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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계풍경 > ‘미디어시티서울 2000’, 시민의 축제로 거듭나기
<예술계풍경 > ‘미디어시티서울 2000’, 시민의 축제로 거듭나기
  • 교수신문
  • 승인 2000.10.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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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10-31 00:00:00
김형숙 / 서울대 강사·미학
새로운 세기를 맞이하여 가속화되고 있는 정보통신기술과 디지털기술의 혁신으로 네트워크, 미디어가 없는 우리의 삶은 상상하기조차 힘들다. 미디어는 우리의 삶과 인식의 패러다임의 변화를 가져왔을 뿐만 아니라 새로운 소통의 힘과 권력의 형태로 우리의 삶을 지배해 가고 있다.
소통의 매개인 미디어 테크놀러지를 예술, 산업, 문화, 교육과 유기적으로 접목시키고자 서울시가 벌인 미디어 축제 ‘미디어시티 서울 2000’은 디지털 혁명과 정보 통신기술의 발전에 부응하고자 하는 새로운 미술의 제도적 장치로서, 시민들이 미디어에 대해 복합적인 이해와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미디어 아트 2000’, ‘디지털 앨리스’,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시티비전’, ‘지하철 프로젝트’ 등의 다양한 전시와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시티비전’과 ‘지하철 프로젝트’는 미술관이라는 전통적 전시 공간을 뛰어넘어 서울시의 전광판과 지하철역 등의 공간에 작가들의 영상작업과 공공가구들을 설치함으로써 일상적이고 때로는 무의미해 보이는 삶의 공간에 활력과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자동차로 출퇴근하는 서울 시민들의 눈은 영화의 클립 같은 전광판을 통해 전자매체를 경험하고, 시민들의 바쁜 마음은 지하철역에 설치된 작품들에 머문다.
미디어 축제의 중심을 이루는 ‘미디어아트 2000’은 현대미술의 주요 경향 중 하나인 미디어 아트를 통해 관람자의 인터랙티브한 경험과 참여를 유도한다는 점에서, 그리고 시민들이 어렵게 느껴지는 미디어 아트에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소통을 문제를 도센(docent: 라틴어에서 유래한 이 단어는 전시장에서 걸어다니며 가르치는 사람을 뜻한다)을 통해 해결한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전시이다. 어둡게 칸막이 된 전시 공간에 들어선 관객들은 전자매체의 현란한 빛과 시간성을 직접적인 참여를 통해서 경험하게 된다. 이제 예술의 의미는 관객이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어떤 것이 아니라, 관객의 참여에 의해 다양하게 해석되는 어떤 것이 되었다. 관객은 전시된 오브제들을 던지기도 하고, 비디오 렌즈 앞에 앉아보기도 하며, 어두운 방안에 들어가 섬뜩한 빛을 경험하기도 한다. 관객의 미적 체험은 도센들에 의해 더욱 증폭된다. 이번 축제에서 안타까운 점 중 하나는 도센들이 관객들에게 난해한 현대미술과 미디어를 일방적이고 단선적으로 설명하는데 그치고 있다는 것이다. 도센은 현대미술과 미디어라는 문제를 관객들이 자신들의 조건과 컨텍스트 속에서 다양하게 읽고 경험할 수 있게 하는 ‘매개자’의 역할을 해야 한다. 미디어와 예술에 관해 관객 자신이 다양한 담론을 생산할 수 있도록 도센에 대한 주최측의 세밀한 전략과 실천이 요구된다.
또한 이번 축제에서 보이는 두드러진 특징은 예술과 미디어를 교육과 엔터테인먼트의 차원과 결합하였다는 점이다. ‘미디어 엔터테인먼트’는 디지털문화에 대한 관객들의 이해를 돕고 관객과 디지털 사이의 간극을 메우기 위한 시도로서, 오락과 교육의 기능을 결합한 전시이다. 첨단 미디어의 기능 뿐 아니라 미디어 장비의 기계적 속성에 관한 이해와 경험을 제공하는 공간이다. ‘디지털 앨리스’는 예술과 미디어 그리고 교육이라는 문제를 적절히 결합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전시 방법의 산만함 때문에 관람자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면이 없지 않다. 특정한 관람자층을 겨냥하는 이 전시는 어린이들이 디지털 문화를 보고 느끼고 만지고 참여한다는 의미에서 놀이와 교육의 개념이 결합된 전시임을 표명했다. 그러나, 어린 관객들의 미적 경험이 교육적 차원으로 승화되는 양상은 모호하다. 마지막 공간엔 어린이들에게 인터넷과 영상 실습을 제공하는 방이 구성돼 있지만 이 막연한 전시 공간이 전시장 ‘밖’에서 일어나는 미디어 교육과 어떠한 차별성을 지니는 것일까.
‘디지털 앨리스’와 ‘미디어 엔터테인먼트’와 같은 전시에서는 기초작업으로 관객층에 대한 연구를 심도 있게 할 필요가 있다. 관객층을 어떻게 한정할 것인가, 전시 공간 안에서 어떠한 교육적 효과를 겨냥할 것인가, 미디어와 현대미술, 그리고 교육의 문제를 어떠한 방식으로 접목할 것인가라는 문제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기 때문에, 시민의 축제인 이 행사가 미디어들을 보고 즐기는 것에 그침으로써 ‘보이지 않는 많은 관객’을 잃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관객들은 예술과 산업, 그리고 교육 사이의 유기적 관련성을 발견하기보다는 오히려 미디어를 통한 미적 체험, 교육적 경험, 오락적 체험 사이의 파편적 단절과 혼란을 경험하게 된다. 앞으로 서울시가 격년제로 열기로 한이 행사는 어렵고 난해하게 느껴지는 미디어를 관객이 쉽게 경험하고 참여할 수 있도록 여러 장치들을 개발해야 할 것이다. 이는 전시의 방법론, 관람자 연구, 그리고 박물관 미술관의 관객 교육에 관한 연구를 통해서 비로소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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