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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율적 학습으로 패러다임 전환 요구…학계 검증 필요
효율적 학습으로 패러다임 전환 요구…학계 검증 필요
  • 이지영 기자
  • 승인 2003.02.2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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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대회] 한국인지심리학회 주최 ‘뇌기반 학습과학심포지엄’

입추의 여지도 없이 사람들이 들어섰다.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앳된 얼굴의 소녀부터 평범한 학부모, 기업체의 연구원, 대학교수에 이르기까지.

대학에서 열리는 학술대회에서는 보기 힘든 풍경이 연출된 곳은 지난 14일 성균관대에서 열린 ‘뇌기반 학습과학 심포지엄’. 한국인지과학회의 학습·교육인지연구회가 주관하고 한국인지과학회와 한국심리학회, 한국교육학회가 후원한 이번 대회는 뇌기반 학습과학을 국내에 처음 소개하는 자리였다. 생경한 주제에도 불구하고, ‘뇌’ 연구와 ‘학습’에 대한 대중적인 관심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선진국에서는 중요 육성사업으로 지정 

심포지엄이 마련된 전후 상황은 이렇다. 이미 미국과 영국, 일본 등에서는 뇌기반 학습과학을 정보기술(IT), 생명과학기술(BT) 등과 같이 중요 육성산업으로 지정, 장기적인 투자발전 계획을 세우고 있다. 2002년 6월, 미국과학재단이 제출한 보고서는 “앞으로의 개별 국가 및 세계 발전의 궁극적 목표는 시민 개개인의 능력을 최대한 효율적이고 쾌적하게 발휘하는 것이며 이를 위해 융합과학기술 개발이 선진과학기술의 필수이며, 이것의 핵심적인 분야가 학습과 인지의 수행을 높이는 연구 및 기술개발이다”라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미국에서 학습과학을 이미 20년 전부터 연구지원하기 시작한 의도를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미국과 영국, 일본이 주축이 된 OECD의 교육혁신센터에서는 1999년부터 2002년까지 진행한 ‘학습과학과 뇌연구’라는 프로젝트를 시행했다. ‘학습’의 신비를 일깨울 뇌기반 학습과학의 잠재력을 알리고 이런 연구결과들을 교육 및 각종 인력의 기초로 삼을 것을 요구한 것. 뒤늦게 이 내용을 접한 과학기술부는 뇌기반 학습과학을 과학기술정책과제로 지정했고, 국내연구자들이 6개월간의 연구 성과를 발표하는 자리를 가진 것이다. 좀더 정확하게 말한다면 뇌기반 학습과학의 중요성을 알리면서, 차후에 정부가 뇌기반 학습과학을 육성하기를 요구하는 자리라고 보는 편이 옳다.

새로운 분야, 새로운 학문의 지평을 요구하는 것이기에 참여자의 면면도 다양하다. 서유헌 서울대 교수(약리학), 정찬섭 연세대 교수(심리학), 최인수 성균관대 교수(아동학), 김영정 서울대 교수(철학), 이정모 성균관대 교수(심리학), 김성일 고려대 교수(교육학), 정혜선 한림대 교수(교육학) 등 다양한 분야의 학자들이 모였다. “학제간 연구를 넘어서 각 학문이 융합되는 새로운 학문을 만드는 시도”이기 때문이다.

‘뇌기반 학습과학 패러다임’을 발표한 이정모 교수의 설명에 의하면, 학습과학이란 “인간학습 과정을 과학적 연구의 대상으로 연구하는 과학”이며, 뇌기반 학습과학은 “학습자의 생애 초기부터 환경에 적응해나가는 뇌의 기능과 특성을 기초로 학습을 정의하고, 정보와 지식을 활용·생산하는 능력을 함양 시키고자하는 학문”이다. 이 개념에 따른다면  “결과중심, 교육자 중심”의 교육에서 “과정중심, 학습자 중심”의 교육으로 전환하는 것도,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학생들의 학습능력 저하나, 이공계 기피 현상 해결도 가능하다.

김성일 교수가 발표한 ‘뇌기반 학습과학과 과학·수학 교육’은 구체적으로 교육과 뇌기반 학습과학을 연결시켰다. 김 교수는 “과학·수학 교육의 목표를 문제해결 능력 향상에 둘 것, 학습내용의 효율적 전이를 위해 다양한 교육환경을 만들 것, 정서적인 유발을 꾀할 수 있는 교육프로그램을 구성할 것, 사고 변화와 개념 습득을 측정할 수 있는 평가안을 구성할 것” 등을 요구하고 있다. 특정영역에서의 전문가와 초보자의 뇌 활성화 차이를 비교함으로써 효율적인 학습·교수방법을 할 수 있으리라는 전망도 보이고 있다.

장기투자 요구, 현실성 고려해야

이번 학술대회는 ‘과학교육의 혁신방안’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지만, 서 교수의 지적대로 “뇌연구에 기반한 교육 패러다임의 전환”을 함축하고 있다. 그러나 뇌기반 학습과학에 대한 평가가 국내학계에서 충분히 이뤄지지 않는 상태인 까닭에 섣부른 평가를 내리는 것은 곤란해 보인다. 광범위한 연구인 탓에 아직 미국 내에서도 이렇다할 구체적인 성과를 제출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장기적인 연구 지원이 필요한 분야라, 국내 연구 기반을 고려했을 때 제대로 정착할 수 있을지, 부족한 과학예산을 분산하는 결과만 가져오는 것은 아닌지 조심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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