞으로 1년에 1~2번 전시회와 함께 도록을 제작해 대외적으로 알리는 작업을 할 계획이다.

지난 2월 디자인전공 교수로는 최초로 정년 퇴직을 한 박종운 조선대 교수(시각디자인) 역시 평소 간직해오던 대표작들을 조선대에 기증했다. 산업디자인공모전을 창설하고 호남 지역 최초로 디자인 연구소를 개설하는 등 지역 디자인계 발전에도 크게 공헌한 박 교수. 이번에 기증되는 작품은 광주비엔날레 포스터, 광복 50주년 포스터 등 총 9점으로 한국 디자인의 역사와 성장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교육적 자료로서도 손색이 없는 것들이다.

서양화가이자 경희대 교수이기도 했던 故 최덕휴 교수의 작품 기증작업 역시 진행중이다. 인물·정물보다는 한국의 자연에 남다른 애정을 보여줬던 故 최 교수는 오지호, 임직순 등 굵직굵직한 작가들과 함께 한국 서양화가 2세대로 꼽히고 있다.

한편 김웅배 목포대 총장은 자신이 30년간 모아온 서화, 간찰, 고문서 등 소장품 6백50여 점을 대학에 기증해 잔잔한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워낙 많은 작품들이라 정리만도 꽤 오랜 시간이 걸릴 듯 하다. “아끼던 딸을 시집보내던 날, 아쉬움과 허전함으로 이별이라는 생각이 들어 힘들었는데, 알고 보니 아들도 하나 더 생기고 손자도 생겨 더 큰 복이 나에게 되돌아 왔구나”라고 느껴 아낌없이 대학에 ‘시집보낼 수’ 있었다는 김 총장은 이번 기증으로 후학들에게 무엇보다도 값진 선물을 한 셈이다.

하지만 기증만으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기증 받은 작품의 가치를 살려 제대로 보관하고, 꾸준히 전시회 여는 등의 대학의 관리 노력이 더욱 중요하기 때문이다. 턱없이 공간이 부족한 대학에서 이를 감당하기란 그리 녹녹치만은 않은 것이 사실. 최근 교수들이 잇따라 자신이 몸담고 있던 대학에 작품을 기증하고 있다는 소식에 대해 최병식 경희대 교수(예술철학)는 “교육 차원뿐 아니라 강단을 떠나서 혹은 죽어서도 사회·문화분야에 봉사하고자 하는 교수들의 소중한 뜻이 담겨있는 만큼 대학에서는 보관과 전시, 관리에 힘써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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